헬스장에 스테로이드 주사기 수북…9살 아이도 약물 손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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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불법 약물 오남용
인천 서구의 한 헬스장 화장실에 최근 “주사기는 쓰레기통에 버려달라”며 “모르는 척하겠다”는 안내문이 올라와 있다왼쪽. 헬스장 업주는 불법 약품 주사기 무단 투기로 변기 수리비가 50만원 발생, ‘피눈물’이 난다고 호소한다. 오른쪽은 지난달 서울 중랑구의 한 헬스장 화장실 내부에 사용 후 버려진 주사기들이 쌓여 있는 모습. /온라인커뮤니티
2030 세대 사이에서 최근 웨이트트레이닝이 인기를 끌면서 불법 약물 오·남용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과거 전문 보디빌딩 업계에서 은밀하게 유통됐던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등이 이젠 일반인들에게까지 퍼졌다. 서울 성동구의 헬스 트레이너 최모26씨는 “인스타 몸짱 인플루언서 상당수는 불법 약물 사용자”라고 했다. 근육 합성을 촉진하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나 성장 호르몬을 복용한 뒤 근육을 불리고, 교감신경을 촉진하는 에페드린을 사용해 체지방을 빠르게 줄인다. 일반적인 운동과 식단으로는 도달하기 어려운 근육량과 선명도를 얻을 수 있다.
지난달 서울 중랑구의 한 헬스장 화장실 내부에 사용 후 버려진 주사기 수십여 개가 쌓여 있는 모습. /인스타그램
상당수 헬스 트레이너나 보디빌딩 선수들은 “이 업계는 약물이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다”고 말한다. 실제 전국체전 보디빌딩 부문은 20여 년간 도핑으로 몸살을 앓았다. 오는 10월 전국체전 일반부는 아예 폐지됐다. 사설 보디빌딩 대회는 약물이 없으면 아예 입상이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한다. 지난 7일 경기 김포에서 열린 한 대회에서 무작위 도핑 검사 대상으로 지목된 입상자가 검사를 거부하고 종적을 감춘 일도 있었다.
문제는 취미로 보디빌딩을 하는 일반인들까지 약물에 쉽게 노출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7월 강원 원주시의 헬스 트레이너 A씨는 회원에게 불법 스테로이드제를 권유해 54만원 상당의 의약품을 판매하고, 어깨에 스테로이드 주사제를 주입한 혐의 등으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실이 문화체육관광부·한국도핑방지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5~2024.9 대회 금지 약물 복용 적발 건수는 239건으로 집계됐다. 10대 청소년은 42건으로 5명 중 1명 수준이었으며, 이 중엔 9세 어린이도 있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한유진
심경원 이대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스테로이드제는 치료 목적으로 사용해도 기저 질환, 용량, 투약 중단 등에 있어 굉장한 주의가 필요한 약물인데 이를 근육 증가, 체지방 감소 등 목적으로 사용하는 건 말도 안 된다”며 “단기적으로 큰 문제가 없더라도 누적되면 심한 경우 급사할 수도 있다”고 했다. 실제 30~40대 젊은 보디빌더들이 세균 감염, 심장마비 등으로 사망하는 사례가 있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단백질 합성을 촉진하는 스테로이드. 남성 호르몬테스토스테론이라고도 불린다. 염증 치료용으로 쓰는 코르티코스테로이드와 구분된다. 근위축증이나 테스토스테론 결핍 환자 등을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지만, 근육량 증가·운동 능력 향상을 노린 오남용 문제도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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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보범 기자 broad@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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