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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했습니다"…응급실 떠나 동네로 가는 의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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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66회 작성일 23-08-04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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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ot;개원했습니다quot;…응급실 떠나 동네로 가는 의사들

게티이미지뱅크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응급실을 떠나고 있다. 매일같이 밤을 새우고, 경증·중증 가릴 것 없이 밀려드는 환자에, 작은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급박한 상황 등은 아무리 정신력이 강한 의사라도 지치게 만든다. 의사들이 응급실을 뒤로하고 동네로 간다.

강성우 다산EM365의원 원장도 그중 하나다. 3일 강 원장은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응급실에 오는 환자를 살리며 환자의 상태가 좋아지는 것을 보는 게 보람 있었고, 적성에도 맞았다. 밤새우는 일도 버틸 만했다”면서도 “그러다 어느 순간 응급실에서 중환자를 보는 게 두렵고 무서워졌다”고 털어놨다.

강 원장은 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레지던트를 마치고 충청남도 천안의료원에서 공중보건의사이자 응급의학과장으로 3년, 창원 파티마병원과 수원 화홍병원에서 응급의학과장을 맡으며 7년6개월가량을 보냈다. 베테랑 응급의학과 의사인 그에게도 응급실은 ‘두려움의 공간’이 됐다.

“번아웃이 왔던 것 같아요. 밤을 새우며 중환자를 보다가 ‘내가 실수하면 이 환자가 죽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과연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 하고 의심이 들었어요. 불안과 스트레스가 쌓이면서 언제부터인가 응급실이 무섭단 생각이 들었고, 내가 과연 응급실을 지킬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죠.”

치료하고 보살펴야 하는 환자들로부터 상처도 많이 받았다. 강 원장은 “술을 마신 환자에게 폭행당하는 건 다반사였고, 보호자들한테 멱살도 여러 번 잡혔다”며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일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강 원장처럼 동네에서 병원을 개업하는 의사가 점점 늘고 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에 따르면 올해만 해도 10명의 전공의가 응급의학과 수련을 포기했다. 20~30명의 전문의는 개원하거나 다른 직역으로 옮겼다. 의사회 내부 추계로는 전체 응급의학과 전문의의 10% 이상이 개원의로 활동하고 있다.

의료진 이탈이 늘자 필수의료과인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에 이어 응급의학과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지난달 16일 열린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이형민 회장은 “지금 같은 추세로 응급실 의료진들의 이탈이 심화한다면 응급의료체계 붕괴가 머지않았다”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응급실의 결정권자는 응급의학과 의사다. 캐나다, 호주 등은 응급의학과 의사가 없으면 응급실 문을 닫는다”라며 “응급의학과 의사의 역할을 인정하고 응급의학과를 지키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원장도 공감했다. 강 원장은 “레지던트 시절 응급의료 상황과 현재를 비교하면 분명 개선됐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응급의학과가 버티려면 다른 필수의료과 의사들도 뒷받침을 받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중환자의 경우 응급실에서 일차적인 치료를 하고 나면 입원치료가 필요한데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과 의사들이 부족하거나 없으면 유기적 체계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열악한 응급의료 시스템이 원망스러울 때도 많았다. 강 원장은 교통사고로 골반이 부서지고 복강 내 출혈이 심했던 중증외상 할머니를 받아줄만한 병원을 찾기 위해 전화기를 6시간 동안 붙잡았던 기억이 있다며 당시 응급의학과 의사로서 환자를 지키지 못해 비참함을 느꼈다고 전했다. 강 원장은 “의사들이 아무리 애를 써도 시스템은 바뀌지 않는다”라며 “국가가 시스템을 받쳐줘야 한다”고 짚었다.

개원 이후 강 원장의 생활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역시 만만치 않다”는 답이 돌아왔다. 종일 거의 혼자 진료하다시피 하니 신경 쓸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하루 12시간 진료를 보고, 병원 운영까지 맡아 피로가 가실 날이 없다고 한다.

“개원하면 돈방석에 앉고 환자가 쏟아진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상 그렇지 않아요. 개원한 지 8개월 됐는데 심리적 압박감이 크고 몸도 힘들어요. 단순히 경증 응급의료 환자만 봐선 수익이 안 되는 구조라 비급여 진료에 의존해야 하고요.”

강 원장은 “그래도 단골 환자가 조금씩 늘고 있다”며 “치료받은 환자가 찾아와 ‘고맙다’고 인사를 전할 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최근 병원 1층 건물 약국에서 심정지가 온 할아버지를 심폐소생술로 살렸을 때 ‘개원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더불어 응급의료 위기를 부추기는 ‘응급실 포화’ 문제를 앞으로 개원의에서 일차적으로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일차의료를 응급의학과 전문의만큼 잘 보는 과는 없다고 생각해요.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환자에게 적절한 처치가 무엇인지 알고 있어요. 발열, 급성장염 등 웬만한 경증질환은 응급실이 아닌 일차의료 선에서 진료가 가능합니다.”

아울러 그는 응급실은 나왔지만, 응급의학과 의사로서 환자가 길거리를 헤매다 변을 당하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사고가 계속되는 게 가슴 아프다고 했다. 강 원장은 “긴급한 환자라면 일단 응급실에서 받고 나서 생각해도 늦지 않은데 처치 후 입원이나 수술 등이 가능한 진료과가 없다고 해서 환자를 받지 않는 건 문제가 있다”라며 “응급실은 공공의 성격이 강한 곳이다. 언제든 중환자를 받을 수 있도록 국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응급실 뺑뺑이’ 사고를 막기 위해 ‘응급실 수용곤란 고지에 관한 표준지침’을 이달 중 마련해 지방자치단체에 배포할 계획이다. 표준지침에는 119구급대가 응급의료기관의 수용 능력을 확인하는 절차와 수용곤란 고지의 정당한 사유 등이 담길 예정이다. 또 정당한 수용곤란 고지에도 불구하고 중증 응급환자를 수용한 응급의료기관에 대해서는 사고 발생 시 책임을 감경하거나 면제하는 방안도 마련한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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