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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부실·무성의 LH에 더 열 받는 순살아파트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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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82회 작성일 23-08-02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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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기사
핵심요약
"뉴스 보고서야 보강철근 빠진 사실 알아"
"보강공사도 안 알리다 뉴스에 나오니 그제서야"
"죄송하다", "괜찮다"는 말만 되풀이
"아파트가 정말 무너져야 그 때 고칠 건가!!"
일부에선 아파트 가격하락 우려 쉬쉬 분위기
1일 파주 초롱꽃마을3단지. 박영규 인턴 기자1일 파주 초롱꽃마을3단지. 박영규 인턴 기자

"아파트가 정말 무너져야 그 때 고칠 건가 싶어요"

1일 오후 경기 파주시 운정 A34단지에서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던 이씨29는 이같이 말하며 씁쓸하게 웃었다.

이곳에서 작년부터 거주했다는 이씨는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지하 주차장 기둥 331곳 중 12곳에 보강 철근이 빠졌다는 사실을 해당 뉴스를 접한 친구들을 통해 알게 됐다.

이틀 전31일 낮부터 지하 주차장 공사 관련 주민설명회를 당일 저녁에 진행한다는 안내문이 엘리베이터에 붙어있었지만 어떤 공사인 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1일 12시 40분경 초롱꽃마을3단지 지하 주차장 철근 보수 공사 현장에 페인트 도색 보수 작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박영규 인턴 기자1일 12시 40분경 초롱꽃마을3단지 지하 주차장 철근 보수 공사 현장에 페인트 도색 보수 작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박영규 인턴 기자

2년 차 신혼부부인 김씨31와 주씨26 역시 뉴스를 통해 철근이 빠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남편 김씨는 "이전까지 주차장에서 도색 공사를 한다는 얘기만 들었을 뿐 뉴스를 보기 전까지는 철근 관련 소식을 전혀 몰랐다"며 황당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당일 갑작스럽게 진행된 설명회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 역시 냉담했다. 설명회에 참석한 김씨 부부는 LH 측에서 "철근만 보수 공사하면 사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등 자신들을 믿어 달라는 식으로만 얘기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내 주씨는 "철근 공사를 입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은 이유를 묻자 어느 정도 공사가 진행된 후 철근 문제를 알리려고 했으나 기사가 먼저 나버렸다고 얘기했다"며 헛웃음을 지었다. 이어 "솔직히 철근이 빠진 것도 문제지만, 이를 숨기기 위해 도색 작업을 한다고 거짓말 한 게 더 화가 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경로당에서 더위를 피하던 강씨77 역시 뉴스를 통해 해당 소식을 접한 후 설명회에 참석했지만 LH 측에서 정확한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고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했다. 보상 등 현실적인 대책에 관한 논의는 모두 회피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남양주 철근 누락 아파트, 일어선 채로 정강이 수술 받는 격


1일 남양주 별내퍼스트포레 지하 주차장. 조건희 인턴 기자1일 남양주 별내퍼스트포레 지하 주차장. 조건희 인턴 기자

지난해 4월 입주를 시작한 남양주 별내 A25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 곳은 302개의 주차장 기둥 가운데 125곳에서 보강철근이 빠진 사실이 확인됐고, 시공사인 SM삼환기업이 이틀전 누락된 기둥에 슬라브를 덧대는 방식으로 보강공사를 실시했다.

하지만 토목업에 종사하는 주민 A씨는 "콘트리트 안에 철근을 넣는 이유가 철근과 시멘트의 열팽창률이 같기 때문인데 철근을 밖에다 덧대면 아무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민들과 협의도 없이 진행된 건설사의 일방적인 임시 보강공사였다고 우려와 불만을 나타냈다.

입주자들에게 부실공사에 대한 보상이나 협의 역시 없었다. 입주자들은 자체적으로 입주자 회의를 진행했고 현재 전면 계약 취소와 보상비 청구에 대한 논의가 오가고 있다고 한다.

A씨는 부실공사에 대한 안내 역시 일방적이고 부실하기 짝이 없었고 성의도 없었다고 성토했다. 부실공사 소식을 엘리베이터 공고문을 통해 알았고, 내용 역시 LH 측의 자체적인 확인 결과 최근 철근이 많이 누락된 것을 발견했다는 식이었다는 것이다.

지나가던 한 주민도 LH나 건설사 측으로부터 전달받은 내용이나 진행방식에 대한 상의나 직접적인 전달이 전혀 없었다며 아파트 안전에 대해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고 거들었다.

A씨는 "사람이 서 있는데 그 상태에서 다리 수술을 하는 것과 같다"며 "어떻게 서 있는데 정강이 뼈를 갈아낄 수 있느냐. 누워서 갈아 끼워야지. 아파트도 똑같다. 지하 주차장이 밑에 있는 상태에서 아파트가 올라간 상태인데 이 상태에서 어떻게 수술을 받느냐. 전면 재시공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LH 지사 "전달받은 바 없다", 주민 안전 재점검 요구


1일 서수원한라비발디 전경. 류효림 인턴 기자1일 서수원한라비발디 전경. 류효림 인턴 기자

지난 1일 수원당수 A3 아파트를 관할하는 LH 지사의 관계자는 해당 아파트 보강철근 누락 사실에 대해 "본사에서 전달받은 바 없다"며 자신들도 뉴스를 보고 철근 누락 사실을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지난 5월 30일 입주가 시작된 이 공공 임대 아파트는 국토교통부 조사에서 지하 주차장 전체 기둥 331곳 가운데 12곳에서 철근이 누락된 것으로 확인됐다. 아파트 관리소에 따르면 입주 전인 지난 5월에 LH가 누락된 철근을 보강 공사했고 현재 입주율은 85%다.

하지만 주민들은 안전에 대한 불안감과 LH에 대한 불신 때문에 안전성 재점검을 요구하고 있다.

주민 장씨40는 "LH가 철근 보강공사를 시행했다고 미리 주민들에게 알렸다면 이렇게 황당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언론에서 문제가 되니 그제서야 보강 공사하겠다고 나서는 것"이라고 분노했다. 이어 "보강 공사를 진행했다는 건 LH의 입장이고, 정말 안전한 건지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신혼부부는 "오늘 이사를 왔는데 보강 공사를 진행했다는 걸 어제 오후에 알게 됐다"며 "앞으로 여기서 살아야 하는데 걱정"이라고 불안함을 전했다. 이어 "계약을 해지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아파트 관계자도 "외부 시공사가 건설했다 하더라도 감리는 LH에서 하지 않느냐"며 "부실공사는 관리감독을 제대로 못한 LH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집값 하락 우려하는 일부 단지, 철근 누락 문제에도 쉬쉬


디아크리노강남 입구에디아크리노강남 입구에 "입주민 여러분의 쾌적한 주거문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은재 인턴 기자

서울 강남구 수서 역세권에 위치한 A-3BL 단지분양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지난 6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이 단지 역시 철근이 누락돼 넓은 의미에서는 이른바 순살 아파트다.

하지만 기둥 345개 가운데 상대적으로 적은 5개가 미흡 판정을 받았고, 철근이 빠진 기둥 5개에 대한 보강 공사를 완료한 상태여서 그런지 큰 반발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입주민들은 안전 문제 보다는 집값 하락을 걱정하고 있는 듯 했다. 단지 사정을 잘 아는 인사는 입주민들은 부실 공사 관련 내용을 외부에 언급하지 않기로 뜻을 모은 상태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단지 안에서 만난 한 주민은 "우리는 인터뷰 안하기로 했다. 사유지에서 맘대로 촬영하는 것도 안 된다"고 말하며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다른 주민들도 "이번 사건에 대해 별 생각 없다"며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아파트 입구에는 관리사무소가 내건 "입주민 여러분의 쾌적한 주거문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1일 양주회천 A15 단지가 공사 중이다. 김미현 인턴 기자1일 양주회천 A15 단지가 공사 중이다. 김미현 인턴 기자

같은 날 오후 방문한 양주 회천 A15 단지. 전체 기둥 154개에서 모두 철근이 누락된 곳으로 입주 전이어서 그런지 입구부터 공사가 한창이었다.

공사장 내부에는 분진이 휘날렸으며 바닥엔 공사 자재 및 장비들이 즐비했다. 형태만 겨우 갖춘 매캐한 주차장에서 건설 관계자들이 기둥에 철판을 덧대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일부 구역에서는 위험하다며 취재진의 접근을 막았다.

이에 현장에 있던 건설업체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취재를 시도했지만, 이들은 이미 오전에 충분히 다 설명했다며 추가 취재를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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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영규 인턴기자 nocutnew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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