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한번 깜박거릴 때마다 장관이 펼쳐진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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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란바토르, 무릉, 홉스골, 테를지국립공원... "다시 가고 싶다, 몽골"
[윤성효 기자]
무슨 말로 표현할까? 거기 땅을 밟고 있는 일주일 동안 간혹 머릿속을 스쳐 가는 고민거리였다. 어떻게라도 해야 한다는 게 스트레스일 수도 있지만, 그것조차 행복했다. 비행기에서 내려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누군가 "와, 멋있다"라는 말을 했다. 저 말은 너무 단순해라는 생각을 할 즈음 들린 말은 "저기 봐라, 너무 멋있다"였다. 고개를 돌리는 순간마다, 눈을 한번 깜박거릴 때마다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졌다. 지난 칠월 말에 다녀온 몽골이 그랬다관련기사: [사진] 누가 이렇게 광활한 정원을 꾸며 놓았는가 https://omn.kr/29mjt. 그들은 차량이 달려오든 말든 느릿느릿 지나갔다 도보 여행을 좋아하는 환갑 전후 나이대의 열 명이 모여 울란바토르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칭기즈칸 공항에 내려 버스를 타고 시내로 이동했다. 공항을 벗어나자 대초원이 펼쳐졌다. 말과 양, 야크, 염소들이 그 땅의 주인이었다. 간혹 유목민의 집인 게르가 보여 사람도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공항과 울란바토르 사이에 난 고속도로를 탔다. 그런데 명색이 고속도로인데 지나는 차량은 풀을 뜯고 있는 가축, 아니 게르의 숫자보다 적었다. 고속도로를 지나는 동안 너무나 뜸하게 차량이 지나갔지만, 울란바토로 시내 분위기는 영 딴판이었다. 시내에 들어서자 차들이 도로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전체 국민 350여만 명인 몽골에서 거의 대부분 인구가 사는 도시답게 시내는 매우 혼잡했다. 우리 일행과 함께 한 안내자는 "출퇴근 시간 없이 하루 종일 교통체증"이라고 했다. 주몽골 한국대사관 옆에 있는 숙소까지 가는 데 한참 걸렸다. 가는 도중에 도로 한복판에서 사람이 수신호를 하는 광경도 봤다. 둘째 날 아침 일찍 숙소를 나서 칭기즈칸 공항으로 향했다. 아침 출근 시간이라서 그런지 여전히 도로에는 차들로 가득 차 있었다. 도심을 지나 버스 창문 바깥으로 펼쳐진 대초원을 보며 위안을 삼았다. 칭기즈칸 공항에서 국내선을 타고 무릉으로 한 시간 정도 날아갔다. 몽골 북부로 러시아 국경 근처에 있는 홉스골 호수Khuvsgul Lake에 가기 위해서다. 무릉 시내에서 아침을 먹으러 예약한 식당에 도착해 보니 바깥 풍광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건물 2층 식당 바로 앞에 광활한 초원이 펼쳐져 있고 말들이 그곳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다. 아름다운 풍광을 보며 먹는 식사는 꿀맛이었다. 버스를 타고 무릉에서 홉스골 호수로 가는 동안 펼쳐지는 바깥 풍광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대초원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고, 야크와 말, 염소, 양의 무리가 풀을 뜯는 광경이 심심치 않게 나타났다. 간혹 야크를 비롯한 가축들은 아스팔트 도로도 자기들 땅인 양 버티고 서 있기도 했다. 그들은 차가 달려오든 말든 느릿느릿 지나갔다. 차는 그들이 다 지나갈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포장도로가 끝나고 울퉁불퉁 파인 비포장 길을 지나는 게 고역이었다. 무릉에서 홉스골까지 차로 3시간 정도 거리인데 절반 가량이 비포장 길이었다. 비포장길의 피곤함이 극에 달할 즈음 안내자의 "저 앞에 보이는 게 홉스골 호수이다"라는 말에 다들 고개를 들어 "와"하고 소리쳤다. 키 큰 잣나무 사이로 일부만 보이는 호수를 보고 다들 홉스골 전체를 본 듯한 반응을 보였다.
홉스골의 일출도 장관 넓은 홉스골 호수를 보며 사흘 밤을 지냈다. 원래 계획은 이틀 밤만 잘 생각이었는데, 무릉에서 울란바토르로 가는 국내선 비행기를 예약했는데 그날 승객이 적어 결항이라는 연락을 받고 숙소를 옮겨 하루 더 지낸 것이다. 홉스골 호수는 몽골의 푸른 진주라고 불리는 몽골에서 가장 큰 담수호다. 너비 136km에 이르는 넓은 호수로, 우리나라 제주도 면적의 1.9배나 된다고 한다. 세계 담수 총량의 1%를 차지하는 호수라고 한다. 이 정도면 호수라기보다 바다라고 해야 할 것 같았다. 호수가 바로 보이는 곳에 숙소를 잡았다. 여러 개의 게르를 숙소로 두고 운영하고 있었는데, 입구에 붙은 이름은 리조트였다. 이틀 동안 이 숙소를 사이에 두고 하루씩 양옆으로 호수를 따라 한참을 걷다가 돌아왔다. 호숫가까지 풀밭이었고 군데군데 소·말·양들이 배설물로 흔적 표시를 해놓았기에 함부로 발을 뗄 수 없어 늘 경계하면서 걸어야 했다. 그 땅 주인인 가축의 허락도 없이 침범한 우리들이기에 그 정도의 수고는 참아야 했다. 어둠은 늦게 찾아왔다. 현지 시각으로 오후 10시한국보다 1시간 늦음 정도 되어야 이제 밤이구나 했다. 별 보기는 자정을 넘어야 했다. 머무는 동안 하루는 구름이 드리워져 별을 많이 볼 수 없었다. 유람선을 타고 호수 안에 있는 섬으로 갔다. 그 섬의 이름은 소원의 섬. 이 섬에서 소원을 빌면 꼭 이루어진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두 소늘 잡고 사랑이 영원하기를 바라는 듯한 연인들이 많이 보였다. 홉스골 호숫가에서 지낸 셋째 날에는 숙소를 다른 게르로 옮기고 등산을 했다. 산 정상에 오르기까지 계속해서 펼쳐지는 초원에다 온갖 야생화 그리고 오를수록 더 넓게 보이는 호수가 장관이었다. 산 정상까지 말들이 풀을 뜯고 있었다. 주인은 보이지 않는데 말 무리는 사람들이 다가가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배 채우기에 열심이었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여유로움을 만끽한 시간이었다. 홉스골은 아침 일출도 장관이었다. 호수 건너편 산에서 동이 틀 무렵 하늘은 붉은색으로 강렬한 인상을 줬다. 해가 뜰 무렵 야크가 떼를 지어 호숫가로 가 물에 들어가는 장면을 이틀 연속으로 목격했다.
"나라 이름을 대한몽골로 바꾸어야 할 것 같다" 홉스골 호숫가에서 사흘을 보낸 일행은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왔다. 한참 동안 비포장 길을 달리다 아스팔트 도로가 눈앞에 들어왔을 때 이제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무릉에서 다시 비행기를 타고 칭기즈칸 공항으로 돌아왔다. 날씨가 맑아 비행기 창문 바깥으로 펼쳐지는 광활한 대초원을 볼 수 있었다. 공항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테를지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테를지 국립공원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관광객들은 주로 거북바위를 찾거나 열트산열드산, 해발 1900m 능선을 걸었다. 열트산에는 푸른 초원 속 각양각색의 기암괴석들이 열병하듯 줄지어 서있고, 온갖 야생화가 끝없이 피어나 있었다. 열트산 전체가 광활한 정원 같았다. 게르로 된 숙소에서 이틀 밤을 지냈다. 어둠이 짙어지면서 게르 앞 의자에 앉아 하늘에 박혀 있는 별들을 감상하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아침에는 말이 게르 앞까지 와서 풀을 뜯는데 신기했다. 몽골을 떠나기 하루 전날 울란바토르로 가는 길에 칭기즈칸 동상을 찾았다. 거대한 기마상 위의 칭기즈칸1162~1227년은 지금도 세상을 호령하는 듯한 기상을 보여주었다. 도로를 가득 메운 차들 사이를 뚫고 울란바토르 시내에 겨우 들어온 일행은 국립박물관 관람에 이어 몽골 독립 영웅 수흐바타르1893~1923년의 이름이 붙은 광장을 둘러봤다. 가는 곳마다 한국인 관광객이 많았다. 선물을 사려고 들렀던 백화점에도 마찬가지였다. 누군가 말했다. "나라 이름을 대한 몽골로 바꾸어야 할 것 같다"라고. 이번 몽골 기행에서 가고 싶었던 고비사막은 일정에 없었다.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일행들은 한결같이 "다시 가고 싶다, 몽골"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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