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살배기 딸, 기적처럼 살아났지만…아빠는 불안만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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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죽었다 살아난 아이예요.” 지난달 26일 서울 양천구 신월동의 한 빌라에서 만난 하린가명·3이가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얼마 전까지 앉지도 못했던 하린이 꼿꼿이 몸을 가누는 모습을 아빠 김윤상가명·47씨는 흐뭇하게 바라봤다. 하린은 태어난 지 얼마 안 돼 뇌사 상태를 겪었다. 의료진은 “드라마틱한 상황은 기대하지 말라”고 했다. 작은 몸으로 수차례 생사의 고비를 넘나든 끝에 하린은 ‘드라마틱’하게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 “기적처럼 살아났다”고들 했다. 하지만 윤상씨 마음 한쪽에선 여전히 조바심이 인다. 기적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어서다. 뇌사 후유증으로 하린이의 두뇌 발달이 또래보다 한참이나 뒤처진데다, 앞으로 어떤 부작용이 송곳처럼 튀어나올지 예측할 수 없다. 뇌가 영구적으로 발달하지 못할 수도, 희귀 난치병이 발병할 소지도 있다고 의료진은 전했다. 몇년 전 추락사고 뒤 윤상씨의 몸 또한 성치 않다. 하린에게 충분한 치료와 지원을 해줄 수 없는 아픈 몸을 원망한다. 빼곡한 주사 자국…넉달 만에 돌아온 아이 2021년 11월생, 하린은 출산 예정일보다 2~3주 일찍 태어났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였다. 친정인 중국으로 갔다가 발이 묶여 1년여 만에 돌아온 아내와 재회한 뒤 생긴 소중한 둘째였다. 엄마 배 속에 있는 동안 탈 한번 난 적 없는 하린이에게 문제가 생긴 건 출산 예정일이 임박해서였다. 태아의 머리가 아래쪽을 향해야 정상 분만이 가능한데 하린은 거꾸로 자리 잡았다. 태아 위치를 교정하는 역아회전술을 받았는데, 되레 산모의 배가 더 불러오는 이상 반응이 나타났다. 분만은 급작스럽게 이뤄졌다. 가까스로 세상 빛을 본 하린은 발작 증상이 심해 태어나자마자 큰 병원으로 옮겨졌다. 병원에서는 하린을 진정시키기 위해 수면유도제와 경련제를 반복적으로 투여했다. 상황은 악화하기만 했다. 두달 남짓의 치료 끝에 담당 의사는 “나는 소아과 교수가 아니라 잘 모른다”고 손을 뗐고, 다른 대형 병원으로 전원할 것을 제안했다.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던 그 순간을 윤상씨가 기억했다. “아기만 살면 되니 시키는 대로 다 했는데, 마지막에는 책임을 회피하는 말을 들었어요. 너무나 비참한 심정이었습니다.” 전원을 위해 앰뷸런스에 실린 하린이의 작은 몸에 주사 자국이 빼곡했다. 옮겨진 병원에서 다시금 진단한 하린의 상태는 심각했다. 뇌출혈로 인한 뇌사 상태였고 쇄골빗장뼈도 부러져 있었다. “너무 늦었다” “왜 이제야 왔느냐” “애를 다 죽여놨다”는 의료진 말이 비수처럼 박혔다. 윤상씨는 “제발 살려만 달라”고 애원했다. 피 말리는 기다림이 시작됐다. 윤상씨는 부모도 출입이 불가능한 신생아 중환자실 앞에서 먹고 잤다. 필요할 때마다 아기용 물티슈, 기저귀 등 육아용품을 사 날랐다. 그렇게 곁을 지킨 지 넉달 만에, 하린이 회복했다. 기적을 증명하는 드라마였다.
기적 이후 불안한 현실 현실에서 기적은 다만, 그 자체로 해피엔딩을 맺을 수 없었다. 이후 불안한 하린의 상태가 이어졌다. 하린이는 소아성 뇌사로 인한 뇌전증 및 뇌병변 진단과 함께 추적진료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았다.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회복된 희귀한 사례라 병력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알 수 없어 경과를 살펴봐야 한다는 뜻이다. 갑자기 뇌 발달이 진전될 수도 있고, 반대로 영구히 발달을 못 할 수 있다. 발작 가능성 때문에 구체적인 상태를 진단하기 위한 뇌 엠아르아이MRI 검사도 내년은 돼야 가능하다고 한다. 뇌사 후유증으로 하린의 두뇌 발달은 또래보다 뒤떨어진다. 의료진에 따르면 세살 하린의 뇌 발달 수준은 갓 돌이 지난 아기에도 못 미친다고 한다. 아이들은 통상 생후 1년 무렵 첫걸음마를 떼지만, 하린은 앉아서 몸을 움직이는 것만 가능하다. 인지능력도 떨어지는데다, 언어능력도 아직 옹알이 수준에 그친다. 코앞에서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고 손짓을 해보아도, 하린은 좀처럼 반응하지 않았다. 정상적인 식사도 어렵다. 이유식 등 고형식을 먹을 나이인데, 하린은 아직 분유를 먹는다. 그조차 묽게 탄 것만 먹을 수 있다. 신생아 때 튜브로 유동식을 섭취한 부작용으로 식도 발달이 더뎌 조금이라도 걸리는 음식물은 잘 삼키질 못한다. 윤상씨는 “영양상으로 걱정이 된다”며 “잘 먹어야 회복도 하는데 하린이는 그렇지 못하다”고 했다. 하린에게 놓인 낯선 병명의 유전병 가능성이 특히 윤상씨의 걱정을 키운다. 유전자 검사 결과 하린은 희귀 유전 질환인 로즈증후군이 발병할 소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면 비대나 손발 비틀림 같은 증상을 동반하는 질환인데, 하린의 경우 태어날 때 입은 뇌 손상이 발병인자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뇌출혈에 동반되는 눈 속 출혈인 터슨증후군, 갑상선 기능 저하증도 하린은 함께 앓고 있다. 윤상씨는 “살아난 것만도 다행”이라면서도 “부모 입장에선 아이가 조금이라도 더 건강한 삶을 살아가길 바라지 않느냐”며 안타까운 마음을 내비쳤다. 사고 뒤 일하기 힘든 아빠의 몸 이 모든 불안한 상태를 딛고 조금이라도 건강을 회복하길 바라는 부모 마음은 현실적인 벽에 부닥쳤다. 하린의 추가적인 뇌 손상 등을 막기 위한 입원 치료를 경제적 어려움으로 중단해야 했다. 윤상씨는 수억원에 달하는 병원비를 감당하기 위해 은행 대출을 받았고, 은행 대출금을 갚기 위해 캐피탈, 캐피탈을 막기 위해 사채를 썼다. 빚이 빚을 부르는 악순환에 이자를 포함한 상환액은 원리금의 2배를 뛰어넘었다. 다달이 갚아야 할 돈만 한때 700만원에 이르렀다. 하린의 병원비는커녕 네 식구가 생활할 최소한의 생활비조차 쥘 수 없었다. 중국에서 쌀농사를 짓는 장인 장모가 한해 소득을 전부 건네며 도움을 줬지만, 무섭게 늘어나는 빚을 다 갚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월 300만원에 이르는 하린의 발달 치료 또한 꿈꿀 수 없다. 온 신경이 하린에게 쏠려 있지만, 윤상씨의 몸 상태 또한 녹록지 않다. 에어컨 설치 기사로 일했던 그는 2018년 4층 높이에서 추락하는 사고로 얻은 후유증 탓에 일을 거의 못 하고 있다. 13년 전 진단받은 뇌졸중 증상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데, 아픈 딸이 눈에 밟혀 제 몸을 위해 병원에 가본 적은 없다. 윤상씨는 “젊은 객기로 일할 때는 아픈 것도 모르고 일했는데, 사고 후 온몸에 누적된 피로와 아픔이 한꺼번에 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며 “이제는 자꾸 손이 굳어 도저히 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하린의 점심시간. 젖병에 분유를 타는 윤상씨를 보며 하린이가 흥에 겨운 듯 옹알이를 했다. 윤상씨는 하린의 티 없이 해맑은 얼굴을 보고 있으면 가끔 이상한 기분이 든다고 했다. 하린이가 겪어온 그 모든 아픔이 전부 허구이고, 거짓인 것만 같다. “겉으로만 보면 너무 정상처럼 보이는데.” 윤상씨는 조바심이 날 때면 하린의 주치의 선생님이 한 말을 떠올린다. “살아난 것 자체가 기적”이라는 말. 윤상씨를 덮치는 막연한 불안은 눈앞에 기적 자체인 하린의 존재 덕분에 잠시 가라앉는다. 캠페인에 참여하시려면 하린이네 가족에게 도움을 주시려는 분은 계좌로 후원금을 보내주시면 됩니다. IBK기업은행 148-013356-01-136, 예금주 : 대한적십자사 또 다른 방식의 지원을 원하시는 분은 대한적십자사1577-8179로 문의해주십시오. 후원에 참여한 뒤 대한적십자사로 연락하시면 기부금 영수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모금 목표액은 2000만원입니다. 후원금은 하린이의 치료비와 생계비로 사용될 예정입니다. 2000만원 이상 모금될 경우, 하린이처럼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위기가정에 지원될 예정입니다. 대한적십자사는 하린이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살피며 후원금을 투명하고 성실하게 전달하겠습니다.
보도 이후 한겨레와 월드비전이 함께한 ‘나눔꽃 캠페인’을 통해 어려운 환경과 장애에도 불구하고 수영 선수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우진이의 사연한겨레 7월 1일치 13면이 소개된 뒤 816만7320원8월 1일 기준의 정성이 모였습니다. 일시계좌 후원자 137분은 “우진아 힘내!”, “우진이의 꿈이 계속되길 바란다”며 응원의 메세지와 함께 마음을 전해주셨습니다. 월드비전은 “우진이가 수영선수의 꿈을 잃지 않도록 따뜻한 마음을 보내주신 후원자께 감사드린다”며 “소중한 마음은 우진이의 가정에 잘 전달하겠다”고 전해왔습니다. 우진이에게 보내주신 후원금은 우진이의 꿈이 이어질 수 있도록 교육비와 수영 관련 용품 구입비, 수영대회 참가비, 생계비 등으로 전달될 예정입니다. 우진이의 가정에 따뜻한 마음을 전해주신 모든 후원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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