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그만 좀 맞고 싶어. 욕먹는 거야 참으면 되지만 맞는 게 너무 아프고 힘들어. 현대판 노예가 있다면 나인 것 같아."
2015년 8월 5일, 제자 A 씨당시 29를 현대판 노예로 전락시킨 경기지역 B 대학 장 모당시 52 전 교수가 검찰에 구속기소 됐다. 감금, 폭행에 인분까지 먹이고도 고작 징역 8년을 선고받은 장 교수는 곧 출소를 앞두고 있다.
◇교수 꿈꾼 20대男, 3년간 노예 됐다…"인분 먹고 폭행당했다"
장 전 교수는 지난 2010년 제자 A 씨에게 자신이 운영하는 디자인 학회 사무국에 입사시켰다. 이 협회에는 장 전 교수의 사촌 장 모당시 24 씨와 A 씨의 동문인 김 모29 씨 그리고 여제자 정 모26 씨도 재직 중이었다.
교수가 되고 싶었던 A 씨는 꿈에 한 발짝 더 다가선 줄 알았으나, 장 교수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2013년부터 약 3년간의 지옥 같은 나날이 시작됐다.
장 전 교수는 실시간 스트리밍 플랫폼을 이용해 A 씨를 24시간 감시했다. 카메라 속 A 씨가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하면 직원 3명을 통해 불호령을 내렸다.
장 전 교수가 A 씨를 포함해 직원 3명과 함께 있는 단체 대화방에서 "확 죽일까? 이 바쁜 시국에 너 오늘 업무방해, 지장 초래한다. 너 지금 계속 성질 돋우지? 쓰싸 5대"라고 지시하면, 직원들이 이를 실행에 옮겼다.
여기서 쓰싸는 슬리퍼로 뺨을 때리는 것을 의미하며 장 전 교수가 만든 체벌이라고 알려졌다. 이외에도 그는 슬리퍼로 머리를 때리는 쓰대나 소변이나 인분 등을 모아둔 종이컵을 특별한 컵이라 칭하고 먹게 시키기도 했다.
A 씨가 특별한 컵을 먹지 못하자, 교수는 "포도주라고 생각하고 먹어라"라고 강요하며 먹지 못하면 폭행을 일삼았다. A 씨는 무려 소변 30여차례, 인분은 15차례나 강제로 먹었다고.
이외에도 장 전 교수는 A 씨를 2~3일씩 굶기거나 잠을 재우지 않았고, 한 팔로 1시간 동안 엎드려뻗쳐 있기, 앉았다 일어나기 1000회 등 가혹행위를 이어갔다.
A 씨는 지적당하고 체벌당한 내용을 비호감/지적 사항이라는 제목으로 매일 장 전 교수에게 제출까지 해야 했다.
2014년 11월에 병원을 찾은 A 씨의 몸은 그야말로 만신창이였다. 야구방망이로 폭행당해 전치 6주의 상해를 입은 상태였고, 손발이 묶인 채 뒤집어쓴 비닐봉지 안에서 고추냉이 농축액이 담긴 호신용 스프레이를 40여차례 맞아 2도 화상을 입었다.
A 씨의 허벅지는 괴사했으며 어깨뼈 골절, 왼쪽 무릎은 수술이 시급했으나 헤모글로빈 수치가 낮아 수혈을 받은 끝에야 수술대에 오를 수 있었다.
당시 보호자로 온 장 전 교수는 제자를 끔찍이 아끼는 교수로 변신했다. "환자 안정을 위한 제일 좋은 방법으로 치료해달라"고 부탁한 장 전 교수의 발언에 담당 의사는 "되게 점잖고 예의 발랐다"고 평가할 정도였다.
A 씨는 퇴원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귀에 염증이 가득 찬 모습으로 병원에 왔다.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었지만, A 씨는 빠른 퇴원을 요구했다. 얼굴과 온몸에 멍이 든 A 씨가 서둘러 돌아가야 할 곳은 장 전 교수가 있는 오피스텔이었다.
◇"일 못해서 회사 손해" 1억 넘는 채무이행 각서…알바도 시켰다
장 전 교수 일당은 A 씨를 금전적으로 착취하기도 했다.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30만 원 정도의 월급만 줬고, 갖가지 핑계를 대며 벌금이라는 명목으로 돈을 뜯어냈다.
이에 A 씨는 제2금융권에서 돈을 빌려 총 4000만 원의 빚을 지기도 했다. 또 일을 잘하지 못해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는 이유로 1억1000만원 상당 채무이행 각서를 쓰게 한 뒤 변호사에게 공증을 불법적으로 받아냈다.
이후 장 전 교수는 빚을 갚으라고 독촉하며 한 식당에서 A 씨를 아르바이트시켰고, 결과적으로 이는 장 전 교수가 제 꾀에 넘어가게 된 계기가 됐다.
아르바이트 동료가 탈의실에서 옷 갈아입는 A 씨 온몸에 있던 상처를 보고 이에 대해 집요하게 캐물었고, 망설이던 A 씨는 조심스럽게 피해 사실을 털어놨다.
그렇게 A 씨는 동료의 도움을 받아 대화 내용을 캡처하거나 소형 녹음기로 녹음하는 등 증거를 수집하기 시작했고, 2년 8개월 만에 지옥의 오피스텔에서 탈출했다. 그 당시 A 씨가 친구와 한 통화에는 "모든 게 무서웠다. 난 노예가 됐다"며 울분을 터뜨리기도 했다.
장 전 교수와 직원들은 도망친 A 씨를 찾아다녔다. 장 전 교수는 A 씨가 일한 식당을 찾아 "우울증이 심하고 불쌍한 아이인데 어제부터 집에 안 들어왔다"고 말하는가 하면, A 씨 어머니에게는 "애가 관둔다고 하면 하고 싶은 대로 해주고 싶다. 저도 자식 키우는 사람으로서 궁극적인 목표는 A 씨가 잘 되게 하는 것"이라고 연기했다.
A 씨는 고통스러웠던 그때를 회상하며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냐고 묻고 싶다. 내가 죽음에 가까운 고통을 이겨내야 할 만큼 죄를 지은 건지. 농담이 아니라 난 거기서 죽었을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동료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내사에 착수했고, 2015년 7월 14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장 전 교수와 직원 2명을 구속했으며 여직원은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수사에서 장 전 교수의 여죄도 드러났다. 그는 준공공기관에서 지원하는 보조금 3300만 원을 가로채고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협의회 회비 1억1400만 원을 횡령한 혐의가 포착됐다.
특히 장 전 교수는 여기서 빼돌린 돈을 여직원 정 씨의 등록금과 오피스텔 임대료를 내주는 데 사용했다. 또 고급 외제차나 유명 리조트 회원권을 구입하는 등 호화생활을 누렸다. 장 전 교수는 공금 사적 운용에 대해 "취득할 의사는 없었고 잠시 빌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엽기 가혹행위에 변호사도 사임…"제자 발전 위해" 황당 해명
경찰 조사에서 장 전 교수는 "제자 발전을 위해 그랬다"며 경찰조차 납득가지 않는 해명을 했다. 당초 범행을 부인하던 그는 각종 폭행 및 학대에 대한 증거가 제시되자 이를 인정했고, 잘못에 대해 시인했다.
A 씨는 "가해자 직원들은 경찰에 신고된 이후 처음엔 엄청 거만했다"며 "나중엔 경찰서 가서 울고불고 난리 쳤다더라. 우리 집에 계속 찾아와서 합의해달라고도 했다. 처음엔 믿을 뻔했는데 3대 로펌 섭외했으니 다시 한번 생각해 봐라고 하더라. 그게 할 얘기냐"고 분노했다. 당시 A 씨는 합의를 거부하고 가해자 4명 모두 합당한 처벌을 받길 원한다며 강력한 처벌 의사를 밝혔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결국 장 전 교수 측 변호사가 도저히 그를 변호하지 못하겠다며 사임계를 제출하기도 했다. 사건이 알려진 지 일주일만이었다.
2015년 8월 5일 장 전 교수는 구속기소와 가혹행위에 가담한 직원 2명이 구속기소 됐고, 여직원 정 씨는 불구속기소 됐다. 전날 장 전 교수는 재직했던 B 대학교에서 파면 처분을 받았다.
첫 공판에서 장 전 교수와 직원 2명은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다만 불구속 기소된 정 씨는 변호인을 통해 "범행도구를 구매하고 현장에 있었던 것은 맞지만 폭행 등에 실질적으로 가담하지는 않았다"며 일부 혐의를 부인했다.
1심에서 장 전 교수는 징역 12년, 직원 김 씨와 조카 장 씨는 징역 6년 그리고 여직원 정 씨는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장 전 교수 일당은 모두 항소했고, 특히 장 전 교수는 구타 일부와 횡령 혐의 일체를 부인했다.
항소심 2차 공판에서는 A 씨와의 합의서를 제출했다. 이에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재판부는 "피해자가 제출한 합의서가 본인의 자발적 의사로 작성됐으며 진정성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며 이들 전원 형량을 대폭 줄였다. 그 결과 장 전 교수는 징역 8년, 조카 장 씨는 징역 4년, 직원 김 씨는 징역 1년 6개월 그리고 정 씨는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김 씨를 제외한 나머지는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2016년 8월 30일 상고가 기각돼 원심이 확정됐다. 이에 따라 장 전 교수는 징역 8년, 장 씨는 징역 4년, 김 씨는 징역 1년 6개월, 정 씨는 징역 2년을 확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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