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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이유 묻자 "몰라요"…잇단 도심 흉기 강력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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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37회 작성일 24-08-05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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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기사
도심서 일본도·환경미화원 살해
‘이상동기 범죄’에 불안감 확산

살인 이유 묻자

직장인 이모32씨는 이번 주부터 출퇴근길에 호신용 스프레이를 가지고 다니기로 했다. 그는 지난해 7월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 직후 스프레이를 샀다. 이후 1년여간 집에 두고 다니다가 최근 흉기 범죄가 잇따르자 다시 스프레이를 꺼냈다. 이씨는 4일 “서울에서 연이어 끔찍한 범죄가 일어나서 불안하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 도심에서 흉기를 사용한 강력 범죄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시민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2일까지 서울에서 발생한 흉기 사용 강력범죄는 무려 7건에 달한다. 하루에 약 한 건꼴로 범죄가 발생한 셈이다.

지난달 29일 은평구 아파트에서 이웃을 일본도로 공격해 살해한 백모37씨가 검거됐다. 지난 2일에는 숭례문 광장 앞 지하보도에서 환경미화원인 60대 여성을 흉기로 살해한 리모71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리씨는 길이 20㎝ 가위를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민들이 불안에 떠는 이유는 이들의 범행 동기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아무런 이유 없이 모르는 사람의 잔혹한 범행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도 살인’ 피의자 백씨는 범행 동기를 묻자 “나라를 팔아먹은 김건희와 중국 스파이를 처단하기 위해서”라며 황당한 진술을 내놨다.

이날 리씨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면서 왜 범행을 저질렀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몰라요”라고 답했다. 그는 앞서 경찰 조사에선 “물을 달라고 했는데 피해자가 주지 않았다. 나를 무시한다고 느꼈다”며 홧김에 범죄를 저지른 듯한 진술을 했다. 서울중앙지법은 리씨에 대해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최근 범죄 발생 장소가 아파트 단지 내, 시내 중심가의 지하보도 등 일상적인 공간이라는 점도 시민들이 우려하는 대목이다. 일본도 살인 피해자 A씨43는 잠시 담배를 피우러 나왔다가, 환경미화원 조모64씨는 평상시처럼 지하보도 청소를 하다가 참변을 당했다.

대학생 김모26씨는 “요즘은 길을 걸어 다닐 때도 사람들 눈을 마주치지 말고 땅바닥만 보고 다녀야 하는 것 아니냐고 친구들끼리 이야기한다”며 “특히 그나마 안전하다고 느꼈던 아파트 단지 내에서 끔찍한 범죄가 일어났다는 게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불특정인에게 구체적 동기 없이 저지르는 ‘이상동기 범죄’는 지난해부터 올해 1분기까지 총 53건 발생했다. 1년 전 신림역·서현역 등 흉기 난동 사건 이후에도 여전히 적잖은 이상동기 범죄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상동기 범죄의 경우 명확한 이유나 뚜렷한 패턴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에 범죄 발생을 예측하거나 관련 대책을 내놓기도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경찰이 사전 예방에 더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일본도 살인 사건 전에 피의자 백씨 관련 112 신고가 7회 접수됐던 것은 명백한 범죄 전조 증상으로 볼 수 있다”며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이 관리 인물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공조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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