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35년 빌라 물 샌다고 다투더니"…주민들 검은 재 보며 "안타깝다" > 사회기사 | society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사회기사 | society

[르포]"35년 빌라 물 샌다고 다투더니"…주민들 검은 재 보며 "안타깝다"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수집기
댓글 0건 조회 81회 작성일 23-06-20 05:30

본문

뉴스 기사


[르포]quot;35년 빌라 물 샌다고 다투더니quot;…주민들 검은 재 보며 quot;안타깝다quot;

층간 누수 갈등으로 살인 사건이 발생한 신월동의 다세대 주택 현장. 2023.6.19/뉴스1 ⓒ News1 이기범 기자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지어진 지 30년이 넘어 물이 다 샌다. 누수를 고치려 해도 누구는 돈을 내겠다, 누구는 안내겠다고 하니 의견 모으기가 어렵다."

19일 오후 찾은 서울시 양천구 신월동의 한 다세대 주택. 움푹 꺼진 반지하에서 지상 3층으로 이어지는 이 건물은 1988년 4월 완공된 35년 노후 빌라다. 김포공항과 가까워 항공기 소음도 괴롭다. 땅 위의 건물은 낡아 물이 새고 비행기 소리는 귀를 먹먹하게 한다. 이 빌라의 층간 누수 갈등이 살인으로 이어졌다.

지난 14일 70대 여성 A씨를 살해한 뒤 불을 지르고 달아났다가 체포된 30대 정모씨는 경찰에서 "층간 누수 문제로 다투다 범행을 저질렀다"고 시인했다.

신월동에서 30년 넘게 산 미용실 사장 B씨66·여도 두 사람이 층간 누수 문제로 다투는 모습을 여러 번 봤다고 말했다. 3층 정씨 집에서 물이 새 2층 A씨 집을 적셨을 것으로 보인다.

A씨와 정씨가 사는 연립주택의 반지하에 거주하는 이모씨90는 "배관이 터져 장판이 젖기도 했다"고 누수 문제의 실상을 설명했다.

B씨는 동네에 30년 넘은 집이 많아 물이 많이 샌다고 말한다. 근처 부동산 공인중개사 C씨 또한 "조금씩 사정은 다르지만 건물이 다 30년이 넘어 물이 샐 수 있다"며 "눈에 보이지 않는 실금으로 빗물이 스며든다"고 고개를 저었다.

뉴스1 취재에 따르면 3층 세입자 정씨는 거주가 일정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정씨 집 우편함에는 자동차세 체납 고지서, 도시가스요금 청구서 등 고지서가 10통 넘게 쌓여 있었다. 폴리스라인이 처진 정씨의 집 문 앞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의 공공주택거주실태조사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세 차례 방문에도 정씨가 응하지 않아 3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B씨는 "정씨가 한 번 나가면 몇 개월씩 있다가 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에도 나간 지 4개월 만에 돌아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씨의 부재로 누수 문제 해결이 어려워지면서 갈등이 더 커졌을 가능성이 있다.


신월동 다세대 주택의 방화 흔적. 2023.6.19/뉴스1 ⓒ News1 이기범 기자




연립주택에는 아직 흔적이 남아 있었다. 입구부터 검은 재가 층층이 쌓여 있고 불에 탄 냄새가 코끝에 진동했다. 불이 난 2층 베란다 창틀도 그날의 자국을 검게 남기고 있었다.

화재는 주민들에게 충격이었다. 한 주민은 "사람이 죽었으니 숨도 못 쉴 정도로 충격"이라고 호소했다.

정씨는 19일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서울남부지법에 나왔다가 "왜 불을 질렀나"는 취재진의 질문에 "너무 무서워서"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도 "죄송하다"고 반복하며 계획범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날 오후 서울남부지법 김지숙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정씨에 대해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서울시는 연립주택이 있는 지역의 재개발을 추진 중이다. 30년 이상 된 건물이 87%나 된다.


층간누수 문제로 다투던 이웃 70대 여성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정모씨가 19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3.6.19/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층간 갈등에 따른 분쟁은 계속 늘고 있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층간소음 상담 건수가 2019년 2만6257건에서 2020년 4만2250건, 2021년 4만6596건으로 증가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한국 주거 시설의 구조 문제가 소음·누수 등 층간 갈등을 증폭한다고 짚었다.

김 교수는 "같은 동네 사람이라고 느낄 공동체 커뮤니티가 없어 작은 갈등이 더 커진다"며 "낙후된 주거지역은 갈등 가능성이 더 높다"고 설명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연립주택은 층간 문제의 기준이 엄격하지 않던 시절 많이 지어졌는데 장마철 비가 오면 누수 등 문제로 감정 싸움을 할 가능성이 있다"며 "교류가 없는 상태에서 문제가 계속 쌓이면 감정이 악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Ktiger@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회원로그인

회원가입

사이트 정보

회사명 : 원미디어 / 대표 : 대표자명
주소 : OO도 OO시 OO구 OO동 123-45
사업자 등록번호 : 123-45-67890
전화 : 02-123-4567 팩스 : 02-123-4568
통신판매업신고번호 : 제 OO구 - 123호
개인정보관리책임자 : 정보책임자명

접속자집계

오늘
1,314
어제
1,540
최대
2,563
전체
409,826
Copyright © 소유하신 도메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