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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문항으로 돈 번 학원, 여전히 "우리만 믿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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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수집기 작성일 23-06-26 03:07 조회 10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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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입시설명회’ 북적

2023년 6월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대형 입시학원에서 열린 고3 입시설명회에 학부모들이 참석해 강사의 말을 듣고 있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입시설명회엔 학부모 150여 명이 참석했다.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킬러 문항’을 배제한다는 정부·여당의 발표에 따라 입시 학원들은 학부모 대상 입시설명회를 열고 있다./오유진 기자

2023년 6월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대형 입시학원에서 열린 고3 입시설명회에 학부모들이 참석해 강사의 말을 듣고 있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입시설명회엔 학부모 150여 명이 참석했다.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킬러 문항’을 배제한다는 정부·여당의 발표에 따라 입시 학원들은 학부모 대상 입시설명회를 열고 있다./오유진 기자

지난 23일 오후 6시 30분.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대형 입시 학원 앞은 학부모들로 북적였다. 이날 이 학원에선 유명 ‘입시 센터장’이 진행하는 비공개 고3 입시 설명회가 열렸다. 지난 19일 정부의 대학수학능력시험 ‘킬러 문항 배제’ 방침이 발표된 지 4일 만이다.

이곳은 대치동 사교육 시장을 주도하는 대형 학원 중 하나다. 특히 ‘킬러 문항’ 대비 자체 모의고사로 유명해 주말에는 전국 수험생 1만여 명이 몰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공개 입시 설명회에 나온 강사는 학부모들에게 “우리가 만드는 교재만 믿고 따라오면 된다”고 했다.

비공개 입시 설명회는 참석부터 까다로웠다. 무료였지만, 예약한 학부모만 입장할 수 있었다. 학원 관계자들은 설명회를 진행하는 강의실 입구에서 학부모들의 예약 번호를 확인했다. 60㎡의 강의실 안에는 30cm 간격으로 붙어 앉은 학부모 150여 명이 들어찼다. 학부모들은 책상 앞으로 의자를 바짝 끌어 앉은 채 마이크를 든 강의자의 말을 필기했다.

강사 A씨가 마이크를 들고 “많이 혼란스러우시죠?”라고 하자 학부모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A씨는 정부의 이번 킬러 문항 배제 조치에 대해 “아무리 봐도 교육과정에서 벗어난 문제를 출제한 걸 본 적 없다”고 했다.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은 ‘킬러 문항’이 수능에 출제되는 것이 문제라고 했던 정부 입장을 반박한 셈이다. 그러면서 그는 “모든 교과서의 지엽적인 내용을 학생 혼자 정리하기 힘드니까 학원 연구소에서 출제하고 만드는 모의고사, 교재만 믿고 따라오면 된다”고 했다.

A씨는 “정부 발표 이후 연구소에서 많은 회의를 하고 있지만, 전혀 기존 공부 방향을 틀 이유가 없다”며 “원래 시험이라는 것이 출제하는 사람에 따라 들쭉날쭉한 것이기 때문에 원래 하던 대로 준비시키겠다”고 했다. 자신들의 사교육 커리큘럼을 따르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그는 다음 달 열리는 특강과 커리큘럼을 소개하며 자신이 만든 모의고사와 문제집도 홍보했다.

이 학원 입시 센터장은 강의실 앞 초록색 칠판에 입시 전략 자료 화면을 띄웠다. 그는 “여기서만 공개하는 자료”라며 학원에서 나눠준 자료 책자엔 없는 내용을 보여줬다. 앞줄에 앉아있던 학부모 10여 명이 휴대전화를 들고 사진을 찍기 시작하자, 뒷줄 학부모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따라 찍었다. 학원이 공개한 자료에는 ‘2023년 대학별 환산 점수 누적 백분위’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학원 관계자는 설명회에 대해 “외부인들은 안 받고, 입시 컨설팅도 재원생 위주로만 진행하고 있다”며 “온라인으로 동시에 진행되는 설명회 역시 예약한 학부모들에게만 인터넷 주소를 안내했다”고 했다. 이 학원의 연간 매출은 3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치동 입시 학원들은 킬러 문항을 배제한다는 정부·여당의 발표를 계기로 오히려 입시 설명회를 열고 있다고 한다. 수능 출제에 변화가 예정돼 있어 불안해진 학부모들을 상대로 “우리 학원의 특강, 강의를 들으면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홍보하고 있다고 한다.

이날 설명회에서 나눠준 자료를 돌돌 말아 가져가던 고3 학부모 B씨는 “1시간 만에 예약 마감될 정도로 입시 설명회 인기가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예약을 놓쳐서 오늘23일 학원까지 찾아왔지만 아예 못 들어온 경우도 봤다”고 했다. 고1 자녀를 둔 학부모 이모46씨는 “입시 설명회가 뜨면 무조건 예약하고 대치동 학원 4~5곳을 돌아다니는 경우도 많다”며 “6월 모의고사가 끝나고 고3 마지막 기말고사를 둔 상황에서 불안감이 커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대치동 학원가에서는 “킬러 문항이 배제되면 앞으로 ‘준 킬러 문항’을 잘 가르치는 곳으로 학생들이 몰릴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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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진 기자 oujin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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