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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송 비극 그날…구원받은 손으로 또 다른 생명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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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86회 작성일 23-07-19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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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인 2명이 릴레이 구조

정영석씨의 상처투성이 손 - 18일 만난 증평군 공무원 정영석씨가 탈출 과정에서 생긴 양손의 상처를 들어 보이고 있다. 정씨의 아내가 입원해 있는 경북 구미시 한 병원에서 그를 만났다. 정씨는 화물트럭 기사 유병조씨에게 구조된 뒤, 자신도 여성 2명을 구했다. /장련성 기자

정영석씨의 상처투성이 손 - 18일 만난 증평군 공무원 정영석씨가 탈출 과정에서 생긴 양손의 상처를 들어 보이고 있다. 정씨의 아내가 입원해 있는 경북 구미시 한 병원에서 그를 만났다. 정씨는 화물트럭 기사 유병조씨에게 구조된 뒤, 자신도 여성 2명을 구했다. /장련성 기자

지난 15일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의 침수 현장에서는 의인義人 두 명의 ‘릴레이 구조’로 6명의 생명이 죽음의 위기에서 벗어났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진 지난 15일 오전 8시 40분쯤 증평군 공무원 정영석45씨는 티볼리 승용차를 몰고 궁평2지하차도로 진입했다. 출근하기 위해 증평으로 가는 길이었다. 지하차도 바닥은 이미 자동차 바퀴 절반 정도 물이 차 있었다. 200m쯤 들어갔을 때 갑자기 차가 멈춰 섰고 작동이 안 됐다. 전기는 살아있었는지 창문은 열렸다. 그는 “순식간에 물이 차올랐고 차가 붕 뜨는 기분이 들어서 창문으로 빠져나왔다”고 했다.

유병조씨

유병조씨

물은 허리쯤 차 있었다. 조금이라도 높은 곳에 올라서려고 도로 가운데 있는 40~50㎝ 높이의 기둥 받침을 밟고 올라섰다. 다른 차에서 나온 남성 2명과 여성 1명도 정씨 옆에 붙어 섰다. 그것도 잠시, 갑자기 물살이 휘몰아쳐 차가 있던 자리로 되돌아갔다. 이미 물은 턱밑까지 차올랐다. 움직일 때마다 얼굴이 잠길 정도였다. 정씨는 헤엄쳐 차 지붕에 올라섰다. 뒤따르던 20대 여성이 “살려 달라”고 소리쳐 손을 잡아 자신의 차 지붕으로 끌어올렸다. 이 여성 주머니에 휴대폰이 있어 “오송 지하차도인데 물이 차서 고립돼 있다”고 119에 신고도 했다. 정씨는 “이렇게 되기까지 불과 3~4분밖에 안 걸린 것 같다. 순식간에 에어포켓숨 쉴 공간이 사라질 만큼 천장까지 물이 꽉 차서 죽을 것 같았다”고 했다.

그때 천장에 달려 있는 전등 바로 아래 폭 10㎝ 정도의 철제 받침대가 정씨의 눈에 들어왔다. 수위가 계속 차오르니 손은 금방 닿았다. 당시 수위는 천장에서 50cm도 채 남지 않았었다. 그걸 철봉처럼 잡고 옆으로 옆으로 이동했다. 정씨가 구한 여성 등도 뒤따랐다. 그렇게 20여 분 동안 200m가량을 이동했다. 정씨는 “맨 끝에서 오던 남자 한 분은 결국 손을 놓쳐 물길에 휩쓸려 사라졌다”며 “중간에 포기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물을 먹어 여러 번 죽을 뻔하기도 했다”고 했다.

일러스트=박상훈

일러스트=박상훈

가까스로 지하차도 끝까지 오니 더 막막했다. 힘이 빠져 물에 떠내려온 스티로폼 조각을 붙들고 물에 떠 있었다. 이때 터널 위 난간에 사람들이 보였다. 정씨는 “구해 달라”고 소리쳤고, 누군가 손을 내밀어 정씨를 난간 위로 끌어올렸다. 먼저 탈출한 화물트럭 운전기사 유병조44씨였다. 정씨는 “그 기사분은 나 말고도 4명을 더 구한 것 같다”며 “그렇게 구조된 뒤 나도 유씨와 함께 물에 떠내려온 여성 2명을 구했다”고 했다. 정씨에게 구조된 20대 여성은 “버스에서 나왔다. 기사님이 유리를 막 깨면서 승객들 탈출을 도왔다”며 울먹였다고 한다.

14t 화물트럭을 몰고 지하차도로 들어갔던 유씨는 앞서 가던 747번 급행버스가 시동이 꺼지며 멈춰 서는 바람에 갇혔다. 운전기사를 포함해 6명이 목숨을 잃은 그 버스다. 유씨는 한 방송에서 “같이 탈출해 보려고 버스를 뒤에서 받았는데, 안 밀리더라. 그러다 내 차도 시동이 꺼져버렸다”고 했다. 유씨는 창문을 부수고 트럭을 빠져나와 지붕으로 올라갔고, 트럭 사이드미러에 매달려 버티고 있는 20대 여성을 트럭 지붕으로 끌어올렸다고 한다. 트럭은 절반쯤 밖으로 나와있는 상태여서 난간에 올라설 수 있었다.

유씨에 의해 구조된 여성의 부모는 언론 인터뷰에서 “딸이 ‘저는 힘이 없으니까 이 손 놓으시라’고 했는데 기사분이 끝까지 손을 놓지 않고 높은 곳으로 끌어올려줬다고 한다. 자신도 힘들었을 텐데 포기하지 않고 딸을 구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정씨는 “유씨가 아니었으면 정말 죽을 뻔했다”며 “남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졌는데, 죽어가는 사람을 보고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었겠느냐”고 했다.

시민들끼리의 구조가 마무리된 뒤 난간 위에는 정씨와 유씨를 포함해 남성 4명과 여성 4명이 있었다. 이날 침수 사고 당일 생존한 9명 중 8명이 서로가 서로를 도우며 살아남은 것이다.

이들 8명은 이날 난간 위에서 50여 분 동안 고립돼 있었다. 몸에 로프를 묶은 구조대원 한 명이 와서 유씨가 먼저 탈출했고, 이어 구조대의 고무보트가 도착하자 시민들은 여성 4명을 먼저 태워 보냈다. 이들은 탈출 과정에서도 서로를 먼저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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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조재현 기자 jbs@chosun.com 청주/신정훈 기자 news1724@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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