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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 외벽 타고 200만 원 훔친 서울대 장발장…풀어준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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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4회 작성일 24-11-11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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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씨가 검사실에 전달한 편지 발췌

서울대 건물 외벽을 타고 연구실 등에 들어가 8년간 200여만 원을 훔쳤다가 구속된 60대 노숙인이 검찰의 선처로 풀려나게 됐습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는 2016년 4월부터 지난달까지 서울대 일대에서 9차례에 걸쳐 총 219만 4천 원 상당의 현금·상품권을 훔치거나 훔치려 한 혐의야간 건조물 침입 절도 및 미수로 구속 송치된 김 모67씨의 구속을 취소하고, 취업 교육 이수를 조건으로 기소유예 처분했다고 8일 밝혔습니다.

기소유예는 범죄 혐의는 인정되지만, 범행 동기와 결과 등을 고려해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지 않기로 하는 것입니다.


향후 사정 변경이 생기면 유예했던 것을 거두고 기소할 수 있습니다.

검찰에 따르면 과거 자전거 대리점을 운영했던 김 씨는 사업 실패 후 교통사고로 크게 다쳐 일용직 노동조차 할 수 없게 되자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관악산에서 노숙 생활을 했습니다.

실종 선고가 나면서 약 12년간 사망자로 간주돼 기초생활보장 등의 복지 혜택도 받지 못했습니다.

김 씨는 외벽 배관을 타고 창문을 통해 연구실이나 사무실에 침입했으나 고가의 물품을 훔친 적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검찰은 "김 씨가 굶주림을 이기지 못해 범행했고, 사연을 접한 서울대 교수와 임직원 등 피해자 10명이 모두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점 등을 종합해 기소유예 처분했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은 김 씨가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실종선고 취소를 청구해 법원의 인용 결정도 받았습니다.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과 연계해 취업 지원 등의 갱생 보호 프로그램도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김 씨의 사연을 딱하게 여긴 초임 검사가 주도적으로 이를 추진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 씨는 검사실에 "세상에는 따뜻하고 약자를 보듬어주는 분들이 계신다는 것을 알게 됐다. 과거를 반성하고 마련해 주신 새로운 터전에서 열심히 한번 살아보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전달했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앞으로도 사안의 구체적 사정을 세심히 살피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따뜻한 검찰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서울중앙지검 제공,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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