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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획물 운반선 기다리던 중 갑자기 기우뚱…20~30초 만에 전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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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5회 작성일 24-11-09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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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서 어선 침몰, 14명 사망-실종

‘만선’ 정도로 그물에 고기 많이 잡혀… 무게 못 이긴듯 한쪽으로 기울어

“살려달라” 프로펠러에 10명 매달려… “선원들 구명조끼 안 입어” 진술도

심해잠수사 투입 선체 수색 예정


“첫 번째 운반선을 보낸 후 135금성호가 갑자기 오른쪽으로 기울어지더니 순식간에 전복됐다. 바다에 빠진 선원들이 옆에 있던 우리 배로 올라오기 위해 ‘살려 달라’고 소리치며 손을 흔들었다.”


8일 제주 해상에서 조업 도중 전복된 135금성호와 함께 작업 중이었던 한 선원은 불과 20∼30초 만에 배가 전복된 급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구조 작업에 참여했던 선원 박모 씨31는 “배가 뒤집힌 뒤 프로펠러밖에 보이지 않았다. 거기에 선원 10여 명이 매달려 있었다”며 “심정지 상태인 선원 2명은 바다에 떠 있었다”고 말했다.

● 해경-선원 구조 사투에도… 2명 사망-12명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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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금성호는 여러 배가 함께 조업하는 ‘선망어업’에서 고기를 잡는 역할을 담당한 ‘본선’이었다. 본선이 그물로 고기를 포획하면 주변에 대기하던 운반선이 하나씩 접근해 포클레인 같은 기구로 그물 속 고기를 퍼 날라 가져간다. 주변에는 작업 지점을 환하게 밝혀주는 등선조명을 담당한 배도 있었다.

이날 오전 4시경 작업 중이던 135금성호는 첫 번째 운반선에 하역 작업을 마치고 두 번째 운반선을 기다리고 있었다. 고기 그물은 배 오른편에 있었다. 이날은 마침 ‘만선’이라고 불릴 정도로 고기가 많이 잡혔다. 이후 두 번째 운반선이 접근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135금성호가 어획물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듯 점점 오른편으로 기울며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전복됐다. 제주어선안전조업국 시스템에는 오전 4시 12분 135금성호의 위치 신호가 사라졌다.

당시 운반선에 타고 있었던 한 선원은 “배가 뒤집혀 선원들이 잇따라 바다에 빠졌다”며 “외국인 선원 2명이 뒤집힌 배 위로 올라가서 헤엄쳐 오는 선원들을 한 명씩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주변 선원들의 사투에도 불구하고 일부 선원은 파도에 휩쓸려 침몰 지점에서 자꾸 먼 곳으로 흘러갔다. 칠흑같이 캄캄한 새벽 바다에서 벌어진 재난에 선원은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며 안타까워했다. 해경 조사를 받은 생존 선원들은 “사고 당시 선원들이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 대형 어선 이례적 전복… 가족들은 날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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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해경은 대형 어선이 갑자기 전복되는 것이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제주해경 관계자는 “본선 주변에 동그랗고 넓게 그물을 쳐서 고기를 잡은 뒤 그물을 조이면 운반선이 다가와 이를 옮기는데 이 과정에서 침몰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135금성호는 작년 6월과 올해 6월 실시한 선박 검사에서도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현장 선원과 전문가들은 당시 만선일 정도로 많이 잡혔던 어획물의 무게 등이 전복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한 선원은 “잡은 물고기가 죽으면 그물 아래로 가라앉는다. 그러면 죽은 물고기가 그물코를 막아 바닷물이 빠져나가지 못해 무게가 크게 늘어난다”고 말했다. 함은구 을지대 바이오공학부 안전공학전공 교수는 “해당 어선 규모면 물고기를 40∼90t가량은 저장할 수 있는데 그물추 무게까지 더해져 매우 무거운 상태였을 것”이라며 “한꺼번에 운반선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무게중심과 복원력을 상실했을 것”이라고 봤다.

갑자기 가족을 잃은 사망자, 실종자의 가족들은 제주시 한림읍 선원복지회관에 마련된 현장상황실에 달려와 오열했다. 실종 선원의 아내로 보이는 한 중년 여성은 본부 관계자에게 “헬리콥터를 띄웠습니까”라고 연신 물어보며 “나는 아직 우리 남편이 살아 있다고 생각하니깐 제발 빨리, 1초라도 빨리 구해 달라”고 소리쳤다. 실종 선원의 딸로 보이는 여성 2명은 “아빠 여기 없어. 나 못 들어가”라며 계단을 붙잡고 오열했다. 해경은 9일 구난업체 심해잠수사를 투입해 선체 내부 수색 등에 착수할 예정이다.

제주=송은범 기자 seb1119@donga.com

제주=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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