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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서도 고기서 고기"…불볕더위에도 불 곁을 지킨다[이우석의 푸드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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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62회 작성일 24-08-08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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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우석의 푸드로지 - 바비큐

삼겹살·갈비 등 야외서 직화구이

‘놀러가서 먹는 음식’의 대명사

‘바비큐의 수도’라 불리는 텍사스

천천히 저온 조리해 훈연향 일품

지방많은 고기는 그을음 쉽게 생겨

번철 덧대 간접 열로 굽는 게 좋아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덥다 덥다 하면서 결국 피서避暑를 가장 뜨거운 공간인 해변으로 떠나고 또 막상 가서는 뜨거운 불을 지피고 바비큐를 구워 먹으며 좋아하니 말이다.


때도 상관없다. 봄 꽃구경, 여름 피서지, 가을 단풍놀이, 겨울 스키장에서도 어김없다. 그만큼 ‘휴가 음식’ 하면 바비큐가 바로 의식이 연결되는 모양이다. 통계적으로도 드러난다. 휴가시즌인 7~8월 한국인의 육류 소비는 추석, 설과 함께 ‘대목’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4월에 육류를 8만t 정도 먹었지만 7~8월엔 약 9만5000t으로 늘어났다. 휴가철에 고기를 많이 먹는다는 뜻이다.

그만큼 한국인에게 바비큐는 ‘집 떠나면’ 먹어야 하는 메뉴로 굳어졌다. 외국인에게도 바비큐는 휴가지나 어딘가 놀러 가서 먹는 음식으로의 이미지가 강하다. 특히 미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나 소설을 떠올려 보면 캠핑이나 별장에서 지글지글 굽는 장면이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다. 며칠씩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당일 공원 나들이, 프로야구 경기장, 미식축구 경기장 안팎에서 먹는 바비큐도 상당히 유명하다.

서양에서 정의한 바비큐의 뜻에 대해 우선 알아보자. 바비큐barbecue는 주로 고기와 생선, 채소 등을 불에 직접 굽거나 철판, 번철에 구워내는 조리법을 통칭해 이르는 말이다. 이런 조리 과정을 거친 음식도 바비큐라 한다. BBQ로 줄여서 쓰기도 한다.

석쇠에 굽는 그릴링grilling 또는 브로일링broiling, 꼬챙이에 꿰어서 굽는 로티서리rotisserie, 오븐에 구워내는 로스트roast 등이 모두 바비큐 조리법이다. 그릴이라 해서 모두 석쇠를 뜻하는 건 아니다. 삼겹살을 굽는 불판도 그릴 팬grill pan이라 한다. 그래서 보통 삼겹살 구이를 그릴드 포크 벨리grilled pork belly라 한다. 바비큐는 어떤 방식으로든 고기를 불에 구워 먹는 요리또는 조리 방식를 이르는 이름 임에는 틀림없다. 다만 고기를 구워 먹는 식문화가 첨예하게 발달한 한국에선, 집 바깥에 불을 피워놓고 구워 먹는 것을 따로 바비큐라 칭할 뿐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요리 중 하나인 바비큐는 사실 중남미에서 비롯한 조리법이다. 멕시코와 카리브해 등 중남미 원주민들이 땅을 파고 거기다 불을 지펴 고기를 구워 먹던 바르바쿠아Barbacua가 바비큐의 어원이다. 과거 멕시코 영토였던 미국 남부에서 바비큐가 이름난 이유다. 미국 내 바비큐로 유명한 지역은 텍사스, 켄터키, 테네시,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 세인트루이스, 캔자스시티 등이다.

요즘엔 고기 밑간, 불 조절, 연기 처리 등 각자 조리법에서부터 확연한 맛의 차이가 나지만, 목축업이 발달한 나라에선 그저 고기를 썰어 불에 굽기만 하면 되니 누구나 어디서든 즐길 수 있는 간편한 요리로 시작했다. 그래서 19세기부터 소를 많이 키웠던 남미에도 유명한 바비큐 요리가 많다. 아르헨티나 아사도asado, 브라질 슈하스코churrasco 등이 바비큐의 변형이랄 수 있다.

바비큐는 가정 내에서 하기 어렵다. 커다란 화덕도 필요하고 연기도 많이 난다. 은근한 불과 연기로 장시간 훈연하는 미국식으로 조리하자면 시간도 오래 걸린다. 그래서 바비큐 전용 식당이나 공간이 필요하다. 놀러 가서 많이 해 먹는 이유가 있었다. 집에선 조리해 먹기 불편한 까닭이다. 우리 삼겹살이나 갈비구이는 식탁에서도 충분히 구워 먹을 수 있지만 요즘은 기름과 냄새 탓에 거추장스러워 주로 전용 식당에서 사 먹게 되는 추세다.

피서철이라 곳곳에 호텔, 콘도미니엄이나 펜션 등에서 ‘바비큐 장場’을 갖춰놓고 운영 중이다. 장작과 숯도 가져다 팔고 아무런 준비 없이 와도 좋도록 고기와 소시지, 채소까지 세트로 내놓고 있다. 확 트인 야외에서 맛보는 바비큐는 답답한 실내에서 먹는 것과는 그 기분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야외 바비큐가 맛이 좋은 이유는 우선 실내용 화기와 대비되는 강력한 화력에 있다. 은근한 열원에 장시간 구워내는 방식도 장비의 크기 탓에 실내에선 어려운 일이다.

햄버거와 함께 바비큐를 전통 요리로 자부하는 미국은 남부에 바비큐 벨트가 존재한다. 특히 ‘카우보이 푸드’ 이미지로 바비큐 원조의 브랜드를 선점한 텍사스에선 로 앤드 슬로low and slow 바비큐를 내세워 세계적 인지도를 자랑하고 있다. 이 중 ‘바비큐의 수도’라 불리는 텍사스 록하트Lockhart의 바비큐가 유명하다. 오스틴 인근 작은 도시인 록하트에는 우리나라 전주시의 비빔밥집만큼 많은 유명 바비큐 식당들이 밀집되어 있다.

미국 텍사스식 바비큐를 가리켜 로 앤드 슬로라고 하는데 이는 낮은low 온도로 느리게slow 굽는 조리법에서 나온 말이다. 기다란 로 앤드 슬로 화덕은 열기와 연기가 대류를 통해 화덕 안을 순환하며 질긴 고기를 부드럽게 익혀준다. 여기다 사과나무나 단풍나무 우드 칩wood chip을 넣어 스모크향을 입힌다.

바비큐는 대개 직화 조리와 간접 열 조리 방식으로 나뉜다. 직화는 숯불 위에다 고기를 올려서 굽는 방식으로 공원이나 캠핑장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방식이다. 전문 바비큐 레스토랑에선 직화보다는 간접 열 조리 방식을 쓴다. 그릴 뚜껑을 닫고 숯의 열기로 고기를 익히는 방식인데 두꺼운 고기를 오랫동안 부드럽게 익혀낼 수 있다. 로 앤드 슬로 화덕이 간접 열 조리 방식의 대표적인 예다. 이런 화덕으로 조리하면 내부 온도를 수시로 확인하며 불 조절을 해야 하는 등 번거롭지만 구워진 고기 맛이 확연히 다르다.

훈연 방식 특유의 향을 꺼린다면 그냥 직화로 구우면 되지만 두꺼운 고기는 겉이 타거나 바싹 말라버리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직화 방식이지만 마르지 않게 소스를 발라가며 그 수분을 끓여 간접적으로 익히기도 한다. 시간이 없을 때는 아예 살짝 삶은 고기에 토치나 직화로 겉면만 구워내는 조리법도 있다. 불과 고기, 조리 원리가 간단한 바비큐는 어떤 육류도 조리가 가능하다. 하지만 양, 오리 등 지방이 많은 고기 종류는 불에 떨어진 기름방울이 불완전연소되는 탓에 그을음煉煤이 생겨 다 된 고기를 망칠 수 있다. 이런 육류는 직화보다는 번철을 덧대 간접 열로 굽는 방식을 선택하게 마련이다.

캠핑 붐을 타고 바비큐 용품 또한 인기다. 물론 공동주택 테라스나 베란다에서 바비큐를 즐길 수는 없겠지만 인근에 널린 캠핑장을 가면 당장 사용할 수 있으니 바비큐 전문 장비부터 사들이는 이들이 제법 많다. 웨버Weber, 콜맨Coleman, 댄쿡dancook 등 해외 유명 바비큐 그릴 제조사들이 국내에서도 명성을 떨치고 있다. 예전엔 그저 모닥불을 피워 놓고 고깃덩이를 석쇠에 올려 구워 먹었다면, 요즘은 스모커smoker로 훈연을 해먹는 ‘프로 바비큐어’가 많아졌다. 열원도 참숯, 번개탄이 아니라 식재료에 따른 전용 브리켓briquette을 쓰면서 한껏 전문성을 뽐내고 있다.

놀고먹기연구소장

■ 어디서 맛볼까

◇창주랜드 = 서울 도심 한복판에 이런 곳이 있을까 놀라는 곳. 군고구마통에 굽는 바비큐가 대표 메뉴다. 이름은 ‘군통 바비큐 플레터’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장이 군고구마 드럼통을 개조해 구워내는 바비큐가 기가 막힌 맛을 내는 까닭에 많이들 알고 찾아온다. 서울 용산구 이촌로29길 21-14. 4만3000원.

◇텍사스바비큐 = 뜻밖?에 바비큐 폭립을 판다. 그냥 호프집 같지만 그릴드 포크와 치킨 바비큐 등 정통 미국식 안주를 판다. 케사디야, 어니언링 등 서울에서도 보기 힘든 미국 ‘찐맛’을 낸다. 맥주와 함께 정통의 ‘미제’ 맛을 즐길 수 있다. 경기 파주시 파주읍 혜음로 1693. 3만6000원.

◇청기와타운 = 미국 현지 한인타운에 있는 코리안 BBQ 레스토랑을 표방하는 집. 고기 맛도 국내 갈비집과 살짝 다르다. 시그니처 메뉴인 수원 왕갈비는 큼지막한 그 크기부터 벌써 ‘미쿡’스럽다. 일일이 고기를 구워주는 서비스 또한 서구식이다. 서울 중구 을지로 54 1층. 2만9000원.

◇탑스텐 동강시스타 = 강원 영월 최고의 경치를 자랑하는 동강시스타 리조트 더 그릴에서 야외 바비큐를 즐길 수 있다. 야외 잔디밭에서 투숙객들이 숯불 바비큐를 편하게 맛보도록 했다. LA갈비와 갈빗살, 안창살, 부채살, 토시살, 등심, 소시지 등을 글램핑이라도 온 것처럼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다. 세트 9만9000~14만9000원.

◇로우앤슬로우 = 다른 곳에서 맛보기 힘든 까닭에 이곳에서 가장 많이 찾는 와규 브리스킷 등 정통 텍사스식 화덕에서 구워낸 바비큐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10m 화덕을 갖춰 놓고 미리 오랜 시간 동안 구워낸 바비큐를 차린다. 기름기가 빠져 한없이 부드럽고 촉촉하다. 플레터를 주문하면 빵과 샐러드, 심지어 소고기뭇국까지 나온다. 서울 용산구 보광로 126 2층. 2만8000원.

◇장안문 = 돼지 늑골 뒤쪽 부위가 등갈비인데 이것을 외국에선 포크 립이라 부른다. 정통 바비큐처럼 바깥의 석쇠에서 초벌로 구워서 내온다. 살점은 적지만 목살을 갖다 붙인 돼지갈비나 기름 많은 삼겹살과는 아예 다른 맛이다. 1인분에 네댓 대 정도 준다. 서울 중구 을지로3길 29.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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