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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안에 있어요"…재개발 공사장 문이 열렸다[남기자의 체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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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0회 작성일 24-11-0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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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철거 진행 중인, 광명 11구역, 12구역에 남은 길냥이 구하러 모인 광명 길고양이 친구 봉사자들
"여기 있으면 죽어, 나와야 해" 애달프게 간식 주며 잡고, 겨울 하우스에 두어 살려
공사장 문 열어주고, 죽은 고양이 상자에 담아준 공사현장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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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층으로 같이 가주실 수 있어요? 어딘가에서 우는 새끼 고양이가 있다는데, 죽었을까 싶어서요. 무서워서…."

까드득까드득. 걸을 때마다, 부수어진 유리창 파편을 밟는 소리가 뒤따라왔다. 봉사자가 새끼 고양이를 찾고 싶단 말에 함께 가보기로 한 거였다.

복잡한 잔해를 피해, 은하 빌라 콘크리트 계단을 하나씩 딛고 올라갔다. 휑한 집 안에서 새어 나오는 차갑고 축축한 내음. 사람은 다 떠나, 숨 막힐 정도로 적막한 공기의 무게. 살아 있는 거라곤 도무지 없을 것 같은 집.


그 사이를 비집고 다니며 바닥을 살폈다. 그러다 잘게 쪼개진 콘크리트 파편 위에서, 까치 사체를 발견했다. 눈을 질끈 감았다. 넋을 기리려 잠시 서서 기도했다. 어두컴컴한 상상을 했다. 날아다니는 새도 떨어져 죽었다면, 새끼 고양이는 살았을까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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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소리도 들리지 않고 죽음의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알아서 잘 탈출했다고 믿고 싶었다. 커다란 잔해 밑에 깔려 있다고 상상하면 견딜 수 없어서였다. 옆 동을 오가며 찾았지만, 새끼 고양이는 보이지 않았다. 죽었을 수도 있겠단 봉사자 말에, 내려오는 발걸음이 땅에 붙는 듯 묵직해졌다.

90% 가까이 철거가 진행 중이었던 광명 재개발 11구역. 철거가 다 끝난 12구역. 광명시와 건설사현대건설와 철거업체의 도움으로 딱 하루, 공사장 문이 열렸다.

여길 동네라 믿고 살던 고양이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어떻게든 살려야 한다고. 애쓰고 설득하던 유기묘와 유기견을 돌보는 비영리 민간단체 광명 길고양이 친구 봉사자들이 이른 아침부터 분주히 모이기 시작했다.



산을 넘어 다니며, 재개발지역 고양이를 돌보던 선생님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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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닫아 놓으면 사람이 자꾸 들락거려서…자물쇠는 안 걸 테니, 문만 닫아주세요."

철거업체 노동자의 당부였다. 협조해주어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하루만 문을 여는 것일지라도, 고양이들을 살리겠단 뜻에 공감해준 것에 대한 감사였다.

노란색 인력사무소 스티커가 덕지덕지 붙은, 커다란 회색 문이 열렸다. 위쪽엔 아직 철거하지 않은 빌라 건물이 솟아 있었다. 오지영 광명 길고양이 친구 대표와, 봉사자 2명과 경사가 급해지는 오르막길로 들어갔다. 왼쪽으로 돌아 쭉 뻗은 큰 길로 들어서자 오 대표가 말했다.

"여기가 메인 길인데, 고양이가 50마리 정도 있어요. 접때 사료 지원하느라 잠깐 왔는데도 한 스무 마리 정도 나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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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떠보니 고양이였고 태어난 곳이 길이었다김하연 사진작가의 말처럼책 모두 늙어서 죽었으면 좋겠다 中, 2024년, 지와수. 영역 동물인 고양이는, 이 동네에서 태어나 계속 그 품에서 살아가야 하는데. 그러니 포크레인이 굉음을 내며 다 부수고 있는데도 아직 떠나지 못 한 거였다.

가만히 깔려 죽는 걸 볼 수 없던 이가 있었다. 선생님이었다. 집이 인천인 그는 광명까지 매일 오가며 밥과 물을 주었단다. 재개발지역으로 들어오려, 10kg 넘는 가방을 이고 산을 넘는 것도 불사했다. 더 약하고, 마땅히 지켜야 할 존재가 있는 이의 마음이 그리 강한 거였다.

광명 길고양이 친구 멤버인 이은숙씨는 그를 보고 놀랐단다.

"오후 3시에 오셔서 밤 9~10시까지 고양이를 돌보신단 거예요. 그것도 1년 넘게 그렇게 하신 거죠. 그래서 제가 말씀 드렸어요. 혼자서 하려 하지 말고 같이 하자고.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쉬셔야 한다고요. 그랬더니 막 우시더라고요."



깨진 유리창 밟으면서도…배고파 다가온 고양이들


그 얘길 듣는 순간에도, 육중한 포크레인이 건물을 부지런히 부수고 있었다. 그나마 건강한 고양이들은 산으로 꽤 달아났다고 했고, 아프거나 어린 고양이들은 이미 많이 깔려 죽었을 거라고 했다. 그렇잖아도 폐허 속에서 굶어 죽거나 얼어 죽기 쉬울 존재들.

은숙씨가 맘 아픈 얘길 더 했다.

"여기서 일하시는 분들 말씀이 그랬어요. 철거하는데 3층 옥상에서 갑자기 뭐가 날아오더란 거예요. 고양이가 거기서 뛰어내렸단 거지요. 깜짝 놀랐대요. 죽은 줄 알았더니 다행히 살아서 가는 걸 봤다고 했어요. 저번 주만 해도 여기 있던 집이 다 사라졌어요."

그러니 시간이 많지 않았다. 재개발 지역이 아닌 곳에 설치한, 은숙씨가 기부한 겨울 하우스 두 동에 아프고 어린 고양이들을 옮겨두는 것. 그게 이날 빠르게 이뤄야 할 목표였다. 그러려면 고양이를 포획 틀에 넣어 구조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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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11구역 출입구 쪽에 서성거리던, 까만 고양이 두 아이. 그중 하나는 깨진 유리창에 발을 다쳐 절뚝거리며 걷고 있었다.

"여기 있으면 너네 죽어. 빨리 들어가 줘제발."

애달픈 맘과 달리, 고양이들은 경계심이 심했다. 광명 길고양이 친구 봉사자들이 능숙하게 포획 틀 안에, 좋아하는 간식 등을 넣어두고 기다렸다. 배고프니 다가오고, 앞발만 살짝 넣은 채 어떻게든 먹어보려고. 고양이 언어로 "다들 떠났어, 너희도 살아야지"라고 말하고 싶었건만. 이리저리 애간장만 태웠다.



얼마나 배고팠을지…포획 틀 안에서도 밥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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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구조해서 돌봐도 죽는 애들은 생겨요.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도 하고요. 근데 내가 보는 앞에서 혹여나 가는 건 끝이 보이잖아요. 근데 보이지 않는 데서 어떻게 됐단 상상은 정말 힘들거든요. 그래서 하는 거예요."

은숙씨의 말처럼, 평일에 공사 먼지 가득한 광명 길고양이 친구 봉사자 10여 명의 마음 또한 그런 듯했다. 월차 쓰고 와 적막하고 잔해로 위험한 빈집을 제집처럼 헤치던 젊은 새내기 봉사자. 재개발로 이사 가는 지인 부탁으로, 계속 보이는 고양이들을 모른 척하지 못 해 오게 됐다며 신세 한탄하며 웃던 봉사자까지.

저마다 사료며 간식이며 물을 가방에 넣고, 포획 틀을 들어 자리마다 놓아두고. 폐허가 된 건물과 골목 사이사이에 숨어든 고양이들에게 나오라고 간절히 불렀다. 쉽지 않았다. 통상적인 길고양이가 아닌 품종묘로 보이는 한 고양이는, 깨진 유리 잔해 위를 조마조마하게 걸어 다니면서도, 쉬이 다가오지 않았다. 이사 가며 버리고 간 고양이가 많다고 했다.

"어어, 턱시도 고양이가 포획 틀에 들어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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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자 말에 안을 살펴봤다. 눈이 크고 동그란, 성묘보단 조금 작은 청소년 추정 고양이가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잡으면 꽤 무거워서, 포획 틀을 내가 들고 올라가겠다고 했다. 급한 경사의 계단을 오를 때쯤 비가 주룩주룩 쏟아졌다. 점퍼 모자를 뒤집어쓰며, 발걸음을 서둘렀다.

고양이는 흔들리는 포획 틀 안에서도 허겁지겁 밥을 먹고 있었다. 얼마나 배고팠을까 싶어 코가 시큰해졌다. 겨울 하우스로 들어가기 전, 임시로 철창에 넣어두었다. 마음 좀 안정되라고 천으로 사방을 덮어주었다. 고생한 고양이를 위해.



죽은 고양이도 묻어주려 찾아 다니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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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던 동네로, 자기 영역으로 돌아가려는 성향은 정말 강한 것 같다고. 철거가 다 끝나 허물어진 아래쪽 12구역 틈에서도, 쉴 새 없이 삐져나오는 고양이들을 보며 생각했다.

아픈 고양이들이 철거 구역을 서성거릴 땐, 더 위태로워 보였다. 빗방울이 굵어지는 데도 바깥을 천천히 걸으며 맞고 다니던 고양이도 있었다. 왜 비 맞고 있느냐고, 집 안으로 들어가라고. 아무도 없지 않냐고. 사람이 살 땐 사는 대로, 다 빠져나가면 나가는 대로 이래저래 힘듦이었다.

또 다른 봉사자가 구조 현장에 찾아 와 이리 물었다.

"죽은 고양이가 있다고 했는데…묻어줘야 하지 않아요? 근데 안 보여서. 어디 있는지 같이 가 봐요. 불쌍해서 그리 두면 안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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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죽었을지 짐작할 수 없어서, 짐작되는 곳을 무작정 찾아다녔다. 동에서 다른 동으로, 집에서 다른 집으로 오가며. 어디를 다녀도 안전하고 평온해 보이는 곳은 없었다. 핸드폰 조명을 비춰 가며, 어두컴컴한 집안을 살펴봤다. 마지막 길이나마 편하게 보내주고 싶었다.

그리 분주히 오가다, 한 철거 현장 노동자와 마주쳤다. 봉사자가 물었다. 죽은 고양이를 봤느냐고. 노동자가 답했다.

"아, 고양이 치우셨대요. 여기서 함께 일하는 형이 상자에다가 해서요. 혹시 삼색이고양이는 보셨어요? 애기가 맨날 여기 와 가지고 마음 쓰여서…."

철거하는 이들도 같은 맘이었다. 죽지 않았으면 싶은 마음. 때때로 밥도 챙겨준다고 했다. 철거 현장을 돌아다니던 삼색이는 다행히 포획했다고, 봉사자가 일러주었다. 서로 안심하는 눈빛이 오갔다.



철거할 때마다 밀려드는 고양이…"사료비만 한 달 120만원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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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고양이들을 하나씩 구했다. 철컹철컹, 포획 틀을 옮길 때 안에서 흔들리는 소리가 들릴 때, 그래도 살았구나 싶어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날 광명 길고양이 친구 봉사자들과 포획 팀장님, 겨울 하우스를 지어준 사장님, 퇴근 시간이 지나도 기다려 준 공사장 노동자들까지. 연대의 힘으로 애써 살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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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하우스가 완성되고, 아픈 고양이와 새끼 고양이, 무너지는 집에서 구한 고양이들이 들어가 쉴 수 있게 됐다.

광범위한 광명 재개발 지역. 이곳은 광명시와 재개발 조합, 건설사 협조와 지역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광명 길고양이 친구 봉사자들의 도움으로 힘을 합쳐 고양이 보호 시설도 생기고 다수 구했다. 여전히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재개발 지역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함께 묻히는 동네 고양이들이 많다. 지자체 차원에서 체계적인 대비책이 대부분 부재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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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모른 척하지 못하는, 해당 지역 캣맘들이 고양이들의 생을 오롯이 떠받치고 있다. 광명 길고양이 친구 봉사자가 이리 말했다.

"철거 지역에서 밀려온 애들이 제 밥자리에도 계속 늘어나고 있어요. 살아났구나 싶어 반갑지만, 이게 단기간에 끝나는 게 아니라 2~3년씩 걸리잖아요. 제가 아는 캣맘분도 하루에 사료 20kg을 부어줘도 모자라다고 해요. 20kg이면 4만원 정도 하거든요. 한 달이면 120만원이 넘지요. 개인이 짊어지기엔 너무 버거운 거예요. 지자체 차원에서 지원해줬으면 좋겠다 싶은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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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밥자릴 옮겨 스스로 이주할 곳으로 가게 하는 것. 그게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가려는 성향이 강한, 재개발지역 고양이를 위한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이다. 이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니 대책은, 재건축 계획이 수립될 때부터 함께 진행 돼야 마땅한 거라고.

폭격을 맞은 듯한 건물 잔해에서도 나가지 못 하고 살금살금 걸어 다니는 고양이를 보며, 진정 그래야 한다고 믿었다.
에필로그epilogue.

컴컴해질 때까지 고양이들 살리려 고생한 광명 길고양이 친구 봉사자들. 그들과 김밥을 먹으며 나눴던 이야기. 그중 유독 기억에 남는 게 있었다.

"같은 고양이인데 저마다 부르는 이름이 다른 거예요. 이 고양이요? 커피인데 누구는 탱자라고 부르고, 바둑이라고 하고요. 그런 애들이 꽤 많아요. 너무 귀엽지 않나요."

이름이 몇 개나 될 만큼 여럿이 촘촘히 바라봐준다면 얼마나 따뜻하고 좋을까 싶어서 였다.

길고양이 평균 수명이 고작 2~3년. 고양이 원래 평균 수명이 15년. 모두 늙어서 죽었으면 좋겠다던 김하연 사진작가의 바람대로 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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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형도 기자 hum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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