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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합격이어도 제발 알려주세요"…채용절차법 있는데 왜 아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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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79회 작성일 24-08-04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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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최종 전형까지 갔으니까, ‘혹시나’하는 마음에 공부가 손에 안 잡혔어요. 언제 연락 올까 종일 전전긍긍했고요”



취업준비생 김민영25씨는 4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지난해 10월 ㄱ기업 공개채용 시험에서 겪은 일을 털어놨다. ㄱ기업은 지역에 본사를 둔, 가장 가고 싶은 회사 중 한 곳이었다. 1차 서류전형과 2차 필기시험 전형을 차례로 통과한 뒤 마지막 관문인 최종면접을 치르고 나니, 회사는 사흘 뒤인 금요일까지 결과를 알려주겠다고 했다. 예정된 발표 날짜에도 연락이 없었다. 취업 커뮤니티와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등에서는 ‘ㄱ기업 연락 돌았나요?’, ‘최종합격 연락받으신 분 있나요?’를 묻는 글이 쏟아졌다. 김씨는 2주 후에야 “적임자가 없다는 판단에 최종합격자를 아무도 뽑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다. 수차례 직접 전화를 걸어 알게 된 면접 결과였다.




김씨가 겪은 일은 명백히 현행법 위반이다.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채용절차법’ 제8조는 구인자가 채용과정의 변경 등 채용과정을 알려야 한다고 정한다. 제10조는 채용대상자를 확정한 경우 지체 없이 구직자에게 채용 여부를 알려야 한다고 규정한다. 법을 지키는 회사는 드물다. 김씨는 여전히 취업 카페, 커뮤니티 등에 들어가 전형 결과가 나왔는지 확인하는 ‘소모적인 일’을 반복하고 있다고 했다.



기업 쪽의 채용절차법 위반이 만연한 배경으론 허울뿐인 법 조항이 꼽힌다. 채용절차법 8조, 10조 등에는 과태료 부과 등 벌칙 조항이 없고, 법을 어긴 기업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시정 권고’ 정도만 이뤄질 뿐이다. 지난달 21일 고용노동부는 올해 상반기 청년 다수고용 사업자 등 629곳에 대해 채용절차법을 지도·점검했는데, 채용 여부를 고지하지 않은 기업에 대해서는 개선 권고만 45건 이뤄졌다.



관련 법 개정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니다. 지난해 5월 국민의힘은 기업이 채용 여부를 구직자에게 알려주지 않을 경우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하는 내용 등의 ‘공정채용법’을 당론으로 채택했지만, 21대 국회에서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법안에 기업의 채용정보 공개 강화 외에도, 구태여 노동조합과 단체협약에 의한 채용 등을 ‘강요에 의한 채용’으로 보고 처벌 수위를 높이는 등 반노동적인 독소조항을 넣어 논란이 인 탓이다.



전문가들은 불합격 미통보는 ‘채용 갑질’에 해당한다며 처벌이 어렵다면 ‘기업 명단 공개’ 같은 개선책이라도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김성희 엘이에스지L-ESG평가연구원장은 “불합격 미통보는 법적으로 지켜야 하는 사항임에도 기업의 효율성만 중시하고 구직희망자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채용 갑질’ 중 하나”라면서 “고용노동부가 권고를 넘어 채용 기업을 일제히 점검하고 불공정 채용 기업 명단을 공개해 경각심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도 “불공정 채용은 지원자에게 불편함을 주는 걸 넘어 기업 평판에 영향을 미치게 될 문제”라면서 “국회에서도 관심을 갖고 법 개정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고나린 기자 m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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