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간 인간만 출입 금지…그러자 벌어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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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년간 인간 발길 끊긴 DMZ에 매년 두루미 7000마리씩 찾아
아무도 없어 잠자리 안전하고, 농부들이 볏짚 덮고 알곡 남겨두며 공존
연구한 최명애 교수 "굉장한 우연 겹쳐, 두루미뿐 아니라 습지 생물종 함께 사는 생명의 공간으로"
아무도 없어 잠자리 안전하고, 농부들이 볏짚 덮고 알곡 남겨두며 공존
연구한 최명애 교수 "굉장한 우연 겹쳐, 두루미뿐 아니라 습지 생물종 함께 사는 생명의 공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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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없어 안전하게 잘 곳이 있고, 근처 논엔 농부들이 남겨둔 알곡이 충분히 있고. 두루미가 찾지 않았던 철원 DMZ 땅에, 전 세계 절반이 넘는 두루미가 찾아온단 것. 자연에 잘못 집어 넣은 발을 빼는 거다. 우리도 곧 숲이란 걸 깨달을 수 있다면./사진=뉴스1 |
최명애 연세대 인류학과 교수의 물음이 흥미로웠다. 지난달 말 이화여대에서 열린 리와일딩 포럼생명다양성재단, 이야기와 동물과 시 주최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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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생명다양성재단과 이야기와 동물과 시가 주최해 열린 아시아 리와일딩 포럼에서 최명애 연세대 인류학과 교수가 발표하는 모습./사진=남형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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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격전지…숨이 다 끊긴듯했던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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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에 참전한 군인들./사진=뉴시스 |
1920년대 일제 조선총독부가 산미증식계획일제가 조선을 식량 공급지로 삼으려던 계획을 세웠다. 이때 철원을 평야 지대로 만들기로 작정했다. 철원으로 간 이민자들이 4~5년간 각고의 노력 끝에 농토로 바꾸어냈다.
1950년 6월 25일. 그 뒤 철원 땅에도 한국전쟁이 벌어졌다. 철원-김화-평강으로 이어지는, 그 치열한 격전지였던 철의 삼각지대. 쉴 새 없이 퍼부어진 강도 높은 폭격에 완전히 폐허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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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 삼각지대에서 숨진 군인들을 추모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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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서 잠자고, 아침엔 논으로 출근하는 두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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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 땅을 찾아 먹이를 먹는 두루미들./사진=뉴스1 |
잘 회복되었다. 가장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현재 DMZ의 80% 정도가 숲이 됐단다. 다시 숨을 잘 쉬게 됐다. 보통 한반도 산악 지역에서, 숲의 비율이 60% 이하인 걸 감안하면. 생물다양성 측면에서 봐도 약 5000종이 살고 있단다. 멸종위기종도 75종에 달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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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무쌍한 날씨에도 두루미들은 먹이활동을 위해 철원 한탄강을 날아 나간다. /사진=김경애 작가, 제6회 사랑·자유·평화의 땅 연천과 철원, 2019 두루미 사진작가 초대전 사진. |
"두루미 입장에서는요. 여기 철원은 굉장히 안전한 잠자리죠. 아무도 찾아오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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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애 연세대 인류학과 교수 연구팀의 카메라에 포착된 두루미들의 모습. 논에 물을 대면 야트막한 습지가 되고, 두루미들이 가장 좋아하는 자연이 된다./사진=최명애 교수 강의 자료 화면, 남형도 기자 |
"당시 한국전쟁 후 폐허가 된 CCZ에 대규모 정착 프로그램이 시작됐어요. 농경지를 개간하고, 마을을 만들고요. 지뢰밭에서 주민들이 팔다리를 잃어가며 다시 일군 땅이었지요. 이를 지원하기 위해 일찌감치 농기계가 도입됐는데요. 그러다 보니 사람 손으로 수확하는 것보다 알곡이 많이 남게 된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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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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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미 먹으라고, 볏짚으로 알곡 덮어준 농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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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미들을 위해 먹이를 주는 철원 농부들./사진=뉴스1 |
공존. 15년간 DMZ를 취재한 박경만 작가의 책에도 나와 있듯, 철원의 농부들은 자연과 어우러져 사는 법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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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에서의 수확은 9월. 두루미가 오는 건 10월. 그 사이 알곡이 잘 보존될 수 있도록, 볏짚으로 논을 이불처럼 덮어주었단 것. 이를 더 독려하기 위해, 강원도 철원군에선, 추수가 끝난 논에 볏짚을 남기면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까지 마련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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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미들의 쉼터, 철원 한탄강. /사진=김혜숙 작가, 제6회 사랑·자유·평화의 땅 연천과 철원, 2019 두루미 사진작가 초대전 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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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하더라도 새는 해치지 말자. 철원평야에서 우리가 농사를 지으니까 난곡을 주워 먹겠다고 찾아온 것 아니냐. 새가 무슨 죄가 있냐. 새들이 살 수 없는 땅이면 사람도 살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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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렁이 등 다양한 종 숨 쉬는 귀한 생태계…"DMZ는 이미 인류에게 속한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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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의 농부들이 보여줬다던 우렁이 모습. 두루미 뿐 아니라, 생태 다양성의 보고가 됐다./사진=최명애 교수 자료, 남형도 기자 |
"농부들의 활동이 새뿐만 아니라 논의 생태계를 어느 정도 활성화하는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논에 물을 대면, 논바닥에서 죽은 것처럼 있던 우렁이들이 되살아나 어정거리고요. 볏짚으로 논을 덮으면 그 아래 벌레들이 생기고, 그걸 먹으려고 자그마한 동물이 오고, 이를 먹으러 새들이 오고, 새를 잡으려 다른 동물들이 오게 되지요."
논이 이처럼 다양한 생물종이 숨 쉬는 습지 생태계가 됐단 거였다. 최명애 교수 연구팀이 토양 생태학자와 함께 철원의 토질을 살펴봤더니, 실제 두루미가 오는 논이 오지 않는 논에 비해 미생물의 종류가 훨씬 많은 게 확인됐다. 5개월간 두루미가 땅을 발로 밟고, 변을 보고, 그게 유기농 질소 비료 역할까지 하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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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자연답게, 자연스럽게 두었을 때 복원되는 생태계./사진=최명애 교수 자료, 남형도 기자 |
"철원은 이모작이 안 돼요. 너무 추워서 겨울철 내내 논을 버려두는데요. 3월부터 9월까진 농부들이 이용하고,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진 두루미가 이용하면 되지 않겠어요. 시간차를 두고 나눠서 두루미와 함께 쓰는 거지요. "
우연한 계기로 자연에게 돌려준 땅. 존중하며 함께 존재할 수 있게 된 땅. 최재천 생태학자가 그런 DMZ를 두고 했던 말이 인상 깊었다.
"만약에 탄자니아가 세렝게티 국립공원에 아파트 단지를 만들겠다 하면, 전 세계 사람들이 들고 일어날 겁니다. 세렝게티는 더 이상 탄자니아 땅이 아닙니다. 전 세계 인류가 공유하는 생물다양성의 보고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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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저 땅은 이미 우리나라 땅이 아닙니다. 인류에 속한 땅이고요. 우린 어떻게든 이 땅을 지켜낼 의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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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무장지대DMZ에서 확인된 멸종위기종들.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순으로 두루미, 버들치, 분홍장구채, 사향노루./사진=환경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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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형도 기자 hum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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