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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파보니 20여년 전 묻은 돼지들이…주민들 경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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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8회 작성일 24-11-04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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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무주 한 돼지농장서 불법 매립 정황... 악취 진동-토양 오염 심각, 무주군은 전 농장주 고발 계획

[무주신문 이진경]

땅 파보니 20여년 전 묻은 돼지들이…주민들 경악
매립한 돼지 사체들이 발견된 전북 무주군 안성면 죽장마을의 한 돼지 농장.
ⓒ 무주신문

"묻은 지 20년이 지났는데도 이렇게 큰 돼지 뼈가 나오다니... 죽어서 묻었는데도 땅이 하도 습하니까, 털이 자란 것도 보이네요. 땅속에서 수백 마리의 돼지가 썩은 물이 그대로 하천으로 흘러 들어갔다고 생각해 보세요. 일반인들이 봤으면 기절초풍할 광경이죠."


지난 10월 28일, 전북 무주군 안성면 죽장마을에 있는 한 돼지농장 뒤편 부지에서 돼지 사체가 무더기로 발견됐다. 현장에 나온 주민들은 눈앞에 펼쳐진 처참한 광경에 경악,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현 농장주와 주민간의 갈등 과정에서 중장비를 동원해 땅까지 파게 된 건데, 이날 현장엔 무주군 행정과와 경찰까지 나왔다. 무주군은 전북도의원까지 지낸 전 농장 주인 H씨가 불법으로 돼지 사체를 매립한 것으로 보고 고발할 계획임을 전했다.

수백 마리 매립 추정... 악취 진동, 땅속 썩고 돼지 몸통 일부분 그대로 나와

매립한 돼지 사체들이 발견된 전북 무주군 안성면 죽장마을의 한 돼지 농장. 땅 속은 썩어 있었다.
ⓒ 무주신문

폐사한 돼지를 불법 매립한 현장은, 온몸을 파고드는 역겨운 냄새로 접근하기 힘들 정도였다. 2002년 돈사에서 화재가 발생해, 당시 죽은 돼지 수백 마리가 땅 속에 고스란히 묻혔다. 족히 20년은 지났다. 땅속은 이미 시커먼 흙으로 변해 있었다.

땅을 파는 족족 심한 악취가 진동하며, 허연 물체가 드러났다. 가죽만 남은 돼지 사체의 일부분. 30분 정도 파니 성인 팔뚝만 한 크기의 돼지 뼈가 나오기도 했다.

바로 옆에 붙어있는 강씨 문중의 땅은 상태가 더 심각했다. 온전한 모습의 돼지 사체는 없었으나, 일부 구덩이에선 돼지 다리와 몸통 일부분이 그대로 나오기도 했다. 썩은 토양 사이사이에서 나온 돼지 잔해는 끔찍 그 자체였다. 이들 땅에서 돼지농장까지는 불과 100m도 채 떨어져 있지 않았다.

부동산종합증명서를 보면, ㅎ농장은 주 용도가 동·식물 관련 시설로 돼 있다. 대지면적 7394㎡에 건축면적은 2772㎡838평형이다. 이중 돈사는 총 8동이다. 동네 주민들에 따르면, 4000마리가량의 돼지가 사육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폐기물관리법에 따르면, 돼지 폐사체는 생활폐기물로 분류돼 허가 또는 승인을 받거나 폐기물처리시설이 아닌 곳에선 매립하거나 소각할 수 없다.

지난 4월 농장을 매입한 현 농장주 엄아무개씨는 돼지 사체가 묻힌 걸 몰랐다는 입장이다. 현재 사체 처리기를 갖춰놨고 적법하게 처리하고 있다는 것인데, 마을 주민들 역시 강씨 문중 땅에 매립한 돼지 사체는 최근 것으로 보이나 현 농장주가 매립했는지 전 농장주가 매립한 것인지에 대해선 알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무주군은 전 농장주 H씨가 적법한 절차 없이, 불법으로 땅에 묻은 것으로 봤다. 무주군 환경과 자원순환팀은 "현재 경찰과 함께 조사 중이며 추후 고발 예정"이라고 전했다.

농장주 H씨는 <무주신문> 과의 통화에서 "22년 전 돈사 화재로 폐사한 돼지 수백 마리를 현 이장과의 상의 하에 그 땅에 묻었고, 당시 매립 현장에 있던 공무원과 경찰들도 매립 과정을 고스란히 지켜봤다"면서 "당시 공무원들이 관련 매뉴얼을 숙지해서 처리 방법을 잘 지도하고 유도했으면 지금과 같은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군을 탓할 순 없으나, 아쉬움은 있다"라고 말했다.

또, 최근에 매립한 것으로 추정되는 폐사 돼지와 관련해선 "국과수에 한번 의뢰해 봐라. 나는 모르는 일"이라면서 "10여 년간은 외부 활동으로 인해 농장 관리인을 두고 거의 농장 출입을 하지 않았다. 돼지가 죽었는지 팔았는지 저는 모르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동네 사람이라 수십 년간 돼지 악취 참고 견뎠는데..."

한 주민이 전북 무주군 안성면 죽장마을에 있는 한 돼지농장 뒤편 부지에서 발견된 돼지 사체 일부를 들어보이고 있다.
ⓒ 무주신문

현장을 지켜본 주민들은 수십 년간 이웃으로 함께 살아온 전 농장주에 대한 배신감으로 치를 떨었다. 이날 굴착 조사는 사실 현 농장주와 마을 주민 간의 갈등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김진명 이장에 따르면, 주민들은 수십 년간 돈사 악취를 참고 살아왔다. H씨가 마을 주민인 까닭에 그가 돈사 운영을 폐업할 날만을 기다리며 원만한 관계를 유지, 버텨왔다고 했다.

폐사 돼지가 매립돼 있는 땅 일부분은 강씨 문중이 H씨에게 일정 정도의 임대료를 받고 사용을 승낙해 준 곳이고, 일부는 현 이장 소유의 땅이다. 김진명 이장은 "불이 났을 때 급하니까 돼지를 밭에다 놨다가 일정 정도 화재가 수습되고 보험금이 나오면 치워준다고 해놓고선 치우지도 않고 그대로 묻어 놓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사용 승낙을 해 주거나, 임대료를 받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한 건 올해 4월께. H씨가 수십 년간 운영해 온 돼지 농장을 현 농장주인 엄씨에게 팔았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물론 동네 주민들에겐 일절의 상의도 없었다. 4월 4일 매매가 이뤄졌고, 4월 25일 소유권이전 등기까지 완료됐다.

주민들은 분노했다. 또다시 언제 끝날지 모를 악취 고통에 시달릴 생각을 하니, 가만히 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 8월 초, 농장까지 차량이 오가던 관습상 도로임야 중 개인 땅이 들어가 있는 구간송씨 문중 땅에 분뇨·돼지 사료 등 대형 차량은 이동할 수 없게끔 파이프 구조물을 설치, 집단행동에 들어갔다. 또 마을 입구에 현수막을 내걸었다.

"기존 소유주인 H씨야 마을 주민과의 오랜 관계도 있고 암묵적 협의도 있었겠지만, 새로운 농장주는 도로 사용과 관련해 아무런 협의가 없지 않느냐"며 주민들은 따져 물었다.

이에 현 농장주 엄아무개씨는 구조물 일부분을 풀고 차량을 이동하면서 동시에 송씨 문중을 교통방해죄로 고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송씨 문중은 재물손괴죄로 엄씨를 맞고소했다. 엄씨는 통행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현재 이 건은 민·형사상 고소·고발이 동시에 맞물려 있다.

전북 무주군 안성면 죽장마을에 있는 한 돼지농장 뒤편 부지. 돼지 사체가 무더기로 발견됐다.
ⓒ 무주신문

김진명 이장은 "전 농장주 나이가 70세다. 이젠 나이가 있으니 곧 농장 운영을 그만하겠지 생각했는데 동네 사람들과 상의도 없이 팔아버렸다. 그리고 4월 10일 총선날 일방적으로 통보해왔다"고 전했다. 매매 사실이 마을에 알려지고 한 달 뒤인 5월 중순께, 이 문제로 주민 총회까지 열렸다. 총회엔 H씨도 나왔다고 했다.

김 이장은 "H씨가 아무런 미안한 기색도 없었거니와, 법적 하자가 없는데 매매하든 말든 무슨 상관이냐는 식이었다"면서 "무더운 한여름에도 돼지 냄새와 파리 떼 때문에 창문 한 번 제대로 열지 못하고 참고만 살아왔는데, 어떻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느냐. 사람을 너무 믿은 게 죄"라고 분노했다.

주민들은 폐사돼지 불법매립건 및 현 농장주와의 고소·고발 건과 별개로 무주군이 돈사를 매입해 수십 년 간의 악취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해달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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