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진짜 위험한가요? 내 차 불타면 보상은 어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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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서 잇단 화재… 공포감 확산
내연기관차보다 화재 발생 빈도 낮아 진화 어려워 재산 피해 더 커 배터리 과충전·하부 충격 피해야 지상이나 주차장 입구 주차 바람직 # 지난 6월 30일 인천 남동구 한 도로에서 탁송 트럭에 실려있던 레이 전기차에 화재가 발생했다. 탁송 트럭 운전자는 분말 소화기로 초기 진화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119가 출동해 약 1시간 만에 화재 진화를 완료했으나, 레이 차량은 전소됐고 탁송 트럭은 약 2,000만 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를 입었다. 화재는 레이 차량 하부에서부터 시작됐는데, 소방당국은 차량 하부에 배터리팩이 위치하고 폭발 현상이 식별된 점 등을 봤을 때 리튬 배터리의 화학적 요인에 의한 발화 가능성을 제기했다. # 6일 오전 5시쯤엔 충남 금산군 금산읍의 한 주차타워 1층에 주차 중이던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출동한 소방당국은 소방차 등 장비 12대와 인력 35명을 투입해 1시간 37분 만에 불을 껐다. 진화 과정에서 불이 옆 차량으로 번지지 않게 조치하고, 견인차를 이용해 전기차를 주차타워 밖으로 빼낸 뒤 불을 완전히 꺼 추가 피해로 이어지지 않았다. 해당 차량은 기아 전기차로, 화재 당시 충전기가 꽂혀 있었고 10시간 넘게 충전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전기차 하부에서 불이 시작된 점 등을 토대로 배터리 문제에 따른 화재로 보고 있다. 최근 세워둔 전기차에서 화재 발생이 잇따르면서 전기차에 대한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특히 인천 서구 청라동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벤츠 전기차 화재는 8시간 20분 만에 진화돼 지하 주차장에 있던 차량 72대가 전소됐고, 70여 대는 열손 및 그을음 피해를 입었다. 연기를 흡입한 주민 23명이 병원 치료를 받았고, 단전·단수로 인해 수백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는 등 인적, 물적 피해가 컸다. 막연한 공포감으로 전기차 출입을 제한하는 곳까지 등장했고, 근거 없는 소문도 난무하고 있다. △전기차는 정말 위험한지 △어디에 전기차 주차 공간을 둬야 하는지 △전기차에서 불이 나 근처에 있던 내 차까지 손상이 됐다면 어디서 보상을 받아야 하는지 등 주요 쟁점을 정리했다. ①전기차, 타고 다니는 시한폭탄?환경부와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2017년 집계를 시작한 후 매년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2017년 2만5,108대였던 전기차 등록 대수는 2020년 13만4,962대로 처음 10만 대를 넘겼고, 이후 급격히 늘어 올해 상반기 기준 60만6,610대로 집계됐다. 전기차가 늘어나면서 2017년 1건이던 화재 발생은 2021년 24건, 2022년 43건, 2023년 72건으로 증가했다. 올해의 경우 5월까지만 해도 27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최근 3년간 발생한 139건의 화재 중 48%67건는 주차 중36건이거나 충전 중26건, 정차 중5건에 발생했다. 나머지는 운행 중 화재68건가 발생했거나 다른 화재로 불이 옮겨붙은 경우3건 등이었다. 화재 발생이 증가하고 있지만, 내연기관차 대비 전기차가 유독 더 자주 화재가 발생하는 건 아니다. 국토교통부와 소방청 통계를 보면 지난해 차량 등록 대수 1만 대당 화재 건수는 내연기관차가 1.47건이고, 전기차는 1.32건으로 더 적다. 전문가들은 전기차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주의사항을 지키지 않으면 화재 발생 위험성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전기자동차협회장을 맡고 있는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내연기관의 역사는 130년이라 발전을 거듭해 왔지만, 전기차는 본격적으로 보급된 지 10년도 안 됐다"며 "배터리 셀 자체가 불량일 수도 있고, 과속방지턱 충격이나 과충전 등 배터리 충격이 누적돼 화재가 발생하는 등 완벽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금의 공포감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 과충전과 하부 충격이 누적돼 배터리에 무리를 야기하는 만큼, 무조건 주차장 출입을 막고 전기차 포비아를 조장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전기차는 하부에 충격이 없도록 주의하고 과충전만 하지 않는다면 99% 이상 화재 예방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완충 기준으로 85~90% 미만 충전, 과속방지턱 등 하부 충격 주의, 완속 충전기 이용 등만 지킨다면 대부분의 전기차 화재를 예방할 수 있다"며 "이용자가 주의사항만 숙지하면 큰 문제가 없고, 내연기관차에 비해 화재 비율이 훨씬 낮을 수 있어서 과도한 공포심에서는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②불나면 활활… 전기차, 지하 주차 금지해야 하나?화재 발생 비율만 따지면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에 비해 빈도가 낮지만, 화재의 파급력은 전기차가 더 크다. 한 번 화재가 발생하면 불을 끄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기차에 주로 사용되는 리튬이온배터리는 불이 나면 순식간에 온도가 1,000도 안팎까지 오른다. 그러나 배터리팩 안으로 물이 들어가기 어려운 구조여서 진화가 쉽지 않다. 소방청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전기차 화재에 따른 재산 피해액은 총 32억5,543만 원이다. 화재 1건당 평균치로 따져보면 2,342만 원이다. 반면 내연기관 화재 1건당 재산 피해액은 평균 952만 원으로 2배 이상 차이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 청라 아파트 화재나 탁송 중이던 레이 차량 화재처럼 주변까지 재산 피해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아 일부 시설이나 아파트 단지에선 아예 전기차의 지하 주차장 이용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무조건 지하 주차를 금지하기보다 보완책을 마련해 두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전기차 충전시설을 지상으로 옮길 수 있다면 좋겠지만 신축 아파트 등 일부 시설에선 지상에 주차 공간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소방차나 소방관이 빠르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전기차 전용 구역을 지상으로 옮기거나 지하 주차장 출입구 근처로 이동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콘크리트로 전기차 전용 구역의 구획을 구분하면 화재가 주변으로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화재가 발생하면 유독가스가 상당한데, 대피가 용이하도록 방독면을 비치해두면 좋다"며 "현재로선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를 수조에 담그는 것이 가장 적합한 진화방법인데, 수조를 설치할 공간이 있도록 전기차 주차 구역에 여유공간을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밝혔다. ③전기차 화재로 내 차도 피해 입었다면?전기차 화재의 발화원이 배터리 등 차량 결함으로 확인될 경우 보상 책임은 제조사에 있다. 제조물 책임법에 따라 제조업자는 제조물의 결함으로 생명·신체 또는 재산에 손해를 입은 자에게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법조계에선 소멸시효가 제조물을 공급한 날부터 10년 이내로 정해져 있어 자동차 출고일이 10년 이내일 경우에 법 적용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화재가 발생해 전소되면 모든 증거가 타버려 발화원이나 결함의 원인을 특정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또 제조사에서 결함을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차주 역시 차량을 정상 사용해 과실이 없다는 점을 입증해야 해 기나긴 법정 싸움을 벌여야 한다. 일각에서 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를 두고 벤츠 차주 측 보험사의 보상 한도 때문에 벤츠 차주가 다 보상해야 한다는 지라시가 돌기도 했으나 손해보험사들의 설명은 다르다. 책임 소재가 어디에 있든, 결론이 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우선 자차보험으로 보상처리를 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한다. 불이 옮겨붙어 화재 피해를 입은 차주들이 화물차 공제조합이나 자차보험을 통해 차량 가액, 수리비를 보상받으면 해당 보험사가 상대 차주 측 보험사나 제조사를 상대로 구상권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식이다. 화재 발생 과정에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거나 주차장 관리에 과실이 발견됐을 경우 주차장 관리 주체 측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피해자 구제가 우선이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자차 보험으로 먼저 처리하고, 소방당국이나 경찰 조사 결과에 따라 화재 원인이 밝혀지면 각 보험사들이 구상 청구를 하고 있다"며 "차량 결함이라면 제조사에, 차주에 과실이 있다면 차주 측 보험사에 청구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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