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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 김치볶음에 10억 로봇…폐암 조리사엔 5만원 위험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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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5회 작성일 24-08-06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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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로봇이 소고기탕국을 만드는 모습. 공동취재사진

조리실무사 결원 사태에 서울시교육청이 내놓은 대안은 ‘임금 인상을 통한 인력 채용 유도’가 아니라 ‘조리로봇팔’이었다. 서울시교육청은 2023년 조리로봇팔 시범학교를 공개한 데 이어 2024년에는 로봇팔 도입학교를 5곳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솥에서 재료 못 섞고, 소스 못 만드는 로봇






2024년 6월21일 서울 성북구 숭곡중학교 급식실. 10억원을 들여 전국 최초로 조리로봇팔을 도입한 이 학교에는 로봇팔 4대가 설치돼 있었다. 기자는 이 가운데 가장 효용감이 높다는 ‘튀김 로봇팔’을 써봤다. 채 형태로 된 용기에 튀김 포장을 뜯어 담고, 일정 장소에 용기를 올리자 로봇팔이 알아서 끓는 기름에 튀김을 조리한 뒤 완성품을 갖다줬다. 사람은 이 튀김을 받아든 뒤 바트스테인리스 용기에 옮겨 담고, 살짝 윗부분을 잘 펴준 뒤 이동용 수레로 옮기는 작업만 하면 됐다.



숭곡중 김혜영 영양사는 “튀김 로봇은 굉장히 잘 되고, 뜨거운 기름 앞에서 계속 튀기지 않아도 되니 조리선생님들도 만족한다. 다만 볶음 로봇은 아직 사람이 하는 것처럼 디테일한 부분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제육볶음·김치볶음 같은 단순 볶음 조리는 가능하지만, 스파게티 소스 등 눌어붙는 음식을 만들 땐 솥 맨 아래부터 삽을 삽입해 밑을 퍼올려 섞어줘야 해서 로봇팔을 쓰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로봇팔이 조리실무사 결원율을 해소하는 대안이 되겠느냐는 질문에는 “로봇은 노동 강도 완화를 위해 필요하다”면서도 “조리실에서 근무하는 분들이 사실 굉장히 숙련된 인원인데 거의 50대 여성이라 3~4년 뒤에는 다 퇴직할 거다. 진짜 요리를 잘하고 열심히 하는 고급인력이 없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이 인력을 다시 흡수할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10억이면 할 수 있는 것들





다른 학교의 영양교사는 로봇팔 대안론에 좀더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경력 20년이 넘은 서울 마포구의 한 영양교사는 “10억원이면 조리선생님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세척 작업을 개선할 ‘스마트 식기세척기’를 다량 구매할 수 있는 예산인데 안타깝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튀김 로봇팔은 공산품 조리에 적합한 기기이기 때문에, 직접 만드는 고기튀김·야채튀김 등 수제 튀김은 잘 못해요. 아이들이 자라나는 시기에 되도록 우리 식재료로 만든 건강한 음식을 먹여야 한다는 관점도 중요합니다. 문제는 건강·맛을 동시에 고려하다보면 그렇지 않아도 ‘저임금 고강도’인 조리선생님 업무가 너무 가중된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수제 요리를 유지하면서 조리선생님들의 업무 강도를 낮춰주기 위해 사람을 대폭 늘려야 하는 거죠. 늘리려 해도 지원자가 없으면 돈을 더 줘야 합니다.”



그는 특히 “교육공무직 가운데서도 조리실무사들은 산업재해 위험이 조선소·건설 노동 등에 비해 저평가돼 있기 때문에 특수한 직렬로 인정해 단가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급식실에서는 폐암, 화상, 하수구 다리 끼임, 미끄러짐으로 인한 뇌출혈 등 다양한 산재가 발생하지만 조리실무사가 받는 위험수당은 5만원에 불과하다.





저평가되는 중년 여성의 고강도 노동





학교급식실 노동의 산재 위험이 저평가된 이유에는 중년 여성 노동자가 몰려 있는 현장의 고강도 노동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회 분위기가 녹아 있다. 2022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간한 ‘성인지적 산업안전보건정책 개선방안’을 보면, ‘여성 집중 산업인 경우 건설 등의 직종인 남성 집중 산업에 비해 산업안전보건 위험 사항이 적다는 인식이 지배적인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여성 근로자들의 작업장 위험 사항 및 보건 관련하여 사회적 관심 수준이 낮고 관련 과학적 연구 조사는 부족하고 관련 신뢰성 있는 정보가 거의 부재’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청은 조리실무사들의 ‘임금 체계’와 관련해 권한이 많지 않다는 입장이고, 교육부는 무관심한 상황이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조리실무사 임금은 시도교육청과 교섭하지만, 실제로는 교육부가 예산을 쥐고 있기 때문에 ‘저임금 고강도’ 노동 문제를 개선해 결원 사태를 해소하려면 교육부 차원의 정책적 방향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 학부모 커뮤니티에도 ‘교통비라도 더 줘야 사람이 온다’는 등 조리실무사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학교급식실 조리실무사들은 기본급 198만6천원교육공무직 2유형 첫 월급 기준에 1년 근무할 때마다 근속수당 3만9천원이 오르지만, 일을 시작할 때 받는 임금은 세후 2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이들은 공공기관 조리실무사 1명당 평균 식수인원65명보다 3배 이상 많은 인원의 식사를 감당해야 한다.



교육당국이 머뭇대는 사이에 일각에서는 직영급식 체제를 위탁급식 체제로 전환하려는 움직임까지 나오고 있다. 이종태 서울시의원국민의힘은 2024년 5월20일 서울시의회에서 ‘학생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학교급식 미래방향’이라는 주제로 비공개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비공개 간담회에는 서울시교육청 관계자, 영양교사, 조리사, 학부모 및 교육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했는데, 간담회의 외피는 ‘공산품 사용 증가에 대한 대안 마련’이었다. 하지만 사실상 ‘조리인력 부족에 대한 민간 위탁 방안 모색’ 이야기가 나오면서 ‘인력 위탁’이 하나의 방안이라는 이야기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21> 이 입수한 당시 비공개 간담회 관련 문서를 보면, 한 영양교사가 “산업인력 구조에 따른 고민도 필요한 상황으로 조리원이 최소 3~4명은 돼야 급식이 가능한데 인력난 해소를 위해 엠오유MOU든 위탁이든 검토를 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간담회의 한 참석자도 <한겨레21> 과 한 통화에서 “노조에서는 절대 위탁을 못하게 하겠지만, 위탁급식을 하게 되면 학부모도 교장 선생님도 골치 아프게 조리원 뽑는 고민을 하지 않고 너무 편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21> 한겨레21>



7월24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는 정혜경 의원이 학교급식법 개정안 제안 설명을 했다. 개정안에는 ‘학교급식 종사자의 안전과 건강 도모’에 대한 조항과 함께 ‘학교급식위원회에서 학교급식 종사자의 1인당 식수인원과 산재 예방을 위한 시설 개보수 등 근무환경과 처우 개선을 심의해 급식실 종사자의 적정인원을 보장’하는 내용을 추가하는 방안이 담겨 있다.



정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협조에 적극적이고, 서울시의회에서 교육청에 질의한 내용을 보면 국민의힘 시의원들도 열악한 조리실무사들의 노동환경에 대해 지적하고 관심을 기울였기 때문에 여야 협조를 통한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21 기사 더 보기 h21.hani.co.kr



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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