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년생 이상은 가라" 패키지 여행에 MZ들이 몰린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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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패키지 여행 시장 큰손이 된 2030
패키지 여행 시장 큰손이 된 2030
효도 관광이나 깃발 부대, 사실상 강제에 가까운 쇼핑 옵션. 패키지 여행 하면 떠오르는 인상이다. 하지만 요즘의 여행 트렌드는 다르다. MZ들이 패키지 여행 시장의 큰손으로 등장했다. 해외여행 자유화1989년 35년이 넘어 패키지 여행을 경험한 인구도 많아졌고, 개인의 취향과 관심사를 세부화하는 방식으로 패키지 상품도 크게 늘어난 덕이다.
◇“MZ 한정으로 모십니다”
주부 김주연52씨의 대학생 딸24은 최근 부모에게 ‘패키지 유럽 여행’을 가겠다고 했다. 중장년만 이용하는 줄 알던 여행사 패키지 상품에 20대가 끼겠다니,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저나 남편은 20대 때 배낭여행으로 외국을 처음 다녀왔는데, 영어도 외국 문화도 익숙한 요즘 애가 패키지를 간다니 황당했다”고 말했다.
딸이 내놓은 답은 의외였다. 또래 ‘2030 한정’으로만 꾸린 패키지 상품이 있다는 것. 깃발 든 가이드가 수십 명을 줄줄이 이끌고 다니는 방식도 아니고, 굵직한 일정과 호텔·교통편 등을 공유할 뿐 세부 일정은 따로 할 수 있다고 했다. 김씨도 코로나 전 고교 동창들과 패키지 여행을 떠났다가 같은 팀이었던 잔소리쟁이 70대 어르신들 때문에 여행을 망친 기억이 떠올랐다. 동행 수십 명이 생활 패턴도, 음식 취향도, 관광 포인트도 제각각이다 보니 어느 장단에도 맞추지 못해 여행을 아예 망쳐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2030끼리 취향에 맞춘 여행을 하고, 귀찮은 일은 덜 수 있는 장점이 있다니 이해가 되더라.”
31세 직장인 이서연씨는 벌써 두 차례 MZ 패키지를 이용했다. 이씨는 “친구들과 일정을 맞추기도 어렵고, 혼자 여행 가는 건 무서운데 2030만 참여할 수 있는 패키지 여행에 참여해 보니 취향과 트렌드를 공유할 수 있어 꽤 재밌었다”고 말했다. 스스로 교통·숙박 등을 따져 정해야 하는 기회비용과 시간 등을 따져보면 경제적으로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배낭여행? 제가요? 왜요?
여행사에서 근무하는 정진엽48·가명씨는 “우리 때만 해도 ‘헝그리’하게 배낭여행을 다니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어린 시절부터 엄마·아빠와 해외여행을 경험한 MZ들은 그런 ‘거지 여행’에 전혀 욕구가 없다”고 말했다. 이미 해외 경험이 많은 만큼 여행에 대한 기대도 구체적이고 독특한 경우가 많다는 것.
Y여행사가 현재 팔고 있는 13박 15일 서유럽 세미 패키지 상품은 1986~2005년생만 신청할 수 있다. ‘여행 특성상’ 커플 신청은 불가하다. “귀찮은 것들 다 해결해 줄게. 너는 여행에만 집중해”라는 콘셉트를 강조한다. 숙박, 이동, 대략적인 일정 등이 확정돼 있는 것이다. 파리·로마 같은 전형적 유럽 대도시뿐 아니라 스트라스부르·시에나 같은 소도시를 포함한 것이 ‘묘미’라고. 한 이용자는 “자유여행이었다면 소도시까지 도전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여러모로 내 욕구에 맞는 여행이었다”고 했다.
남미·이집트·아이슬란드 같은 다소 난도 높은 여행지도 이런 형식으로 모객해 인기를 끌고 있다. 작년 말 남미 여행을 다녀온 강모32씨는 “원래 패키지로 여행하는 것을 안 좋아하지만 남미는 위험하고 너무 낯선 곳이라서 패키지 상품을 이용했다”고 말했다. 대부분 그와 비슷하게 유럽, 미국, 아시아 지역 여행 경험이 있는, ‘남과 다른 여행지’를 찾아 신청한 사람이었다.
최근에는 미국프로농구NBA 팬을 겨냥한 여행사 상품이 700만원대의 다소 높은 가격에도 30분 만에 완판됐다. 모두투어가 NBA 전문 유튜버 ‘B Story비스토리’와 함께 기획한 NBA 직관 콘셉트 투어 상품. 예약자의 90%가 MZ세대다. 미국 서부 투어 상품에 농구 팬들을 타깃으로 한 킬러 콘텐츠를 얹은 셈이다.
F1 경기나 손흥민 선수가 출전하는 경기 관람을 목적으로 한 패키지도 있고, 테니스·골프 경기 직관 여행도 꾸준히 수요가 있다.
소비를 통해 자기 신념이나 가치를 표현하는 ‘미닝아웃meaningcoming out’이 여행에도 반영된다는 분석이다. 기후 위기의 피해에 직면한 남태평양의 작은 섬들을 여행하거나, 현지 시장 투어와 전통 요리를 즐기는 문화 체험 여행이 허니문의 한 형식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환갑 넘은 다국적 MZ 투어도
‘MZ 패키지’라는 모자가 씌워지니 새롭게 느껴지지만, 일찍이 ‘다국적 배낭여행’이라는 콘셉트로 전 세계 젊은이들을 모은 투어가 있었다. 35국 이상 만 18~35세 젊은이들이 한 팀을 이뤄 다양한 나라를 여행하며 각종 레저·문화 체험을 하는 다국적 배낭여행 ‘컨티키’ 등이다.
25년 전 대학생 때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송지현46씨는 “호주·대만·독일 등에서 온 또래들과 옐로스톤·그랜드캐니언 등을 포함해 미국 서부 지역을 보름간 여행했다”며 “영어 공부도 할 수 있고 외국 친구들도 만들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런 송씨의 아들18은 배낭여행이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하는 ‘요즘 애들’로 컸다. 오로라를 보는 북유럽 여행 정도라면 부모와 함께하겠다는 생각. 송씨는 “허리띠 졸라매는 배낭여행이 90년대 이후 학번의 시대정신이었다면 MZ들의 ‘작은 럭셔리’ 패키지 여행은 그 세대의 시대상을 반영하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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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화 기자 peace@chosun.com

패키지 여행은 더 이상 중장년의 전유물이 아니다. 여러 여행사에서 2030대로 한정한 투어 상품을 내놓고 완판 행진 중이다. 하나투어에서 지난해 진행한 ‘밍글링 투어 몽골편’의 모습./하나투어
주부 김주연52씨의 대학생 딸24은 최근 부모에게 ‘패키지 유럽 여행’을 가겠다고 했다. 중장년만 이용하는 줄 알던 여행사 패키지 상품에 20대가 끼겠다니,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저나 남편은 20대 때 배낭여행으로 외국을 처음 다녀왔는데, 영어도 외국 문화도 익숙한 요즘 애가 패키지를 간다니 황당했다”고 말했다.
딸이 내놓은 답은 의외였다. 또래 ‘2030 한정’으로만 꾸린 패키지 상품이 있다는 것. 깃발 든 가이드가 수십 명을 줄줄이 이끌고 다니는 방식도 아니고, 굵직한 일정과 호텔·교통편 등을 공유할 뿐 세부 일정은 따로 할 수 있다고 했다. 김씨도 코로나 전 고교 동창들과 패키지 여행을 떠났다가 같은 팀이었던 잔소리쟁이 70대 어르신들 때문에 여행을 망친 기억이 떠올랐다. 동행 수십 명이 생활 패턴도, 음식 취향도, 관광 포인트도 제각각이다 보니 어느 장단에도 맞추지 못해 여행을 아예 망쳐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2030끼리 취향에 맞춘 여행을 하고, 귀찮은 일은 덜 수 있는 장점이 있다니 이해가 되더라.”
31세 직장인 이서연씨는 벌써 두 차례 MZ 패키지를 이용했다. 이씨는 “친구들과 일정을 맞추기도 어렵고, 혼자 여행 가는 건 무서운데 2030만 참여할 수 있는 패키지 여행에 참여해 보니 취향과 트렌드를 공유할 수 있어 꽤 재밌었다”고 말했다. 스스로 교통·숙박 등을 따져 정해야 하는 기회비용과 시간 등을 따져보면 경제적으로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그래픽=송윤혜
여행사에서 근무하는 정진엽48·가명씨는 “우리 때만 해도 ‘헝그리’하게 배낭여행을 다니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어린 시절부터 엄마·아빠와 해외여행을 경험한 MZ들은 그런 ‘거지 여행’에 전혀 욕구가 없다”고 말했다. 이미 해외 경험이 많은 만큼 여행에 대한 기대도 구체적이고 독특한 경우가 많다는 것.
Y여행사가 현재 팔고 있는 13박 15일 서유럽 세미 패키지 상품은 1986~2005년생만 신청할 수 있다. ‘여행 특성상’ 커플 신청은 불가하다. “귀찮은 것들 다 해결해 줄게. 너는 여행에만 집중해”라는 콘셉트를 강조한다. 숙박, 이동, 대략적인 일정 등이 확정돼 있는 것이다. 파리·로마 같은 전형적 유럽 대도시뿐 아니라 스트라스부르·시에나 같은 소도시를 포함한 것이 ‘묘미’라고. 한 이용자는 “자유여행이었다면 소도시까지 도전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여러모로 내 욕구에 맞는 여행이었다”고 했다.
남미·이집트·아이슬란드 같은 다소 난도 높은 여행지도 이런 형식으로 모객해 인기를 끌고 있다. 작년 말 남미 여행을 다녀온 강모32씨는 “원래 패키지로 여행하는 것을 안 좋아하지만 남미는 위험하고 너무 낯선 곳이라서 패키지 상품을 이용했다”고 말했다. 대부분 그와 비슷하게 유럽, 미국, 아시아 지역 여행 경험이 있는, ‘남과 다른 여행지’를 찾아 신청한 사람이었다.
최근에는 미국프로농구NBA 팬을 겨냥한 여행사 상품이 700만원대의 다소 높은 가격에도 30분 만에 완판됐다. 모두투어가 NBA 전문 유튜버 ‘B Story비스토리’와 함께 기획한 NBA 직관 콘셉트 투어 상품. 예약자의 90%가 MZ세대다. 미국 서부 투어 상품에 농구 팬들을 타깃으로 한 킬러 콘텐츠를 얹은 셈이다.
F1 경기나 손흥민 선수가 출전하는 경기 관람을 목적으로 한 패키지도 있고, 테니스·골프 경기 직관 여행도 꾸준히 수요가 있다.
소비를 통해 자기 신념이나 가치를 표현하는 ‘미닝아웃meaningcoming out’이 여행에도 반영된다는 분석이다. 기후 위기의 피해에 직면한 남태평양의 작은 섬들을 여행하거나, 현지 시장 투어와 전통 요리를 즐기는 문화 체험 여행이 허니문의 한 형식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환갑 넘은 다국적 MZ 투어도
‘MZ 패키지’라는 모자가 씌워지니 새롭게 느껴지지만, 일찍이 ‘다국적 배낭여행’이라는 콘셉트로 전 세계 젊은이들을 모은 투어가 있었다. 35국 이상 만 18~35세 젊은이들이 한 팀을 이뤄 다양한 나라를 여행하며 각종 레저·문화 체험을 하는 다국적 배낭여행 ‘컨티키’ 등이다.
25년 전 대학생 때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송지현46씨는 “호주·대만·독일 등에서 온 또래들과 옐로스톤·그랜드캐니언 등을 포함해 미국 서부 지역을 보름간 여행했다”며 “영어 공부도 할 수 있고 외국 친구들도 만들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런 송씨의 아들18은 배낭여행이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하는 ‘요즘 애들’로 컸다. 오로라를 보는 북유럽 여행 정도라면 부모와 함께하겠다는 생각. 송씨는 “허리띠 졸라매는 배낭여행이 90년대 이후 학번의 시대정신이었다면 MZ들의 ‘작은 럭셔리’ 패키지 여행은 그 세대의 시대상을 반영하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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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화 기자 peac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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