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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발점 몰라서 큰 일?"…60년 전에도 걱정됐던 문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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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63회 작성일 24-11-01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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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하는 어휘 다른 세대간, 문해력 논란 반복된 측면 있어
“읽고 쓰기를 즐길 수 있게 하는 게 더 중요… 교육 변해야”
quot;시발점 몰라서 큰 일?quot;…60년 전에도 걱정됐던 문해력


‘추후 공고’는 어디 있는 공업고등학교인지 묻는 대학생, ‘사건의 시발점’을 언급한 선생님에게 왜 욕하냐고 따지는 학생. 예전 기준으론 상식 수준의 표현이나 단어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엉뚱하게 해석하는 학생이 많아졌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관련 사례가 알려질 때마다 ‘요즘 아이들’의 문해력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다. 지난달 한국 첫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지면서 문해력 저하를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한층 더 커졌다. 하지만 문해력 논란이 과장됐다는 반론도 있다. 사용하는 어휘가 다른 세대간 차이로 볼 측면도 있다는 시각이다.

실제 젊은 세대의 언어나 이해력 문제가 우려된 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1966년 9월 13일 한 일간지에는 ‘우등 고학년생 한자 몰라 말더듬’이란 제목의 글이 실렸다. 글쓴이는 “K시에서 수준이 제일 높은 학교에 다니고 거기다 명색이 우등생이라는 고학년생이 국어책을 읽는데 마치 갓 입학한 중학생이 영어 읽는 것 이하로 더듬거리고 있다”고 탄식했다.


1980년 6월에도 일간지들은 ‘현 한국 대학생들의 국어실력에 대한 연구조사’라는 논문을 보도하며 “대학생의 국어실력이 사회가 요구하는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학생 절반 이상이 신문을 제대로 다 읽지 못하고, 4촌 이상의 친척 호칭조차 모른다는 우려다. 날짜만 다를 뿐 오늘날 문해력 논란과 거의 비슷하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문해력 논란은 세대마다 반복된 측면이 있다고 말한다. 오늘을 뜻하는 ‘금일’ 같은 한자어를 모른다고 요즘 학생들의 수준을 걱정하는 4050 세대도 한 때는 한자가 섞인 신문을 못 읽는다고 욕을 먹었던 젊은이었다는 것이다.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1일 “언제나 요즘 어른들은 요즘 아이들을 자신이 어릴 때가 아닌 현재의 자신하고 비교하려는 태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요즘 잘 안 쓰는 단어들을 모른다고 문해력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는 건가”라며 “몰라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요즘 아이들은 이것도 몰라 저것도 몰라’ 식으로 얘기하는 건 발전적인 비판이 아니라 비난이다. 그게 어른스러운 것인지 질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가로등이 세로로 서 있는데 왜 가로등이냐’고 묻는 학생의 경우 형태소 분석은 되는데 동음이의어가 있다는 걸 모를 뿐이라는 게 신 교수의 설명이다. 도로를 의미하는 ‘가로’가 잘 안 쓰이다 보니 연결을 못 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어렸을 때 잘 몰라서 엉뚱하게 생각했던 경험은 누구나 다 있을 것”이라며 “요즘 아이들은 자기표현이 더 적극적이다 보니 논란이 더 두드러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중수 부산대 국어교육과 교수도 “문해력 논란은 100년도 1000년도 더 된 이야기”라고 했다. 김 교수는 “40년 전에 개탄 당한 젊은이들이 지금은 자기 후배 세대를 개탄하고 있다. 이들도 앞선 세대의 언어를 완벽하게 계승하지 못했다”며 “문해력이 점점 떨어지는 게 아니고 세대에 따라 언어가 변화해가면서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조금만 몰라도 조롱하거나 비난하는 분위기가 더 커진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옛날에는 젊은 사람들이 ‘어른들이 쓰는 어려운 말들을 얼른 배워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은 타박하고 문제화하다보니 ‘내가 모르는게 잘못이 아니고 내가 모르는 걸 뻔히 알면서 어려운 말을 쓰는 상대가 잘못이다’라는 식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몰라도 알려고 하지 않고, 모르는 사람한테 친절하게 가르쳐주지 않고, 그러다보니 어려운 말을 쓰는 사람을 공격하는 젊은 세대들이 나타나는 이 과정이 돌고 도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특정 어휘를 아느냐 모르느냐와 별개로 글의 맥락이나 필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추론 능력, 긴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힘이 떨어졌다는 교육 현장의 목소리는 우려할 요소로 꼽혔다. 예를 들어 ‘그 사건은 우리가 이렇게 발전하게 된 시발점이었다’라는 문장에서 시발점의 뜻을 알려준 뒤에도 학생들이 문장의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래서 발전을 했어요? 안했어요?”라고 다시 물어보는 건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글이나 말이 조금만 길어지면 “좀 짧게 말하면 안 되느냐”고 따지는 학생들이 많다는 것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김진희 경남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4학년 슬럼프’라는 말처럼 전 세계적으로 4학년을 기점으로 읽기 경험과 활동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중고등 학생들의 경우에는 입시 위주의 학습 풍토로 인해 실질적으로 독서 습관을 형성하고 독서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진단했다.

문해력을 키우는 것조차도 ‘학습’으로 접근하는 교육 방식도 문제로 꼽혔다. 정혜승 경인교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문해력을 공부 잘하기 위한 독해력으로만 보지 말고 문자를 중심으로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며 “읽기 쓰기가 재밌다고 느낄 수 있는 유인과 활동이 필요하다. 학생들이 왜 읽고 써야 하는지를 체감하고 즐겁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문해력은 사회 소통과 통합적 측면에서 보고 해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김진희 교수는 “문해력 저하는 개인의 소통을 넘어 사회공동체의 존립과 발전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그러려면 전 생애 기반 문해력 교육이 필요하다. 단순히 공교육에서 문해력 교육 시간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문해력 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덕호 국어문화원연합회 회장은 “젊은 세대만의 잘못이 아닌데 비난만 해서는 안 된다”며 “문해력 저하를 걱정하고 있는 어른들이나 정부 당국에서 학생들을 교육시킬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고 그것을 통해 뭔가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된다”고 강조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 이가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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