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 다 밀고 핑크뮬리만…참 이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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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년 사이 지구를 완벽하게 장악한, 호모 사피엔스의 다양성 혐오에 대한 고찰
최재천 생태학자의 경고 "생물 다양성의 불균형 바로 잡지 않으면, 팬데믹 더 자주 벌어질 것"
최재천 생태학자의 경고 "생물 다양성의 불균형 바로 잡지 않으면, 팬데믹 더 자주 벌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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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를 찾은 관광객들이 활짝 핀 핑크뮬리를 감상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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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다양성재단, 이야기와 동물과 시가 주최해 지난달 26일 열린 리와일딩재야생화 포럼에서, 최재천 생태학자가 생물 다양성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사진=남형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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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27일 오후 대전 휴양림을 찾은 시민들이 붉게 물든 메타세콰이어 길을 걸으며 가을 정취를 사진에 담고 있다./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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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색 옷으로 갈아입은 은행나무 가로수가 가을 정취를 만끽하는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저는 열대 정글을 돌아다니는 사람이라서, 이런 숲을 좋아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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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 다양성이 잘 어우러진, 자연 그대로의 숲왼쪽과 인간이 보기 좋은 방식으로 심어지고 정돈된 메타세콰이어 숲오른쪽./사진=최재천 생태학자 리와일딩 포럼 발표 자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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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수많은 변이를 보라…자연은 순수를 혐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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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퀘백주州 바이코모 서쪽 산림에 침엽수들이 우뚝 솟아 있다. 캐나다 북방림으로 불리는 이곳은 아마존 다음으로 지구의 미래를 보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곳 역시 기후 변화로 위기를 맞고 있다./사진=뉴스1 |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변신의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 그가 어느날 아침 깼더니 애벌레가 돼 있었다, 그게 소설의 시작이다.
그 애벌레가 한 이파리를 맛있게 먹는다. 다 먹으면 고민에 빠진다. 자연계는 워낙 다양한 곳이라, 먹었던 것과 똑같은 이파리가 거기 또 있단 보장이 없기에. 옆에 있는 걸 대신 먹어본다. 못 먹겠다 싶으면 찾으러 나서야 한다.
"아마 5m쯤 떨어진 곳에 그 나무 이파리가 있다면요. 작은 애벌레에겐 그야말로 구만리 같은 길입니다. 직진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식물들을 냄새 맡고, 시식하고, 토하면서 가야하죠. 그 시간 동안, 이 애벌레가 먹어치운 식물은 또 작은 이파리를 만들어내며 자라게 됩니다. 자연에서는 다양성이 다양성을 담보해주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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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
"우린 지난 몇 년간 봤지요. 코로나19 팬데믹 때, 첫 변이가 알파로 시작했거든요. 베타가 잠깐 나왔다가 델타 때 우리가 많이 힘들고 죽었습니다. 그다음 오미크론은 감기처럼 앓고 털었지요. 불과 1년 반 사이에 3번에 걸친 변신을 거듭했습니다. 자연은 원래 이런 곳입니다. 시간을 주면 끊임없이 다양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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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의한 개발로 훼손된 아마존 삼림의 모습./사진=뉴스1 |
자연을 순수를 혐오한다자연은 결코 순수해지지 않는다 = 그만큼 다양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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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최악의 실수는 농업…"완벽하게 제거 후 원하는 식물 하나로 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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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이 식물 다양성 측면에선 제로화 한 뒤 같은 걸 심는 거란 것. 그 전엔 굉장히 다양한 식물들이 뒤엉켜 살고 있었을 거란 거였다./사진=머니S |
"코스타리카 정글에 갔을 때, 바나나 농장에서 찍은 사진인데요. 마치 바나나 공장 같지요. 우리가 농사 짓는 방식이 어떻지요? 그냥 저 땅에 쳐들어가서, 그 땅에 있는 식물 다양성을 완벽히 0제로으로 만들고, 원하는 식물 하나로 심는 겁니다. 농장 전에는 굉장히 다양한 식물들이 뒤엉켜 살고 있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이 바나나가 좋은 곤충에겐 순식간에 열리는 천국. 예쁜 곤충이라고 하다가도, 내가 심은 걸 먹으면 해충이라며 살충제를 또 뿌리고. 생물 다양성 파괴란 측면에서의 농업이 그렇다고 했다. 그 유명한 책 총·균·쇠를 쓴 제레드 다이아몬드 교수가 이리 말했단다.
농업은 우리 인류가 저지른 실수 중에서 최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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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기르는 가축들. 혹시 양계장이나 양돈장에 가실 기회가 있으면 얼굴은 한 번 보세요. 진짜 똑같이 생겼습니다. 거의 복제 동물 수준입니다. 유전자 다양성이 결여된 거죠. 공장식 사육을 하면 어떻죠. 한 마리가 질병에 걸리면, 너무 똑같은 애들이 옆에 들러 붙어 있으니 다 같이 걸리는 겁니다."
호모 사피엔스현 인류란 동물은, 그러고 보면 다양성을 혐오하는 것 같다고. 질서를 만들어낸다고 하는 거의 모든 일이, 전부 다양성을 제거하는 일이라고, 그걸 매일 같이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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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물 1% 미만으로 밀어버리고 장악…"바이러스들이 언제든 인간으로 이주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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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에 등장한 건 약 30만년 전. 그중 29만년은 존재감이 없었단다.
"당시 호모 사피엔스가 대한민국 인구 정도였어요. 5000만명에서 5500만명 정도요. 지구에 살고 있던 모든 포유 동물과 새의 전체 중량에서, 호모 사피엔스기르던 개와 고양이 포함가 차지하는 비율을 계산해봤더니 1%도 안 됐습니다."
그러다 1만년 전부터 농경을 시작하며 폭발적으로 숫자가 늘었다고. 올해 기준 호모 사피엔스가 80억 명, 여기에 평균 무게 65kg을 곱하면 인류 전체의 무게가 나오는데, 기르는 모든 동물의 중량까지 합치면 전체의 96% 내지 99%라고. 불과 1만년이란 짧은 시간에, 야생동물들을 1% 남짓으로 밀어버리고 지구를 완벽히 장악한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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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이 심각했던 2020년,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출근하고 있다./사진=뉴스1 |
"야생동물 몸에 붙어서 살던 바이러스들은 사는 게 너무 힘들테고요. 거의 백발백중으로, 인간 아니면 인간이 기르는 동물에게 이주하는 걸 꿈꿀 겁니다. 이런 일은 반복적으로 벌어질 수밖에 없단 겁니다. 생물 다양성의 불균형을 어떻게든 바로잡지 않는다면요."
앤드류 커닝엄 런던 동물학회 교수가 코로나19 팬데믹 원인을 분석한 것도 비슷했다. 인간의 사냥, 서식지 파괴 등으로 박쥐의 면역력이 떨어져 바이러스에 취약해졌고, 머물 곳을 잃은 박쥐들이 더 널리 다니며 감염이 확산됐단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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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박경리 선생의 조언 "원금은 건들지 말고, 이자만 갖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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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4일 오전 부산 강서구 진목항에서 부산시 수산자원연구소 관계자들과 어민들이 은어 치어를 방류하고 있다. 부산시 수산자원연구소는 은어의 자원증강과 낙동강 하구 수산생물의 다양성 회복을 위해 사하구·강서구·기장군 인근 수역에 이날까지 은어 치어 15만 마리를 방류한다./사진=뉴스1 |
여기서 E와 S와 G를 관통하는 핵심 개념이 다양성이라고 했다.
"G경영구조의 다양성은 뭐죠. 오너 혼자 다 말아먹지 말란 거잖아요. 이사회에 거수기만 불러놓고 다 찬성합니다 하지 말란 거죠. 다양한 사람들이 들어와 의사 결정에 참여하란 거고요. S사회는 우리 사회 다양성에 기업도 참여하란 거고요. E는 당연히 생물 다양성 이슈가 있지요. 기업이 바뀌면 상당히 빠른 속도로 사회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약간의 희망 같은 걸 보고 있습니다."
바뀌어야 할 방향. 그건 자연의 생물다양성이 그저 그러하도록 존재한단 걸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 DMZ비무장지대에 인간이 70년간 출입하지 않았을 때, 여기가 생물다양성의 보고寶庫 : 귀중한 게 많이 간직된 곳가 되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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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최재천 생태학자는, 소설가인 고故 박경리 선생이 2002년 한국생태학회 대회에서 했다던 얘길 끝으로 들려주었다. 지속 가능성에 대한 개념도 확립되지 않던 시절, 박경리 선생이 이리 말했단다.
"우리, 원금은 건드리지 말고 이자만 갖고 살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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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고 박경리씨가 타계할 당시 영정사진 모습./사진=머니투데이DB |
그 말에, 전 세계 생태학자 수천 명이 박경리 선생을 향해 기립 박수를 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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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형도 기자 hum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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