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만으론 생활 빠듯"…일하는 어르신 68%가 임시-일용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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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여건 열악… 빈곤율 세계 최고
“주15시간 일하고 月60만원 남짓”
전문가 “정년 연장 등 적극 논의를”
서울에 사는 이모 씨69는 매일 오전 9시 반부터 낮 12시 반까지 어린이집에서 일한다.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 주고 장난감 정리 같은 소소한 일을 돕는다. 주 15시간 근무에 그가 받는 돈은 60만 원 남짓. 이 씨는 “연금만으로는 생활이 빠듯해 일을 시작했다”며 “많지 않은 돈이지만 이 나이에 다른 일 할 곳을 찾긴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정년을 넘겨서도 생계를 책임지며 일하는 노인의 절반 가까이가 한 달에 100만 원도 벌지 못하는 가운데 임시직으로 일하는 이들의 비율도 절반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사회의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며 일하는 고령층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정년 연장을 비롯한 사회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생계 책임지며 일하는 노인 절반 이상은 임시직
30일 본보가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2분기4∼6월 65세 이상 임금 근로자가 가구주인 가구 중 54.0%는 임시직이었다. 가구의 생계를 실질적으로 책임지고 있는데도 단기 일자리로 생계를 유지하는 셈이다. 가구주가 일용근로자인 경우14.0%까지 합치면 68%에 이른다. 상용근로자는 32.0%였다.
업종별로 보면 보건업 및 사회복지사업 종사자가 32.9%로 가장 많았다. 통계청 관계자는 “보건업 및 사회복지사업에 노인 일자리가 비교적 많이 분포돼 있어 해당 업종의 종사 비율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뒤이어 사업시설 관리 및 사업지원 및 임대 서비스업11.1%, 공공행정, 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10.5% 순이었다.
고령층의 근로 여건이 열악하다 보니 한국의 노인 빈곤율 역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상황이다. 202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66세 이상 고령층 소득 빈곤율은 40.4%로, 회원국 평균치인 14.2%보다 3배로 높은 수준이었다. 일본20.2%과 미국22.8%의 경우도 한국의 절반에 불과했다.
● “고령층 일자리 위해 정년 연장 등 논의할 때”
고령층 취업자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3분기7∼9월 65세 이상 취업자 수는 월평균 399만6000명으로 청년층인 15∼29세376만4000명보다 23만 명 넘게 많았다. 올 2분기에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89년 이후 사상 처음으로 65세 이상 고령층 취업자 수가 청년층을 뛰어넘었는데, 그 차이가 더욱 벌어진 셈이다. 게다가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고령층 취업자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통계청은 전체 가구에서 고령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2022년 24.1%에서 2052년엔 50.6%까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제 60대는 줄어드는 노동 인구를 대체하는 생산가능인구라는 관점에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할 시점이 됐다”며 “정부도 공공 부문의 정년 연장 등을 적극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고령층이 일자리에서 경쟁력을 기를 수 있도록 직업훈련 등을 제공하는 제도도 함께 뒷받침돼야 노년층도 근본적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세종=김도형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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