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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 젖어 익명 공간서 분노·조롱만…"전공의 60% 수련 포기" [심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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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49회 작성일 24-03-20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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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기사
중 전공의들 왜 안 돌아오나

의사 인증 커뮤니티인 ‘메디스태프’

화면 캡처·복사 금지… 폐쇄성 짙어

“일베처럼 극단 치우쳐 허위 정보도”

정부 대화제안 대응 않고 의협도 반목

“전문의 자격증 따도 큰 메리트 없어

1∼2년 쉬다 미용·성형 일반의 할 것”


불신 젖어 익명 공간서 분노·조롱만…quot;전공의 60% 수련 포기quot; [심층기획-의료대란 한 달]
국내 전공의의 93%에 달하는 1만1900여명이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전국 수련병원을 한꺼번에 이탈한 지 한 달이 됐지만 돌아오는 전공의는 드물다. 수가 및 처우 개선 등 여러 대책들이 쏟아져나오고 있지만 정부가 2000명 증원을 밀어붙이면서 공식 대화는 먼 일로 보인다. 일부 사안에 있어선 대한의사협회나 의대 교수협의회와도 반목하는 전공의들은 왜, 어쩌다 병원을 등지고 ‘외톨이 투사’가 된 것일까.

◆‘분노의 숲’에서 벌어지는 일들

19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전공의들은 이번 사태 초기부터 의사 커뮤니티인 ‘메디스태프’메?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정부 방침 등에 대응해왔다. 문제는 폐쇄된 공간에서 주고받는 정보들이 허위이거나 일방적 주장인 경우가 많고, 병원 복귀를 언급하는 전공의를 낙인찍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의사나 의대생이 면허증 등으로 인증을 거쳐야 가입할 수 있다는 ‘메?’ 게시판엔 익명으로 글을 쓰고, 화면 캡처나 글씨 복사도 금지라고 한다. 카메라로 화면을 찍어도 가입자 휴대폰 번호가 ‘워터마크’로 남게 해, 외부유출을 철저히 막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폐쇄된 ‘메?’에서 잘못된 정보를 공유하며 분노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 7일엔 이곳에 ‘참의사 명단’까지 올라왔다. 전공의 이탈이 이어지는 상황에도 의료 현장에 남아 환자 곁을 지키는 전공의를 ‘참의사’라고 비꼰 것이다. 명단엔 70여개 수련병원 잔류 전공의 이름과 소속 등이 노출됐다. 명단 공개 글 아래엔 잔류 전공의를 지목해 외모를 비하하고, “잔류 전공의 명단을 평생 박제해야 한다”는 등 조롱하는 댓글도 이어졌다고 한다.
지난 14일 서울시내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전공의들이 집단시작한 지난달 19일엔 ‘사직 전 병원 자료를 삭제하라’는 글이 올라왔고, 최근 파견된 군의관·공보의의 ‘업무거부 지침’도 ‘메?’에 올라왔다.

전날 ‘대국민 사과’를 한 방재승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의 이메일 주소를 공유하며 ‘메일 테러’를 하자는 주장도 있고, 정부 방침을 지지하는 국민에 대해 ‘수준이 낮다’는 식으로 폄하하는 글도 자주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최근 메?에 가입했는데 여기가 ‘일베’인지 착각이 들 정도로 극단적이면서도 분노에 찬 글들이 많아 놀랐다”고 했다. 그는 “2020년 의료계 파업 땐 요구사항이라도 내세웠는데, 이번엔 정부의 대화 제안 등에 일절 대응하지 않으면서 자기들끼리 분노를 키우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경찰은 ‘메?’을 운영하는 사무실을 이미 두 차례 압수수색하는 등 강제수사에 나섰다.
◆1년 버티면 이긴다… “60% 이상 수련 포기”

전공의들이 폐쇄된 공간에서 분노를 키우며 복귀를 거부하는 것과 별개로 올해 수련은 포기하겠다는 전공의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5∼6년간의 전공의 기간을 거쳐 전문의 자격을 따면 새로운 세상이 온다’거나 ‘모든 선배들이 거쳐간 당연한 기간’이라는 선배 의사들 조언에 분노하는 전공의도 많다.

전공의들이 교수들과 의협에까지 반감을 드러내는 것은 2020년 파업 당시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의대증원을 두고 갈등이 이어지던 당시 최대집 의협 회장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책추진·파업중단에 합의했다. 합의 도출엔 전공의 파업이 큰 영향을 미쳤는데, 정작 대한전공의협의회는 합의 대상자에 포함되지 않아 ‘전공의 패싱’ 논란이 일었다.

전공의 절반 이상이 수련병원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임무영 변호사는 “사직 전공의 중 60% 이상은 절대 병원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전문의가 되기보다 일반의로서 미용·성형 분야로 개원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19일 대구 한 대학병원에 병원 사정으로 대기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전공의들에게 ‘기계적인 사법처리’ 등을 강조한 것이 반감을 키웠다는 얘기도 있다. 이미 정부 방침에 실망한 전공의들은 올해 수련을 포기하고 1∼2년 쉬면서 미래를 준비할 것이란 얘기가 들린다. 전문의 인기는 이전부터 하락세였다. 의대 졸업생 90% 이상이 전문의 취득 과정을 밟았지만 최근엔 일반의 비율이 20%까지 늘었다. 특히 필수의료 분야 기피 흐름이 두드러진다.

의료정책연구원이 2022년 발간한 ‘필수의료 활성화를 위한 정책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국내 전문의 수는 2011년 6만4461명에서 2020년 8만8877명으로 연평균 3.3% 늘었는데, 외과·흉부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는 연평균 1.2~2.2% 증가하는 데 그쳤다.

1만2000명에 육박하는 전공의들이 수련을 포기할 경우 빚어질 문제는 지난 한 달간 겪은 피해보다 훨씬 심각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미 의료대란 장기화로 의료진에 급여 반납 동의서를 받는 병원까지 나왔다. 이날 의료계에 따르면 상계백병원은 전날 인제대 상계백병원장 명의의 ‘급여반납동의서’를 첨부한 메일을 의료진에 보냈다.

정재영·이정우·조희연·정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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