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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 하실 분" 10대 마약·성매매 채팅…정부 알고도 놔둔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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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64회 작성일 24-10-29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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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번호만 있으면 가입되는 랜덤채팅 앱. 앱 즐톡 캡처

휴대전화 번호만 있으면 가입되는 랜덤채팅 앱. 앱

가출 청소년 박모17양은 지난달 비슷한 처지의 친구 2명과 랜덤채팅 앱 ‘즐톡’에 “시원한 아이스필로폰을 뜻하는 은어 함께 하실 분?”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을 본 양모52?남씨는 “마약을 갖고 있다”며 박양에게 접근했다. 박양 일행은 텔레그램 영상통화를 통해 양씨가 실제 마약을 소지한 사실을 확인한 뒤 서울 중랑구와 중구 모텔 등 숙박업소에서 양씨와 함께 마약을 투약했다. 박양은 성인인 척 다른 사람의 모바일신분증 화면을 녹화한 화면을 모텔 업주에게 보여주며 투숙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강남의 한 호텔에서 박양 등 10대 3명을 검거했다. 경찰은 청소년들이 마약을 구한 배경에 성인이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한 결과, 도주한 양씨 및 함께 있던 또 다른 남성 오모47씨를 순차적으로 검거해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모두 5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미 수년 전부터 이른바 조건만남 등 이름으로 청소년 성매매 온상이 돼 온 랜덤채팅이 최근 청소년 도박·마약 등 각종 10대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 청소년 보호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도 이미 4년 전인 2020년 랜덤채팅 앱을 ‘청소년 유해매체’로 지정하고도 차단·고발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실상 범죄 확산을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랜덤채팅 앱은 서로 아는 사이인 지인과 대화하는 카카오톡 등 통상 소셜미디어SNS와 달리 같은 지역·남녀 등 사용자가 설정한 범주에 따라 불특정 타인을 무작위로 연결해주는 채팅앱이다. 대부분 성인 인증 없이 휴대전화번호로 인증하면 가입이 가능하다. 28일 기준 구글플레이와 앱스토어 등 국내 앱 마켓에서 총 250여개 랜덤채팅 앱이 운영되고 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실제로 이날 즐톡 앱은 별다른 성인·실명 인증 없이 휴대전화 번호만 입력하니 바로 가입이 가능했다. 다른 앱에서도 ‘얼음필로폰 구해요’, ‘ㅋㄷ캔디·마약을 뜻하는 은어 구합니다’ ‘작대기필로폰 주사기 또는 1회분 의미 있으신 분’ 등 은어를 사용한 마약 채팅방이 다수 발견됐다.

성매매 등 성범죄를 암시하는 채팅방도 많았다. 한 랜덤채팅 앱에 ‘19세 여성’이라고 지정해 가입한 뒤 관심사를 ‘애인 만들기’로 설정하자, 가입 5분 만에 쪽지가 쏟아졌다. 이중엔 “ㅈㄱ조건만남을 뜻하는 줄임말?”이라거나 30대 후반 남성이 “지금 만날 수 있냐”고 제안하는 내용도 있었다. 이외에도 ‘ㅂㄴ변태 여성 구함’ 같은 음란한 제목의 채팅방도 눈에 띄었다.

랜덤채팅을 통한 미성년자 관련 범죄 문제는 랜덤채팅 앱이 등장한 2015년 무렵부터 꾸준히 증가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랜덤채팅 앱 음란·성매매 정보 적발 및 시정요구 건수는 2019년 3297건에서 지난해 1만4958건으로 4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1월부터 9월 말까지도 총 1만 4341건으로 집계돼 또 최고치를 찍을 전망이다. 올해 1~9월 방심위의 랜덤채팅 앱을 포함한 전체 인터넷·통신 삭제·이용정지·차단 등 시정요구 현황을 보면 ▶음란·성매매 6만5508건28.0% ▶디지털성범죄 5만8802건25.1% ▶도박 5만3086건22.7% ▶불법 식·의약품 2만6413건11.3% 순으로 나타났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이처럼 10대 청소년 마약·성범죄·도박 등이 온라인을 통해 확산한 가운데 여성가족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계 부처가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성가족부는 앞서 2020년 랜덤채팅 앱을 성인 인증을 해야 가입할 수 있는 ‘청소년유해매체’로 지정했다고 고시했다. 하지만 휴대전화 번호로 본인 인증을 하거나 대화 저장?신고·관리 기능이 있으면 유해 매체 지정에서 제외되는 허점을 노려 업체들은 급속히 늘었다. 4개월마다 유해 매체 여부를 점검하고, 산하 기관인 청소년매체환경보호센터 유해매체점검단100명을 통해 음란 정보를 모니터링한다는 게 사실상 유일한 규제다.

여가부 관계자는 이날 “사용자 차단 등 조처를 해도 이들이 다시 가입하면 막을 수 없다. 현실적으로 랜덤채팅에 올라오는 개인적인 대화를 모두 모니터링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방심위 역시 인력난을 호소한다. 한 관계자는 “여가부로부터 연간 랜덤채팅 앱 관련 1만건 넘는 심의 요구가 오는데, 해외 사이트 등 모든 음란·성매매 관련 정보를 심의하는 인력은 8명뿐”이라고 말했다. 시정 요구도 이용자 퇴출이 유일하고 앱에 대한 직접적인 제재는 사실상 하지 않고 있다. 이른바 ‘n번방’ 사건이 터진 지난 2020년 국정감사 당시 랜덤채팅 상 청소년 성매매 논란이 일자, 강상현 당시 방심위원장은 “실명 인증 제도 등을 담당하는 관계기관을 확인해 적극 조치하겠다”고 했지만,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전문가들은 랜덤채팅 앱 업체 대부분이 영세해 비용 등을 이유로 최소한 의무만 시행하는 만큼 정부의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황석진 동국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성매매나 도박·마약 등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특정 단어를 막는 키워드 차단 기능이나 문제 사용자 차단 등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윤숙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유해정보 접근 차단 기술을 개발하는 등 플랫폼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부처 간 관련 정보를 함께 수집·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봉규 한세대 산업보안학과 교수는 “현재는 온라인상의 불법 정보를 유형별로 각 부처가 따로 모니터링 하고 있어 의미가 없다”며 “정보를 관리·처리할 중간 허브 역할을 하는 기관이나 기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간아동·청소년 인권기관인 탁틴내일의 이현숙 대표는 “여가부나 방심위의 관련 인력 확충도 중요하지만, 미국처럼 온라인상의 아동?청소년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보람·이찬규 기자 lee.boram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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