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담소]전처·자녀들 피해 재산 상속…재혼 아내에 증여 아닌 매매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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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연자 : 저는 20년 전 남편과 결혼했습니다. 결혼할 당시 남편은 한 번 이혼했던 적이 있었고 아이도 둘이 있었습니다. 저에게 다행한 일인지 모르겠지만... 남편은 전처의 자녀들을 찾지 않았고, 자녀들도 남편을 찾지 않았습니다. 저희 사이에는 아이가 없습니다. 남편만 직장생활을 해서 풍족하게 살지는 못했지만 돌이켜 보면 20년 동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남편과 저는 몇 년 전부터 건강이 많이 안 좋아졌습니다. 남편은 암에 걸렸고 저는 무릎이 좋지 않아 거동이 불편했죠. 남편은 몸이 아픈 와중에도 인연이 끊긴 자녀들이 갑자기 찾아올까 봐 걱정했습니다. 저희 부부의 재산이라고는 부부가 함께 살아온 작은 아파트 하나뿐입니다. 만약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난다면 저는 이 아파트에서 계속 생활해야 합니다. 그런데 남편의 자녀들이 나타나서 상속권을 주장하게 되면 제 노후 생활이 매우 불안해질 수 있습니다. 남편은 주변 지인들과 이 문제를 자주 의논했습니다. 남편 친구는 상속이 되기 전에 미리 아내에게 아파트를 증여하되 증여가 아닌 매매 형식으로 처리하라고 조언했습니다. 그렇게 하면 자녀들이 이 아파트에 대해 아무 권리를 주장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남편은 이 조언을 듣고 저에게 매매한 것으로 해서 소유권을 이전하려는 중입니다. 저희가 잘 하고 있는 걸까요?
◆ 조인섭 변호사 이하 조인섭 : 남편이 사망할 경우 남편의 인연이 끊어진 전혼 자녀들이 상속권을 주장할 수 있나요?
◇ 이준헌 변호사 이하 이준헌 : 네. 이 사연과 같이 남편분과 남편분의 전혼 자녀들이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었다고 하더라도, 남편분의 자녀들인 이상 상속권은 인정됩니다.
◆ 조인섭 : 남편이 사연자분에게 아파트를 증여해도 상속권이 인정되나요?
◇ 이준헌 : 만약에 남편분이 생전에 사연자님께 아파트를 증여할 경우에는 아파트가 상속재산이 되지는 않지만, 만약 자녀들이 사연자님을 상대로 유류분 반환 청구를 할 경우에는 증여된 아파트가 생전 증여 재산으로 자녀들의 유류분 부족액을 산정하는 데 반영되게 됩니다. 그리고 유류분 반환의 경우 원물반환, 즉 증여재산 그 자체를 반환하도록 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자녀들에게 아파트 지분에 대한 이전 등기를 해주는 방법으로 유류분을 반환해주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 조인섭 : 유류분이 반환되면 어떤 문제가 발생될 수 있나요?
◇ 이준헌 : 만약 사연자 님이 남편분의 전혼 자녀들에게 유류분을 반환해줘야 하면, 자녀들은 아파트에 대해 각자 7분의 1의 지분권자가 됩니다. 배우자와 자녀가 공동 상속인이 되는데, 배우자가 자녀들과 공동상속인이 되는 경우에는 5할을 가산하게 되고, 자녀들의 유류분 비율은 2분의 1이므로 이를 계산하면 사연자님이 7분의 5, 자녀 둘이 각각 7분의 1씩 아파트를 공유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사연자님이 과반수 지분을 가지게 되기 때문에 공유물의 관리행위로서 아파트에게 거주하시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으나, 자녀들이 사연자 님의 단독 사용에 대한 대가로 자기 지분에 해당하는 만큼의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하게 되면, 자녀들에게 부당이득금을 지급하여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만약에 사연자님이 아파트를 처분해야 할 경우, 공유물의 처분은 다른 공유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므로, 만약 자녀들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사연자님이 단독으로 아파트를 처분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게 됩니다.
◆ 조인섭 : 그렇다면 매매 형식으로 증여하면 남편의 자녀들의 유류분 반환 청구도 피할 수 있나요?
◇ 이준헌 : 실제로 매매 대금까지 주고받았으면 모르겠지만, 이 사연에서는 매매 형식으로 증여하였다고 하더라도 유류분 반환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유류분 반환을 피하기 위해 매매 형식으로 증여를 하는 사례는 생각보다 많이 발견되는데요. 이 사례들의 실제 판결을 살펴보면, 증여받은 사람이 그 재산을 취득할 경제적 능력이 있는지, 직업이 있는지 등이 기준이 되어 증여인지 매매인지 판단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매매 형식으로 증여받은 사람이 아직 미성년자였던 경우, 직업이 없고 경제적 능력이 없다는 것을 이유로 매매가 아닌 증여가 인정되어 유류분 반환을 해야 한다고 판결이 선고된 사례가 있습니다. 그리고 증여받은 사람이 성년이라고 하더라도 경제활동 기간이나 재산 정도 등을 고려해서 증여한 사람과 받은 사람의 사이의 계약이 증여인지 매매인지 판단하게 되는데요. 이 사연의 경우에는 사연자님이 따로 경제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하셨고, 재산도 많지 않은 것으로 보여서 매매 형식이더라도 증여로 인정되어 유류분 반환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 조인섭 : 사연자분이 20년간 남편과 함께 했고, 자녀들은 연락하지도 않았는데 유류분 반환에 사연자님의 기여분을 주장할 수는 없나요?
◇ 이준헌 : 우리 민법은 상속과 관련해서는 기여분을 인정하면서도 유류분을 판단하는데 기여분을 고려하지 않고 있는데요. 올해 5월에 헌법재판소에서는 상속인이 자신의 기여분으로 피상속인으로부터 정당한 대가로 증여받은 부분까지도 유류분반환의 대상이 될 경우 기여상속인에게 보상을 하려고 하였던 피상속인의 의사가 부정되는 것이라고 하면서, 상속인의 기여분을 인정하지 않는 현재의 유류분 규정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결정으로 기여분이 유류분에서 인정되게 되었는데요. 다만, 갑작스러운 변경에 따른 법적 혼란을 방지하기 위하여 2025. 12. 31.까지는 현행 민법 조항을 그대로 적용한다고 하는 잠정적용 헌법불합치결정이 내려졌으므로, 안타깝게도 현재로서는 사연자님이 유류분 반환에서 기여분을 주장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됩니다.
◆ 조인섭 : 자, 지금까지 상담 내용을 정리해 보자면... 남편이 사망하면 전혼 자녀들도 상속권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남편이 사연자분에게 아파트를 증여하면 상속재산은 아니지만 자녀들이 유류분 반환 청구 시 증여된 아파트가 반영됩니다. 유류분 반환은 아파트 지분 이전 등기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사연자분이 과반수 지분을 가지므로 아파트 거주 자체에 문제는 없지만 자녀들이 단독 사용에 대해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아파트 처분 시 자녀들의 동의가 필요해 단독 처분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매매 형식으로 증여해도 유류분 반환을 피하기 어려우며 사연자분이 경제활동을 하지 않았다면 매매로 인정되지 않아 유류분 반환이 요구될 가능성이 큽니다. 현재 민법은 유류분에서 기여분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기여분이 인정될 가능성이 생겼지만 2025년까지는 현행법이 적용됩니다. 지금까지 이준헌 변호사와 함께 했습니다.
◇ 이준헌 : 감사합니다.
◆ 조인섭 :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 는 유튜브를 통해서 다시 듣기 하실 수 있습니다. 궁금한 점이나 건의할 사항이 있으면 댓글 달아주세요.
YTN 서지훈 seojh0314@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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