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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쓴 김고은 얼굴이 모욕?…똑닮은 장면, 칸은 환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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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90회 작성일 24-03-23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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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묘’와 ‘얼굴 글씨’
한국 영화 ‘파묘’2024의 한 장면. [사진 쇼박스]

한국 영화 ‘파묘’2024의 한 장면. [사진 쇼박스]

천만 관객을 목전에 둔 영화 ‘파묘’는 얼굴에 온통 한자를 쓴 배우 김고은의 모습으로도 화제가 되었다. 극중에서 김고은이 연기하는 무당 이화림이 악한 정령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금강경을 얼굴과 몸에 쓴 것이다.

이것에 한 중국 네티즌이 시비를 거는 바람에 더욱 화제가 됐다. 그는 지난 7일 X구 트위터 계정에 영어로 이렇게 썼다. “중국에서는 얼굴에 글을 쓰거나 새기는 것은 매우 모욕적이고 수치스러운 일이다. 한국인이 뜻도 모르는 중국 글자를 얼굴에 쓴다는 게 참 우스꽝스럽다. 한국인들은 중국 글자라고 부르지 말고 ‘음력 문자’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네.”

그간 영미에서 음력 설을 ‘중국 설Chinese New Year’로 부르는 경우가 많아서 우리나라에서 ‘음력 설Lunar New Year’로 대신 불러야 한다고 촉구해 왔는데 이에 불만을 품었던 중국인이 빈정거린 것으로 보인다. 한 네티즌의 의견에 불과하지만, 그간 쌓여온 한중 문화 갈등에 다시 불을 붙이면서 여러 언론에서 화제가 되었다. 서경덕 교수를 비롯한 한국인들은 중국에서 개봉도 안 했는데 “몰래 훔쳐보지나 말라”며 반격했다.

‘파묘’의 장재현 감독은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이 건에 대한 질문을 받자 “영화에 관심을 가져줘서 괜찮았고, 크게 내가 뭔가 의도했는데 그게 논란이 되면 생각할 여지가 있었을텐데, 어떤 것 한 부분만 보고 얘기하는 것은 개의치 않는다”고 답했다. 그는 한국에서 중국 영화 ‘패왕별희’1993가 재개봉하는 것을 가리키며 “중국에서도 한국 영화를 자유롭게 개봉할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중국 네티즌이 “얼굴에 글을 쓰거나 새기는 것이 모욕적이고 수치”라고 말한 근거는 무엇일까? 이는 옛 형벌인 ‘자자형刺字刑’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죄인의 몸에 상처를 내고 먹물로 죄명을 새겨 지워지지 않게 하는 형벌로서, 중국 주나라의 형서에 처음 나온다. 우리나라의 경우 조선 『경국대전』에 자자형이 규정되어 있고, 실제 시행되었으며 영조 때 폐지되었다.

일본 영화 ‘괴담’1964의 한 장면. [사진 IMDb]

일본 영화 ‘괴담’1964의 한 장면. [사진 IMDb]

그러나 ‘파묘’의 경우는 보호 주술을 위한 것이므로 맥락이 전혀 다르다. ‘파묘’와 비슷한 경우는 120년 전 일본 귀신 이야기 단편집 『괴담』1904에 나온다. 일본에 귀화해 도쿄대와 와세다대 교수로 일한 그리스계 영국인 라프카디오 헌1850~1904이 일본의 각종 설화에 자신의 문학적 상상을 더해서 쓴 책이다. 이 책의 ‘귀 없는 호이치’ 단편을 보면, 어느 절에 몸을 의탁하고 있는 눈먼 비파 법사 비파를 타며 노래로 이야기를 전하는 승려 호이치가 밤마다 귀신에게 홀려 무덤가로 가서 연주를 하자 주지 스님이 그를 지키기 위해 그의 얼굴을 비롯한 온몸에 반야심경을 써넣는 장면이 나온다.

『괴담』은 1964년에 영화로 만들어졌는데,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특별상을 타는 등 호평을 받으면서 일본 호러영화의 고전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호이치의 얼굴에 반야심경을 써넣는 장면은 강렬하고 섬뜩한 이미지 때문에 서구에서도 큰 센세이션을 일으켜 여러 영화에서 오마주되었다. ‘파묘’의 경우에는 전통보다 이런 현대 대중문화의 영향을 더 받은 것으로 보인다.

샤머니즘박물관서울 은평구의 관장이며 평생 무속을 연구해 온 양종승 박사는 이렇게 평했다. “한국의 무속 전통에서 사람 신체에 직접 글을 새기거나 쓰는 경우는 없고, 살煞·생물이나 물건을 해치는 독하고 모진 기운을 쫓아낼 때 인형이나 인간 형상을 그린 그림에 글을 쓰고 의식을 행하는 경우가 많다. 아마 영화 제작진은 더 극적인 이미지를 위해 신체에 직접 썼을 텐데, 인간의 형상을 만들어 글을 쓰는 것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으므로 전통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다.”

영화 듄:파트2의 레이디 제시카 [사진 워너브라더스]

영화

이란 미술가 쉬린 네샤트의 ‘알라의 여인들’ 연작 중 한 점. [사진 크리스티경매사]

이란 미술가 쉬린 네샤트의 ‘알라의 여인들’ 연작 중 한 점. [사진 크리스티경매사]

악령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얼굴과 몸에 글씨를 쓰거나 새기는 행위는 여러 문화권에 존재해왔다. 동남아시아에는 태국의 ‘삭얀트’ 문신을 비롯해서 문신을 새긴 사람을 보호하고 힘을 준다고 여겨지는 문신들이 있는데, 고대 문자와 기하학적 도형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금 상영하는 영화 중에 문자가 새겨진 얼굴이 등장하는 영화가 또 하나 있다. 할리우드 SF 블록버스터인 ‘듄: 파트2’ 이다. 여기에서 주인공 폴 아트레이데스티모시 샬라메의 어머니이자 우주 제국의 막후 실세 종교 집단인 ‘베네 게세리트’의 일원인 레이디 제시카레베카 퍼거슨는 얼굴에 문자를 문신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 문자는 베네 게세리트의 ‘공포에 맞서는 기도문’을 사막 행성의 원주민 프레멘 족의 언어로 번역한 것이라고 한다. 이 기도문은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두려움은 정신을 죽인다."

영화 팬들은 얼굴에 문신을 새기고 베일을 쓴 레이디 제시카의 모습이 북아프리카 혹은 인도의 특정 부족의 모습에서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 모습은 또한 이란 출신의 세계적인 미술가인 쉬린 네샤트의 작품을 연상시킨다. 네샤트는 히잡을 쓴 여성의 얼굴에 이란의 공용어인 ‘파르시’어로 쓰인 텍스트를 결합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그 텍스트는 페르시아 문학에서 발췌한 저항·자유·사랑에 대한 글로서, 침묵을 강요당하는 여성들의 내면을 표출하는 목소리로서 기능한다.

이처럼 얼굴에 문자를 쓰는 행위는 여러 옛 문화와 현대예술에서 다양한 맥락으로 쓰이고 있다. ‘파묘’와 ‘듄’을 계기로 이들을 돌아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문소영 기자 sym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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