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무암 삼킨 플라스틱…제주 몸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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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돌이 아니라 플라스틱이라고요?” 제주 제주시 용담로 환경보호단체 ‘디프다 제주’ 사무실은 변수빈 대표와 동료들이 제주 바다에서 주운 쓰레기로 가득했다. 북한제 링거액 주머니, 중국산 영양제 통, 88올림픽 기념 팽이 등 온갖 쓰레기 사이에 눈에 띄는 물체가 보였다. 겉보기에 영락없는 돌이었지만, 변형된 플라스틱이었다. “이건 불에 타 녹은 플라스틱이 돌에 붙어 만들어진 거예요.” 변 대표가 여러 돌 중 제주 현무암에 붙어 만들어진 ‘짝퉁’ 돌을 들어 보였다. 마치 플라스틱이 돌을 삼키고 있는 모양새였다.
2014년 캐나다 지질학자들은 미국 하와이 남동쪽 카밀로 해변에서 플라스틱과 화산암, 모래, 조개껍데기 등이 한데 뒤엉킨 덩어리를 찾아 새로운 유형의 지질학적 물질이라는 의미로 ‘플라스티글로머레이트’plastiglomerate라는 이름을 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런 ‘플라스틱 돌덩이’가 인간 활동으로 지구 지질이 변화하는 ‘인류세’Anthropocene를 상징하는 지표석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인류세는 인류 문명의 발전을 추구하는 인간 활동이 지구의 토양과 바다, 대기에 큰 영향을 끼쳐 새로운 지질 시대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 2월 국제지질학연합은 인류세를 채택하지 않기로 최종적으로 결정했지만 학계에선 여전히 현대 문명의 이면을 상징하는 용어로 받아들이고 있다.
몇몇 전문가만의 관심사였던 플라스틱 돌들이 이제 한반도 주변 바다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2021년 기준 제주 바다에서 수거된 쓰레기는 2만2082톤으로 2019년1만2308톤보다 1만톤 가까이 늘었다. 쓰레기 중 가장 많은 것이 플라스틱이었다. 지난해 12월 제주에서 쓰레기 줍기 캠페인을 벌였던 환경운동연합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빠르게 미세 플라스틱으로 바뀌고 있다”며 “해양 쓰레기 예방과 수거 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유엔환경계획은 1950년 200만톤이던 플라스틱 폐기물이 2017년 3억4800만톤으로 늘었고 2040년에는 두배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돌, 바람, 여자가 많아 삼다도라 불렸던 제주가 미래의 어느 날 플라스틱 쓰레기가 더해져, 사다도라 불릴지 모를 일이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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