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시체에 남은 총상 6개, 중견기업 회장 부인의 집착이 낳은 계획 살... > 사회기사 | society

■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4년 10월 29일 화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이수현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변호사이하 이원화: A양은 이화여대 법대 4학년에 진학 중인 아주 모범적인 학생이었습니다. 당시 A양은 사법시험 준비에 여념이 없었죠. 그러던 어느 날 A 양의 가족들은 너무나도 황당한 전화를 한 통 받게 됐습니다. A 양이 이미 결혼한 남성 B씨와 불륜관계라는 전화였죠. 가족들은 황당했습니다.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 망상과도 같은 괴롭힘은 한참 동안이나 계속됐습니다. 사람을 시켜 미행은 물론 도청, 심지어 본인이 승려복을 입고 A양의 뒤를 밟기까지 했죠. 그리고 이 같은 만행은 무려 2년 동안이나 계속됐습니다. A 양과 가족들의 불안은 점점 높아져만 갔죠. A양의 가족들을 이토록 끈질기게 괴롭혔던 이 사람 도대체 누구였을까요? 놀랍게도 한 중견기업 회장의 부인 B 씨였습니다. 본인의 사위가 A 양과 불륜 사이라는 망상에 시달려 왔죠. 그런데 혹시 의심의 여지가 아주 조금이라도 있었던 걸까요? B 씨가 제기한 이 의혹은 100% B씨의 상상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B 씨는 물러섬이 없었죠. 결국 A 씨를 살해해야겠다는 마음까지 먹게 됐는데요. 오늘 사건 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은 로엘 법무법인 이수현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이수현 변호사이하 이수현: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의 이수현 변호사입니다.

◆이원화: 저희가 직업이 직업인지라 정말 다양한 사건들 접하잖아요. 그런데 이 사건처럼 황당하고 끝난 줄 알았는데 또 일이 터지고 이런 사건도 많지는 않은 것 같거든요. 황당함을 넘어 분노를 일으키게 하는 그런 사건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수현: 네 그렇습니다. 이 사건처럼 광적인 집착이 보이는 사건은 좀 찾아보기 힘들 겁니다. 이 사건은 편집증적인 한 여자로 인해서 젊은 대학생이 희생당한 사건인데요. 당시 세간의 큰 공분을 일으켰던 사건입니다. 2022년 3월에 경기도 하남시 검단산 등산로에서 한 등산객이 포댓자루에서 빠져나온 사람 손을 목격하면서 세상에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포댓자루 안에는 얼굴에 여러 발의 총상을 입고 팔과 뼈가 부러진 채 숨져 있는 젊은 여성의 시신이 발견되었는데요. 시신의 머리에는 마치 처형당한 것처럼 6발이나 되는 총상으로 훼손이 되어 있었고 그래서 얼굴을 확인할 수가 없어서 신원 확인이 불가능했다고 합니다. 결국 경찰이 현장 감식을 하고 시신의 손에서 지문을 채취해서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확인된 피해자의 신원이 이화여대 법학과에 4학년에 재학 중이던 하 씨로 발견되어서 세상을 충격에 빠뜨렸던 사건입니다.

◆이원화: 가족들이 놀랐다는 표현도 이걸로도 부족할 것 같고 너무 황망하고 충격적이었을 것 같은데요.

◇이수현: 네 그렇습니다. 피해자가 이미 열흘 전에 실종되었다고 피해자의 가족들이 실종 신고를 했었는데 피해자가 사망해서 돌아왔기 때문에 충격이 더욱 컸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건에서 이상했던 점은 이 피해자의 시신이 집에서 20km나 떨어진 하남시 검단산 등산로에서 발견되었고 심지어 이제 시신의 발견 당시에 피해자가 청테이프로 입이 막혀 있었고 얼굴에는 네 발, 뒤통수에는 두 발에 총상을 입은 상태로 발견됐다는 점입니다.

◆이원화: 그러면 왜 하남에 있는 등산로에서 발견됐던 걸까요? 심지어 총상을 입었단 말이죠. 철저하게 준비된 살인이었다 라고밖에 볼 수는 없을 것 같거든요.

◇이수현: 당시 수사한 경찰도 총상을 보고 계획 범죄라고 생각을 했고, 그렇다면 원한 관계 때문에 발생한 범행일 것이다라고 판단을 하고 수사를 진행했었습니다. 수사 도중에 경찰은 피해자가 영남제분 회장의 부인인 윤길자 씨로부터 지속적으로 괴롭힘 당하다가 민사 형사 소송을 제기했고, 2001년 10월에는 법원으로부터 접근금지 명령까지 받아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여기에 주목을 했었습니다.

◆이원화: 영남제분 회장의 부인이라고 하셨나요? 아니 피해자랑 이 부인이 도대체 무슨 사이길래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던 거죠?

◇이수현: 윤 씨가 현재의 영남제분 회장 부인은 아니고요. 2002년 당시에 영남제분 회장의 부인이었다는 점 일단 말씀드립니다. 그 당시에 영남제분 회장 부인이었던 윤 씨는 자신의 사위가 피해자와 불륜 관계에 있다는 심각한 망상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윤 씨의 사위는 당시에 판사로 재직 중이었는데 이 중매인을 통해서 영남제분 회장의 딸, 즉 윤 씨의 딸과 정략 결혼을 했었습니다. 중매 결혼이 성사되게 되면 중매인에게 원래 소정의 사례금을 주는 게 관행이었는데 이 사위가 그 돈이 아까워서 중매인에게 한 푼도 주지 않은 겁니다. 중매인이 앙심을 품고 장모인 윤 씨에게 사위가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라고 정보를 흘렸고, 거기다가 이 사위가 실제로 수시로 젊은 여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합니다. 이런 상태를 목격한 윤 씨는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고 확신을 하게 됐고 사위를 매섭게 추궁을 했는데 이 사위가 거기서 빠져나가려고 법대에 다니는 사촌 여동생의 전화를 받은 것이다 라고 둘러대면서 피해자에 대한 윤 씨의 집착이 시작됐습니다. 그래서 윤 씨는 2000년 9월부터 심부름 센터에 돈을 주고 사위와 피해자를 미행해서 불륜 현장을 포착 하려고 청부하는 등 엽기적인 행각을 이어나가다가 결국 피해자가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게 된 겁니다.

◆이원화: 영남제분 회장의 부인, 이분이 직접 미행하기도 했다고 하던데요?

◇이수현: 네 그렇습니다. 윤 씨의 집착이 굉장히 심각했었나 봅니다. 잡을 수 없으면 보통 포기를 하게 되는데, 윤 씨는 자신이 직접 승려 복장까지 하고 피해자를 미행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러고 나서도 이제 불륜 현장을 잡을 수가 없으니까 자신의 조카인 윤남신과 현직 경찰관들에게 돈을 주면서 24시간 빈틈없는 미행과 감시를 시키기도 했습니다.

◆이원화: 피해자도 그렇고 가족들이 얼마나 불안했을까 싶은데 사위와 피해 여성이 불륜 사이긴 했나요? 아니면 뭐 뭐라도 있긴 있습니까?

◇이수현: 이게 참 황당한 것이 완벽하게 윤 씨의 망상이었습니다. 피해자는 이제 사촌 오빠인 윤 씨의 사이와 어려서부터 이제 친하게 지내왔던 사이고 이 피해자가 법대생이라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사법시험에 준비 중이었다고 합니다. 근데 윤 씨의 사위는 현직 판사로 재직 중이었기 때문에 이 사촌 오빠인 사위에게 도움을 구한 적이 있었을 뿐이라고 합니다.

◆이원화: 그래도 가처분 금지 신청을 했던 게 받아들여져서 상황이 조금은 나아지지 않았을까 싶은데 혹시 어땠습니까?

◇이수현: 상황이 나아졌으면 좋았겠습니다만 오히려 더 심각해졌습니다. 접근금지 명령이 내려왔는데도 윤 씨의 망상이 더 심해졌기 때문에 오히려 윤 씨는 이때부터 피해자에 대한 살인을 계획한 것 같습니다. 피해자가 사망한 이후에 조사를 해서 윤 씨가 주요 용의자로 지목되기는 했는데 이게 곧바로 윤 씨가 직접 피해자를 살해했다고 볼 수가 없었습니다.피해자의 집 인근에 설치된 CCTV를 확인해 봤더니 귀가하던 피해자가 2명의 괴한에게 납치되는 장면이 촬영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여기 CCTV에 촬영된 납치범들은 모두 남자였고, 범행에 사용된 공기총도 윤 씨가 직접 사용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도구였습니다. 그러면 결국 윤 씨가 직접 피해자를 살해했다고 보기는 어려우니 제3자한테 교사에서 일으킨 청부 살인인 가능성이 매우 컸습니다. 그래서 경찰은 직접 살인 범죄를 행한 범인들의 신원을 확보하고 윤 씨가 이들에게 살인 청구를 사주했다라는 증거를 확보해야만 했습니다. 증거를 찾지 못해서 헤매고 있던 차에 피해자의 아버지께서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해 주셨습니다. 피해자의 아버지께서는 사건 발생 몇 달 전에 수상한 사람이 명함을 주고 갔다라고 하면서 그 명함을 경찰에 건네 주셨는데요. 그 명함에는 김용기라고 사람의 이름이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경찰이 김용기를 추적을 해본 결과 이 김용기가 윤 씨의 조카인 윤남신과 고등학교 동창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김용기의 집에서 공기총 등 범행 도구도 발견이 되었고요. 계좌를 추적한 결과 윤 씨로부터 거액의 돈을 입금받은 사실까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윤남신과 김용기가 윤 씨의 사주를 받아 피해자를 직접 살해한 용의자로 지목됐습니다.

◆이원화: 공기 소총을 사는 것부터 해외로 도주하는 것까지 처음부터 치밀하게 설계된 범행이었다 싶은데 뭐 잘 사는 집안이라 초호화 변호인단을 꾸리지 않았을까 뭐 제대로 된 처벌은 됐을까 걱정이 되시는 분들도 계실 거예요. 결과는 어떻게 나왔습니까?

◇이수현: 역시 세 사람은 대형 로펌 변호인단을 꾸리고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었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모든 재판부가 세 사람에게 유죄 판결을 내리면서 피해자의 원한을 풀어주었습니다. 윤 씨 부인은 살인 교사 혐의로 이제 유죄 판결을 받았고요. 윤남신, 김용기는 살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 세 사람 모두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에서 무기징역형이 확정된 이후에 좀 경악스러운 일이 발생을 합니다. 윤 씨가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은 이후에 6년 동안 감옥이 아니라 병원 특실에서 VIP로 지내면서 심지어 외출까지 자유롭게 하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윤 씨가 2007년부터 2013년까지 총 3번의 형 집행정지 처분을 받았고 15차례 연장하면서 2년 11개월 가량 깜빵이 아니라 하루 입원비가 200만 원에 달하는 VIP 병실에서 생활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형집행정지를 받으려면 보통 질병을 사유로 형집행정지를 받게 되는데요. 윤 씨의 경우에는 2007년에 처음 유방암 치료를 이유로 형집행정지 허가를 받고 됐고 그 이후에 형집행정지를 여러 차례 연장을 하면서 검찰에 진단서를 제출을 했는데요. 윤 씨가 앓고 있는 병이 유방암, 파킨슨 증후군, 우울증 등 무려 12개에 달한다고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진단서를 살펴보니까 실제로 어떤 질병 같은 경우에는 실제 검사를 한 의사는 질병이 없어 보인다라고 진단이 되어 있는데 진단서에 최종적으로는 이제 질병이 있다라고 진단서에 기재가 되어 있었던 겁니다. 진단서 자체가 위조되었다 의심이 충분히 생길 수 있었던 상황입니다. 어떻게 이루어졌나를 찾아봤더니 당시에 이제 윤 씨가 입원했던 병원이 연세 세브란스 병원입니다.거기에 박 교수라는 의사가 근무 중이었는데 이제 영남제분 회장이죠. 회장이 박 교수에게 허위 진단서를 발급해 달라고 청탁을 해서 이런 사건이 발생한 겁니다.

◆이원화: 무엇보다 걱정되는 건 피해 여성의 가족들입니다. 이 내용 전해 듣고 얼마나 화가 났을까 그리고 기억나는 게 당시도 돈이면 다 되는 거냐 굉장히 뜨거웠었거든요. 불매운동까지 벌어지고 이랬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이수현: 네 그렇습니다. 당시에 여론이 굉장히 크게 분노를 했었습니다. 이 사건이 방송사와 시사 프로그램을 통해서 공개가 됐었거든요. 피해자의 모교인 이화여대 동문이 온라인 모금 운동을 통해서 신문 1면에 피해자의 죽음에 대해서 진상 규명을 촉구한다라는 광고를 싣기도 했었고, 네티즌들도 안티 영남제분이라는 온라인 카페를 개설했습니다. 그리고 또 세브란스 병원 앞에서 진실규명위원회를 조직해서 집회를 열기도 했었습니다. 결국에는 이제 영남제분은 자신들은 억울하다 무관하다라는 호소문을 냈고, 검찰은 이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윤 씨의 형 집행정지를 취소했고요. 영남제분의 회장인 류원기 회장하고 윤 씨의 주치의였던 박 교수, 박병우 교수입니다. 이 두 사람을 특혜성 형 집행정지를 공모한 공범 허위 진단서 발급을 통해서 윤 씨의 합법적인 탈옥을 가늠했다는 혐의로 구속한 다음 기소했습니다. 1심에서 박 교수에게는요 허위 진단서를 작성한 혐의로 징역 8개월이 선고되었습니다. 그리고 류 회장에 대해서는 영남제분 계열사에서 자금을 빼돌려서 윤 씨의 병원비 등으로 사용한 혐의, 즉 횡령 혐의입니다. 징역 2년이 선고되었습니다.

◆이원화: 사건의 X파일 오늘은 누군가의 망상으로 억울하게 희생당해야 했던 여대생 청부 살인 사건 살펴봤습니다.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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