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진짜, 들으면 연락와요"…헤어진 연인 돌아온다는데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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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회 주파수, 팔찌, 부적 등 인기
검증된 방법 없어…불안심리 이용 전문가 "개인·사회적 불안이 높아 발생" 한 재회 주파수 영상의 썸네일. 조회수가 790만회에 이른다. /사진=유튜브 캡처 "여러분 진짜입니다. 가망 없을 줄 알았는데 저녁에 연락이 왔어요. 감사합니다." 최근 유튜브에서는 재회 주파수 영상이 화제다. 사랑의 감정을 강화하는 특정 주파수 대역의 소리를 듣다 보면, 헤어진 연인이 돌아온다는 게 골자다. 영상에선 잔잔한 피아노 연주 소리가 흘러나온다. 관련 키워드로 검색해보면 수십만회의 조회수는 기본이고 최대 790만 조회수에 이르는 영상까지 확인할 수 있다. 온라인에서 관련 키워드의 언급량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키워드 분석 사이트 썸트렌드에 따르면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18일까지 재회 주파수 관련 언급량은 전년 동기 대비 147.06% 늘었다. 최근 1년간의 언급량을 확인해봐도 전년 동기간보다 43.77% 증가했다. 인기 영상들에는 1만개가 넘는 댓글들이 달려있다. "효과가 정말 있었다" 혹은 "이걸 듣는 내가 우스운데도 계속 본다"는 등 반응은 엇갈린다. 타인 마음을 음악 감상으로 바꿀 수 없다는 것은 시청자도 모르진 않을 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개인의 불안한 심정을 이용한 일종의 마케팅 전략이다. 재회 주파수 영상을 보고 후기를 남긴 누리꾼들. 해당 영상에는 1만개 넘는 댓글이 달려 있었다. /사진=유튜브 영상 댓글 캡처 헤어진 연인과 다시 만나기 위한 이른바 이별 소비, 재회 소비가 유행하는 모양새다. 음악을 듣는 영상부터 원석 팔찌, 사주·타로 상담, 기도, 부적 등 상품의 종류도 다양하다. 최근 들어 이별 관련 소비가 성행하는 가운데 비대면 관계에 익숙한 일부 청년층들이 대면 갈등을 마주하기 어려워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3만~10만원까지 이르는 재회 팔찌나 부적은 온라인에서 이미 손쉽게 거래되고 있다. 후기가 1만8000건이 넘는 구매 페이지까지 있을 정도다. 온라인으로 1만1000원을 지불하면 초를 이용해 기도를 빌어주는 재회 초 공양도 있다. 물건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 아닌데도 3400건이 넘는 구매 후기에는 "늘 감사하다", "많이 의지하고 있다" 등의 후기가 가득하다. 재회 부적, 초 공양 상품이 판매되고 있는 모습. /사진=네이버 쇼핑 캡처 재회를 수단으로 삼는 운세 상담도 난립하고 있다. 지난해 연인과 헤어져 온라인 타로 상담을 해봤다는 20대 최모 씨는 "오픈 카톡을 통해 신청해 상담했다"며 "재회, 이별, 취업 등 주제별로 1만원씩 총 5만원을 지불했고, 당시에는 마음이 힘들어 혹시나하는 생각에 상담해봤다"고 털어놨다. 이어 당시 상담가는 재회하는 시점을 짚어주기도 했지만 결론적으로는 예상이 틀렸다고 덧붙였다. 이들 모두 과학적으로 검증된 방법이 아니다. 일부 상품이나 상담은 수십만원에 이르는 비싼 비용을 요구하기도 하는데, 효과가 없다고 해서 환불을 받긴 힘들다. 이에 소비자 불안을 조장하는 상술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인기 한림대 언어청각학과 교수는 재회 주파수 영상에 대해 "취침 중 특정 주파수의 소리를 크게, 오래 듣게 되면 해당 주파수에 관계된 달팽이관에 손상을 줄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어 "작은 소리로 듣는 건 크게 문제는 없으나 청각학적으로 재회와 같이 특정 목적으로 달성하는 주파수가 있다고 학계서 보고된 사례는 없다"고 전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별 관련 상품에 대해 "이별 후 이런 상품의 구매를 다시 만나기 위한 비용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막연한 희망을 주면서 책임 없이 비싼 소비를 유도하는 서비스"라고 꼬집었다. 이어 "학창시절과 같이 친구들과 많이 교류해야 할 시기를 코로나19로 보낸 젊은 세대의 경우 이별과 같은 대면 갈등에 더 취약할 수 있다"며 "이 점을 노리는 값비싼 비용의 상품은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재회 주파수 영상에서 댓글을 통해 누리꾼들이 이별과 관련한 사연을 공유하는 모습은 긍정적이라고 본다"며 "이를 심리학적으로 기차에서 만난 이방인 현상이라고 하는데, 비대면 상호작용에 익숙한 세대가 이별을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낸 새로운 방법이 아닐까 싶다"고 진단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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