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료·색소 넣어도 막걸리로 부르자? 전통주 망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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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탁주 제조원료에 향료·색소 포함 세법개정안 논란... 울산 운곡도가가 진단한 문제점
[박석철 기자]
막걸리 업계가 난리다. 정부가 향료나 색소를 넣어도 막걸리나 탁주라는 이름을 쓸 수 있게끔 세법 개정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현행 법 테두리 안에선 막걸리에 향료나 색소를 넣으면 탁주가 아니다. 기타주류다. 당연히 막걸리나 탁주라는 명칭을 쓸 수 없다. 이름이 전부가 아니다. 세금도 다르다. 기타주류의 세금은 종가세제품 가격에 따라 부과하는 세금로 과세표준의 30%인데, 이는 막걸리탁주의 세금종량세로 1리터 기준 44.4원보다 상당히 크다. 이런 와중에 정부가 세법을 손보려는 것이다.
정부의 세법개정안을 두고 전국 양조업계에서 "특정 소수 업체에 특혜를 주는 것으로 한국 전통주시장과 양조업계의 성장 저하와 시장의 교란을 가져올 것"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들은 세법 개정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울산광역시 중구 다운동에서 운곡도가라는 양조장을 운영하고 있는 황광조 대표와 그의 아들 황정의 대표대행을 지난 28일 만나 정부 세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들어봤다.
오미자 향을 넣은 막걸리 같은 술은 막걸리가 아니다
- 운곡도가 그리고 이곳에서 만드는 막걸리 토끼구름을 소개해달라.
"운곡도가는 울산에 있는 소규모 막걸리·탁주 양조장이다. 전통을 지키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더한 수제 막걸리를 만들고 있다. 동시에 국내의 다양한 술과 음식을 선보이고 있는 전통주점도 함께 같은 곳에서 운영 중이다.
운곡도가에서 빚는 대표적인 술로는 토끼구름과 황감찰이 있다. 토끼구름은 쌀을 듬뿍 넣어 부드럽고 순한 맛을 자랑하는 현대적인 막걸리로, 전통누룩 미생물을 활용해 빚어냈다. 반면, 아버지황광조가 주로 담당하는 황감찰은 조선시대의 엄격한 전통 방식을 고수하여 100일 이상 발효 및 숙성된 술로, ABV 8% 막걸리와 ABV 13% 탁주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우리는 술에 전통의 깊이를 담아내며, 그 가치를 지켜나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 개념부터 정리하자. 탁주와 막걸리는 어떻게 다른가.
"법적으로는 탁주라는 술의 범주가 있다. 막걸리는 그 안에 포함되는 개념이다. 막걸리라는 이름은 막과 걸리가 합쳐진 단어로, 막은 바로 지금을 의미하고, 걸리는 거르다를 명사형으로 바꾼 것이다. 현대엔 구분이 다소 모호해져 탁주와 크게 구분되지 않고 사용되지만, 일부 사람들은 여전히 엄격하게 구분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주류를 규격에 따라 12가지로 분류하고 있지만, 이번 개정 논란에 초점을 맞춰 탁주·막걸리를 중심으로 곡물로 빚은 전통방식 발효주를 설명하자면,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로, 원주를 맑게 떠낸 술인 약주가 있다. 청주가 아닌 약주라고 부르는 이유는, 전통누룩을 쌀 대비 1% 이상 사용한 맑은 술은 청주라고 부를 수 없으며, 전통 방식으로 맑은 술을 만들 때에는 약 9%의 전통누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약재 등 부재료가 들어간 술과 함께 약주로 분류된다.
둘째로, 탁하게 걸러낸 술인 탁주가 있다. 약주와 탁주는 다른 대부분의 술과 달리 향료, 색소, 대부분의 조미료의 첨가가 엄격하게 제한돼 있다. 반면, 향료 및 색소를 추가하거나, 탁·약주에서 허가되지 않는 조미료를 사용하면 기타주류로 분류된다. 탁주나 약주와는 다른 주류로 취급된다. 특히 맑은 기타주류는 맑은 전통주를 포함하는 약주와 주세세금가 같지만, 탁한 기타주류는 탁주·막걸리에 비해 주세가 다소 높아진다."
- 그럼 오미자 향을 넣은 막걸리 같은 술은 뭐라 불러야 하나?
"오미자를 원물로만 넣은 경우엔 탁주로 분류돼 제품에 오미자 막걸리라고 표기할 수 있다. 그러나 합성향료나 천연향료 등을 추가하면 현재는 기타주류로 분류된다. 이 경우 제품 라벨에는 막걸리나 탁주라고 표기할 수 없다.
따라서 막걸리병 모양의 페트병에 담아 ㅁㄱㄹ이나 OO주라고 표기하는 방식으로 우회하기도 하고, 마케팅 시 제품을 막걸리처럼 홍보하기도 한다. 이렇게 법적으로는 철저하게 구분되지만, 실제로는 기타주류가 주점·마트·편의점 등에서 편의상 막걸리라고 부르거나 막걸리와 함께 묶여 있는 경우가 많다.
"향료·색소 넣어도 막걸리라고 해주자? 우리 전통주 다양성과 질 떨어질 것"
- 세법개정안에 반대하는 이들은 전통주 시장의 붕괴를 걱정한다. 또 소비자들은 어떤 영향을 받게 되나.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전통주 시장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바탕으로 천연 재료와 자연 발효에 의존해 고유의 맛과 향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세법개정안이 향료와 색소의 사용을 허용하면, 전통적인 제조 방식과 가치가 훼손될 위험이 크다.
향료와 색소가 첨가된 술들이 기존 탁주·막걸리와 섞이게 되면 소비자들은 전통 방식으로 혹은 원물만을 넣어 제조된 술과 인공적으로 맛과 향이 첨가된 술을 구분하기 어려워지게 될 것이다. 그로 인해 전통주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할 위험이 있다. 이는 시장에서 성실한 전통주 제조업체들의 입지와 의지를 약화시키고, 결과적으로 전통주의 다양성과 질이 저하될 수 있다."
- 소비자 입장에선 선택할 자유가 넓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반론도 나오지 않겠나.
"이미 현행 제도 안에서도 향료·색소가 들어간 제품을 기타주류로 생산할 수 있으며, 특히 이번 개정을 원하는 양조장들은 이미 기타주류를 생산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대형 양조장 및 소형 양조장이 향료나 색소를 첨가한 기타주류가 막걸리에 속하게 되는 것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으므로, 개정이 된다 하더라도 이 양조장들이 그런 제품을 적극적으로 생산할 가능성은 낮다. 선택할 자유가 넓어질 것이라고는 보긴 어렵다.
선택의 자유라는 명목 아래 향료·색소 첨가물이 들어간 술이 전통방식의 막걸리·탁주와 같은 시장에서 같은 이름을 가지고 경쟁하면, 소비자들이 전통주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그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 피상적으로 선택의 자유가 넓어지는 것처럼 보일 수는 있겠으나, 장기적으로는 전통주 시장의 혼란과 정체성 상실로 인해 선택의 폭이 줄어들 가능성이 더 크다."
- 일본 니혼슈 같은 경우에도 상당히 세세한 기준이 있다고 들었다. 일본의 술 관련 정책과 우리나라의 정책을 비교 평가한다면?
"일본은 발효주인 니혼슈사케, 청주와 증류주인 소츄 모두 제품의 원재료를 바탕으로 등급을 나눠서 분류하고 있다. 단순하게 설명하자면, 니혼슈는 정미율에 따라 긴조, 다이긴조 등으로 구분하며, 첨가물 여부에 따라 후츠슈, 준마이 등으로 나뉜다. 소츄는 증류방식에 따라 희석식소주와 유사한 갑류와 증류식소주와 유사한 을류본격소츄로 나뉜다.
이러한 세부적인 기준은 소비자에게 제품의 품질을 명확히 전달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돕는 데 중요하다. 한국은 과거에 일본처럼 희석식과 증류식 소주를 구분했으나, 2013년 법 개정 이후 이 구분이 사라졌다. 이 점에서 일본의 정책과는 차이가 있다.
추가로 일본에서도 과거에 니혼슈의 전반적인 품질이 일시적으로 하락하면서 소비자의 외면을 받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품질 기준을 세분화하고 국가와 양조장 차원에서 품질 개선을 지속적으로 진행한 결과, 현재는 소비자들의 인식이 많이 개선됐다. 국제적으로도 인정받는 고급 제품도 등장했다. 특히 일부 제품들은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아 프리미엄이 붙어서 거래되기도 하는 등의 변화도 생겼다. 한국의 전통주 또한 본질적인 경쟁력 강화를 통해 비슷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유행 탔다가 시장에서 입지 잃은 항료 사용 수제맥주를 보라"
- 세법개정안 이야기로 돌아오자. 탁주의 제조원료에 향료·색소를 넣게 하면 누가 이득을 보나.
"향료와 색소를 추가한 제품을 제조하는 데 익숙한 업체들이나, 그런 막걸리를 판매하고 싶어 하는 업체들은 단기적으로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지속 가능한 이득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일부 국내 수제 맥주 업계의 사례를 보면,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향료를 넣고 다양하고 화려한 라벨을 한 맥주들이 편의점 등지에서 유행했다. 그러나 현재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 자리는 수입맥주와 캔 하이볼 등이 차지했다. 향료를 사용한 수제 맥주가 처음엔 매출과 생산량이 급등하며 시장이 성장하는 듯 보였지만, 현재는 상승세가 한풀 꺾인 상태다.
이와 유사하게 막걸리에 향료와 색소를 추가할 수 있게 개정된다면, 단기적으로는 상승세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같은 흐름에 놓을 가능성이 있다. 그보다는 전통 가치와 품질을 유지하면서 발전하는 게 지속 가능한 발전에 더 주효할 것이라고 본다."
- 그럼 대안은 무엇인가? 향과 색소를 탁주의 제조원료로 삼지 않고도 우리 전통주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현재 전세계적으로 널리 퍼진 다른 전통주들이 경쟁력을 강화한 방법을 살펴보면 된다. 그들은 오랜 역사를 바탕으로 품질과 가치 유지를 지속적으로 해온 덕분에 세계적으로 인정받게 됐다.
독일의 맥주가 널리 알려진 이유는 맥주순수령을 바탕으로 제한된 재료로 높은 품질의 술을 만드는 데에 대한 철저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샴페인이 일반적인 스파클링 와인과 구분되는 이유도 한정된 지역에서 고유의 제조 방법을 지켜가며 품질 유지를 해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술들은 향료나 색소를 사용하지 않고 본연의 가치를 지킴으로써 국제적으로 널리 인정받았다.
향료와 색소로 제품을 다양하게 만드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본질에 충실해 품질을 높이고 우리나라만의 독창성을 강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단기적인 매출 증가를 위해서라면 향료와 색소를 추가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겠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으려면 고유의 제조 방법과 품질 기준을 철저히 지키며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번 새법개정안이 업계 전반적인 논의와 협의 없이 급속하게 진행된 것이 안타깝다. 다양한 관점이 존재하는 만큼, 무엇이 정답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다른 여러 가지 사례들을 참고하여 장기적인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방향으로 업계가 나아간다면, 전통주 시장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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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철 기자]
막걸리 업계가 난리다. 정부가 향료나 색소를 넣어도 막걸리나 탁주라는 이름을 쓸 수 있게끔 세법 개정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현행 법 테두리 안에선 막걸리에 향료나 색소를 넣으면 탁주가 아니다. 기타주류다. 당연히 막걸리나 탁주라는 명칭을 쓸 수 없다. 이름이 전부가 아니다. 세금도 다르다. 기타주류의 세금은 종가세제품 가격에 따라 부과하는 세금로 과세표준의 30%인데, 이는 막걸리탁주의 세금종량세로 1리터 기준 44.4원보다 상당히 크다. 이런 와중에 정부가 세법을 손보려는 것이다.
정부의 세법개정안을 두고 전국 양조업계에서 "특정 소수 업체에 특혜를 주는 것으로 한국 전통주시장과 양조업계의 성장 저하와 시장의 교란을 가져올 것"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들은 세법 개정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울산광역시 중구 다운동에서 운곡도가라는 양조장을 운영하고 있는 황광조 대표와 그의 아들 황정의 대표대행을 지난 28일 만나 정부 세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들어봤다.
오미자 향을 넣은 막걸리 같은 술은 막걸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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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중구 다운동에 위치한 소규모 막걸리·탁주 양조장 운곡도가에서 황광조 대표오른쪽와 아들 황정의 대표대행이 막걸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 박석철 |
- 운곡도가 그리고 이곳에서 만드는 막걸리 토끼구름을 소개해달라.
"운곡도가는 울산에 있는 소규모 막걸리·탁주 양조장이다. 전통을 지키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더한 수제 막걸리를 만들고 있다. 동시에 국내의 다양한 술과 음식을 선보이고 있는 전통주점도 함께 같은 곳에서 운영 중이다.
운곡도가에서 빚는 대표적인 술로는 토끼구름과 황감찰이 있다. 토끼구름은 쌀을 듬뿍 넣어 부드럽고 순한 맛을 자랑하는 현대적인 막걸리로, 전통누룩 미생물을 활용해 빚어냈다. 반면, 아버지황광조가 주로 담당하는 황감찰은 조선시대의 엄격한 전통 방식을 고수하여 100일 이상 발효 및 숙성된 술로, ABV 8% 막걸리와 ABV 13% 탁주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우리는 술에 전통의 깊이를 담아내며, 그 가치를 지켜나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 개념부터 정리하자. 탁주와 막걸리는 어떻게 다른가.
"법적으로는 탁주라는 술의 범주가 있다. 막걸리는 그 안에 포함되는 개념이다. 막걸리라는 이름은 막과 걸리가 합쳐진 단어로, 막은 바로 지금을 의미하고, 걸리는 거르다를 명사형으로 바꾼 것이다. 현대엔 구분이 다소 모호해져 탁주와 크게 구분되지 않고 사용되지만, 일부 사람들은 여전히 엄격하게 구분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주류를 규격에 따라 12가지로 분류하고 있지만, 이번 개정 논란에 초점을 맞춰 탁주·막걸리를 중심으로 곡물로 빚은 전통방식 발효주를 설명하자면,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로, 원주를 맑게 떠낸 술인 약주가 있다. 청주가 아닌 약주라고 부르는 이유는, 전통누룩을 쌀 대비 1% 이상 사용한 맑은 술은 청주라고 부를 수 없으며, 전통 방식으로 맑은 술을 만들 때에는 약 9%의 전통누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약재 등 부재료가 들어간 술과 함께 약주로 분류된다.
둘째로, 탁하게 걸러낸 술인 탁주가 있다. 약주와 탁주는 다른 대부분의 술과 달리 향료, 색소, 대부분의 조미료의 첨가가 엄격하게 제한돼 있다. 반면, 향료 및 색소를 추가하거나, 탁·약주에서 허가되지 않는 조미료를 사용하면 기타주류로 분류된다. 탁주나 약주와는 다른 주류로 취급된다. 특히 맑은 기타주류는 맑은 전통주를 포함하는 약주와 주세세금가 같지만, 탁한 기타주류는 탁주·막걸리에 비해 주세가 다소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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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탁주는 다른 대부분의 술과 달리 향료, 색소, 대부분의 조미료의 첨가가 엄격하게 제한돼 있다. 상표 라벨 오른쪽 위에 탁주라고 표기한다왼쪽 병. 반면 향료와 색소가 첨가된 제품은 라벨 오른쪽 위에 기타 주류로 표시된다오른쪽 병. |
ⓒ 박석철 |
- 그럼 오미자 향을 넣은 막걸리 같은 술은 뭐라 불러야 하나?
"오미자를 원물로만 넣은 경우엔 탁주로 분류돼 제품에 오미자 막걸리라고 표기할 수 있다. 그러나 합성향료나 천연향료 등을 추가하면 현재는 기타주류로 분류된다. 이 경우 제품 라벨에는 막걸리나 탁주라고 표기할 수 없다.
따라서 막걸리병 모양의 페트병에 담아 ㅁㄱㄹ이나 OO주라고 표기하는 방식으로 우회하기도 하고, 마케팅 시 제품을 막걸리처럼 홍보하기도 한다. 이렇게 법적으로는 철저하게 구분되지만, 실제로는 기타주류가 주점·마트·편의점 등에서 편의상 막걸리라고 부르거나 막걸리와 함께 묶여 있는 경우가 많다.
"향료·색소 넣어도 막걸리라고 해주자? 우리 전통주 다양성과 질 떨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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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중구 다운동에 위치한 소규모 막걸리·탁주 양조장 운곡도가에서 운영하는 전통주점의 진열대에 막걸리와 청주 등 국내의 다양한 전통주들이 진열돼 있다. |
ⓒ 박석철 |
- 세법개정안에 반대하는 이들은 전통주 시장의 붕괴를 걱정한다. 또 소비자들은 어떤 영향을 받게 되나.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전통주 시장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바탕으로 천연 재료와 자연 발효에 의존해 고유의 맛과 향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세법개정안이 향료와 색소의 사용을 허용하면, 전통적인 제조 방식과 가치가 훼손될 위험이 크다.
향료와 색소가 첨가된 술들이 기존 탁주·막걸리와 섞이게 되면 소비자들은 전통 방식으로 혹은 원물만을 넣어 제조된 술과 인공적으로 맛과 향이 첨가된 술을 구분하기 어려워지게 될 것이다. 그로 인해 전통주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할 위험이 있다. 이는 시장에서 성실한 전통주 제조업체들의 입지와 의지를 약화시키고, 결과적으로 전통주의 다양성과 질이 저하될 수 있다."
- 소비자 입장에선 선택할 자유가 넓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반론도 나오지 않겠나.
"이미 현행 제도 안에서도 향료·색소가 들어간 제품을 기타주류로 생산할 수 있으며, 특히 이번 개정을 원하는 양조장들은 이미 기타주류를 생산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대형 양조장 및 소형 양조장이 향료나 색소를 첨가한 기타주류가 막걸리에 속하게 되는 것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으므로, 개정이 된다 하더라도 이 양조장들이 그런 제품을 적극적으로 생산할 가능성은 낮다. 선택할 자유가 넓어질 것이라고는 보긴 어렵다.
선택의 자유라는 명목 아래 향료·색소 첨가물이 들어간 술이 전통방식의 막걸리·탁주와 같은 시장에서 같은 이름을 가지고 경쟁하면, 소비자들이 전통주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그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 피상적으로 선택의 자유가 넓어지는 것처럼 보일 수는 있겠으나, 장기적으로는 전통주 시장의 혼란과 정체성 상실로 인해 선택의 폭이 줄어들 가능성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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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중구 다운동에 위치한 소규모 막걸리·탁주 양조장 운곡도가 양조시설에서 황정의 대표대행이 막걸리 제조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운곡도가에서 빚는 대표적인 술로는 토끼구름과 황감찰이 있다. |
ⓒ 박석철 |
- 일본 니혼슈 같은 경우에도 상당히 세세한 기준이 있다고 들었다. 일본의 술 관련 정책과 우리나라의 정책을 비교 평가한다면?
"일본은 발효주인 니혼슈사케, 청주와 증류주인 소츄 모두 제품의 원재료를 바탕으로 등급을 나눠서 분류하고 있다. 단순하게 설명하자면, 니혼슈는 정미율에 따라 긴조, 다이긴조 등으로 구분하며, 첨가물 여부에 따라 후츠슈, 준마이 등으로 나뉜다. 소츄는 증류방식에 따라 희석식소주와 유사한 갑류와 증류식소주와 유사한 을류본격소츄로 나뉜다.
이러한 세부적인 기준은 소비자에게 제품의 품질을 명확히 전달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돕는 데 중요하다. 한국은 과거에 일본처럼 희석식과 증류식 소주를 구분했으나, 2013년 법 개정 이후 이 구분이 사라졌다. 이 점에서 일본의 정책과는 차이가 있다.
추가로 일본에서도 과거에 니혼슈의 전반적인 품질이 일시적으로 하락하면서 소비자의 외면을 받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품질 기준을 세분화하고 국가와 양조장 차원에서 품질 개선을 지속적으로 진행한 결과, 현재는 소비자들의 인식이 많이 개선됐다. 국제적으로도 인정받는 고급 제품도 등장했다. 특히 일부 제품들은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아 프리미엄이 붙어서 거래되기도 하는 등의 변화도 생겼다. 한국의 전통주 또한 본질적인 경쟁력 강화를 통해 비슷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유행 탔다가 시장에서 입지 잃은 항료 사용 수제맥주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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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중구 다운동에 위치한 소규모 막걸리·탁주 양조장 운곡도가에서는 국내의 다양한 술과 음식을 선보이고 있는 전통주점도 함께 같은 위치에서 운영하고 있다. 운곡도가에서 빚는 대표적인 술로는 토끼구름위과 황감찰아래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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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법개정안 이야기로 돌아오자. 탁주의 제조원료에 향료·색소를 넣게 하면 누가 이득을 보나.
"향료와 색소를 추가한 제품을 제조하는 데 익숙한 업체들이나, 그런 막걸리를 판매하고 싶어 하는 업체들은 단기적으로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지속 가능한 이득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일부 국내 수제 맥주 업계의 사례를 보면,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향료를 넣고 다양하고 화려한 라벨을 한 맥주들이 편의점 등지에서 유행했다. 그러나 현재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 자리는 수입맥주와 캔 하이볼 등이 차지했다. 향료를 사용한 수제 맥주가 처음엔 매출과 생산량이 급등하며 시장이 성장하는 듯 보였지만, 현재는 상승세가 한풀 꺾인 상태다.
이와 유사하게 막걸리에 향료와 색소를 추가할 수 있게 개정된다면, 단기적으로는 상승세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같은 흐름에 놓을 가능성이 있다. 그보다는 전통 가치와 품질을 유지하면서 발전하는 게 지속 가능한 발전에 더 주효할 것이라고 본다."
- 그럼 대안은 무엇인가? 향과 색소를 탁주의 제조원료로 삼지 않고도 우리 전통주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현재 전세계적으로 널리 퍼진 다른 전통주들이 경쟁력을 강화한 방법을 살펴보면 된다. 그들은 오랜 역사를 바탕으로 품질과 가치 유지를 지속적으로 해온 덕분에 세계적으로 인정받게 됐다.
독일의 맥주가 널리 알려진 이유는 맥주순수령을 바탕으로 제한된 재료로 높은 품질의 술을 만드는 데에 대한 철저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샴페인이 일반적인 스파클링 와인과 구분되는 이유도 한정된 지역에서 고유의 제조 방법을 지켜가며 품질 유지를 해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술들은 향료나 색소를 사용하지 않고 본연의 가치를 지킴으로써 국제적으로 널리 인정받았다.
향료와 색소로 제품을 다양하게 만드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본질에 충실해 품질을 높이고 우리나라만의 독창성을 강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단기적인 매출 증가를 위해서라면 향료와 색소를 추가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겠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으려면 고유의 제조 방법과 품질 기준을 철저히 지키며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번 새법개정안이 업계 전반적인 논의와 협의 없이 급속하게 진행된 것이 안타깝다. 다양한 관점이 존재하는 만큼, 무엇이 정답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다른 여러 가지 사례들을 참고하여 장기적인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방향으로 업계가 나아간다면, 전통주 시장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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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중구 다운동에 위치한 소규모 막걸리·탁주 양조장 운곡도가. 일반 주택을 개조한 이곳에서는 양조장과 함께 직접 운영하는 전통주점이 있다 |
ⓒ 박석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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