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뷰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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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김두규의 國運風水]
풍수의 원리로 본 서울 아파트 재건축
[김두규의 國運風水]
풍수의 원리로 본 서울 아파트 재건축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1970년대에 지어진 강남 1세대 아파트의 상징이다. /임화승 영상미디어 기자
우연히도 함 선생님 강의실 앞에 ‘풍수지리’ 강의실이 있었다. 호기심에 그 수업도 함께 들었다. 수강생들은 나이가 지긋한 분들이었다. 필자는 ‘새파랗게 어린’ 편이었다. 2년 넘게 수강했다. 이후 독일 유학을 떠났다. 그때 풍수 선생의 이야기 중에 지금도 잊히지 않는 것이 있다. “시골에서 쌀 200석 나오는 명당이 한양서울에서 쌀 1석 나오는 명당만 못합니다.” 그때는 몰랐다. 아니, 풍수 선생을 비웃었다. 당시 필자의 시골 부모 전답을 팔면 서울의 아파트 몇 채를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것 다 팔아도 서울 변두리 아파트 한 채도 못 산다.
그렇다면 역사적으로 한양서울은 절대 명당이었는가? 고려 숙종 이전까지 한양은 우리 역사에 등장하지 않았다. 그 이전까지 고려 왕실의 주 관심은 서경평양이었다. 고려의 공식적 평가는 ‘1서경평양, 2개경’이었다. 이는 태조 왕건의 발언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짐은 산천의 보이지 않은 도움으로 대업을 이루었다. 서경평양은 수덕水德이 순조로워서 우리나라 지맥의 뿌리가 되고 대업을 만대에 전할 땅이다.” 고려 왕조에서 ‘서경천도론’이 등장한 이유이다.
이후 고려 숙종 때부터 남경한양으로 관심이 전환된다. 당시 남경은 한양·용산·노원·해촌현재 도봉산역 일대을 지칭하였기에 지금의 서울에 해당한다. 이후 간헐적으로 ‘남경천도론’이 등장하다가 조선 개국과 더불어 한양이 도읍지가 된다. 이어서 1433년 당시 임금인 세종과 조정 대신 그리고 풍수 관리가 모인 자리에서 역대 도읍지 순위를 “1한양, 2개경, 3평양”으로 공식화한다. 흥미로운 것은 한때 1순위였던 평양과 한양이 지금 남북의 수도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풍수지리가 주관이 아닌 객관이란 방증이다.
최근에 40년 된 아파트들의 재건축 바람이 불고 있다. 40년 전인 1980년대 우리나라는 개발도상국이었다. 지금은 세계 경제·군사·문화·스포츠 강국이 되었다. 내용이 다르면 형식도 달라져야 한다. 개발도상국 아파트 건축과 선진국 아파트 건축은 내용과 형식이 달라져야 한다. 최근 ‘신도시 모델’로 등장하는 ‘압축도시compact city: 주거·직장·서비스 공간을 입체화·밀집화하고 주변 자연환경을 복원하는 도시’ 개념이 ‘지구단위계획’에 반영된다면,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덮인 도시의 산과 물길이 살아날 수 있다. 난亂재건축을 막는 풍수 관념에 부합한다. ‘융Jung학파 분석가’인 이부영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의 말씀에 이제 귀 기울일 때가 되었다.
“집과 터는 한국 풍수지리 관념에 의하면 우주적 에너지 체계, 즉 하늘의 기, 땅의 에너지인 지기地氣와 조화로운 관계여야 한다. 조화로운 토대와 구조는 한 가족의 현재 삶과 관계를 가질 뿐 아니라 세대와 세대를 거듭하면서 면면히 이어지는 수많은 가족의 삶과 관계한다.”‘한국의 샤머니즘과 분석심리학’
인용문은 풍수 고전 ‘황제택경’의 핵심 개념이기도 하다. “사람은 집 덕분으로 인해 입신하고, 집은 사람으로 인해 존재한다. 사람과 집이 서로 도우면 천지를 감통感通시킨다. 운명에 맡길 일이 아니다.” 이제 재건축은 땅과 사람을 함께 살리는 것을 전제해야 한다.
‘산은 인물을 키우고 물은 재물을 늘려준다山主人 水主財’는 풍수 격언이 있다. 이른바 ‘리버뷰’가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흘러 들어오는 물을 바라보는 전망이어야지, 흘러 나가는 물을 바라보는 곳은 재물 손실과 우울증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혹 독자들께서 반문하실지 모르겠다. “그대는 좋은 터에 살고 있는가?” “예! 서재가 있는 뒤쪽으로 서달산 숲이 그윽하여 밤에 소쩍새 울고, 거실 남쪽으로 모 대학 운동장이 탁 트여 멀리 관악산 3봉이 훤히 보이는 배산임수의 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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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규 우석대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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