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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다리 끌던 강아지, 뛰며 행복해하자…보호자가 펑펑 울었다[인류애 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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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30회 작성일 24-08-31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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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늙고, 아프고, 장애 있어 걷기 힘든 반려견들에게 다리 선물해주는 이철 대표66
국내 강아지 휠체어 없던 시절부터 10년째 만들어, 유기견 1000여 마리에 기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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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다리를 쓰지 못해 반려견 휠체어가 필요했던 강아지 루루의 모습. 그런 강아지들이 많단 걸 알고, 다리를 선물해주기 위해 휠체어를 만들던 사람이 있었다./사진=워크앤런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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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조보람 작가@pencil_no.9
노부부가 보물처럼 품에 안고 온 건 노견이었다. 이 녀석이 탈 휠체어를 맞추러 왔다고 했다.

나이는 17살, 이름은 또또. 길바닥에 버려져 안락사될 예정이었던 강아지. 죽음을 사흘 앞두고 가족으로 맞아줬다. 또또가 3살 때였다.


또또 아빠 남준우씨는 처음엔 강아지를 꺼렸다. 5살 때 동네 개가, 그의 형을 물었던 기억 때문에. 아내와 딸은 또또를 예뻐했으나, 준우씨는 두 달쯤 거릴 두었다. 눈치를 살살 보는 또또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안쓰러웠다. 너는 어쩌다 버림받았니. 말을 걸 때부터 둘은 가까워졌다.
반려견 휠체어를 탄 뒤 행복하게 걷는 루루의 모습. 단지 걸을 수 있게 되는 의미를 넘어, 표정부터 기쁘게 달라진다고./사진=워크앤런 인스타그램
어느 날 밤, 준우씨가 술에 취해 퇴근했을 때였다. 집에 와 탁 드러누웠을 때, 한참 반기던 또또가 배 위에 올라왔다. 준우씨가 당시를 회상했다.

"아내와 딸이 저한테 오려고 하는데, 손도 못 대게 또또가 으르렁거리는 거예요웃음. 허허, 이 녀석 봐라. 그러면서도 기분이 좋았죠. 정이 어찌나 들었는지."
17살 또또는 안락사 사흘 전에 구조돼 가족을 만났다. 아빠 남준우씨의 품에 안겨 있는 또또. 다리에 힘이 없어 종일 가만히 있는 걸 보고, 준우씨는 반려견 휠체어를 선물해줬다./사진=워크앤런 인스타그램
그리 14년이 흘렀다. 또또의 시간은 준우씨보다 몇 배 더 빨랐다. 걸음이 점차 느려지다 자는 시간이 늘었다. 이윽고 눈이 안 보이고, 귀가 안 들리고, 양쪽 다리가 나빠졌다. 걷기도 힘들어졌다. 어떻게든 걸으려 버둥거리는 또또를 보며 준우씨는 맘 아팠다.

우연히 TV에서 반려견 휠체어가 있단 걸 봤다. 그 길로 찾아온 게 워크앤런이었다. 이곳엔 10년 넘게 반려견 휠체어를 만들며 미쳐 있던 사람. 강아지 휠체어 아저씨라 불리는 이철 대표66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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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다리를 집어 넣어, 턱과 몸을 지탱해주며 걸을 수 있는 반려견 보행기. 이철 대표는 이를 개발하기 위해 10년 넘게 부단히 애썼다. 처음 만든 건, 유기견에게 기부하기 위한 선한 마음에서 시작됐다. 또또의 반려견 보행기를 살펴보는 이철 대표왼쪽 하늘색 옷와 남준우씨 부부, 그리고 또또./사진=워크앤런 인스타그램
또또의 네 다리가, 이 대표가 만든 휠체어에 올라갔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준우씨가 본 광경이 이랬다.

"휠체어를 타니까 달리기도 하는 거예요. 못 걸으니까 짜증 내고 음식도 안 먹으려고 했는데. 이거 타고 운동하니까 식욕이 옛날이랑 똑같아졌어요. 휠체어에서 안 내려오는 거예요. 그리 좋아하더라고요."



뒷다리 장애 있던 유기견 이슬이를 가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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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이슬을 맞으며, 비닐봉지에 버려져 있던 유기견 이슬이. 뒷다리 장애가 있는 이슬이에게 우연히 휠체어를 선물해주자, 신나서 뛰는 걸 보고 이철 대표는 펑펑 울었다. 그게 이 일에 뛰어든 계기가 되었다./사진=남형도 기자
반려견들 눈높이에서, 휠체어 원단과 바퀴 하나까지 최고급으로 만든단 사람. 말 못 하는 존재이므로 응당 그래야한다고. 반려견 휠체어에 그리 진심인 이철 대표가 처음 시작한 계기는 뭐였을까. 그 이야기가 궁금했다.

벌써 15년은 된 얘기라며 들려준 게 이랬다.

"끼잉, 낑낑, 낑낑낑."

깊은 밤 퇴근하던 길. 소변보러 화장실에 들렀을 때 들려온 소리. 당시 이철 대표는 등이 쭈뼛 섰다. 평소 쥐를 무서워하는데 찍찍 소리처럼 들려서였다.

"놀라서 도망쳐 나오려 했는데, 쓰레기 더미 속에서 비닐 헤집는 소리가 나는 거예요. 자세히 들으니 비닐 안에서 뭔가 꼼지락꼼지락, 벌려보니 강아지가 버려져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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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 반려견 보행기를 보여주는 이철 워크앤런 대표./사진=남형도 기자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단다. 아이를 비닐에서 꺼냈다. 차에 천을 깔아 강아지를 올려주었다. 그 길로 집에 데려왔다. 와서 보니 강아지가 움직이긴 하는데, 뒷다리를 쓰지 못했다. 장애가 있어 누군가 버린듯 했다.

새벽이슬 맞고 있었던 강아지라고, 이름을 이슬이라 지어주었다. 귀한 생生을 모른척하는 법을 몰랐다. 그리 가족이 되어주었다.



뒷다리 끌던 이슬이가, 휠체어 타니 뛰어…미안해서 펑펑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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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이렇게 재밌는줄 몰랐어요. 그게 뭐냐면, 애들 걸었을 때 딱 그거예요. 그 희열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거예요." 이철 대표는 반려견 휠체어를 만드는 일이 정말 재밌어서 한다고 했다. 최고급 제품으로 만들면서도 저렴하게 파는 게 철학이란다./사진=남형도 기자
정지한 두 뒷다리가 애달팠다. 함께 사는 강아지들이 뛸 때, 앞다리로만 열심히 따라가려 애썼다. 그걸 보며 이철 대표는 애처로웠다. 그러나 할 수 있는 게 더는 없을 거라 여겼다.

출장 등으로 일본에 갔을 때였다. 동행했던 친구가 고양이 집사였다. 나고야에서 펫 박람회를 하는데, 고양이에게 사줄 게 있는지 보러 간다고 했다. 이철 대표가 따라가겠다고 했다.

거기서 둘러보다 깜짝 놀랐다. 반려견을 위한 휠체어가 있어서였다. 당시 가격이 50만원. 꽤 비쌌지만 망설임없이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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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하는 도중에도 내내, 반려견에게 휠체어를 해주고 싶단 보호자들의 전화가 걸려왔다. 제일 중요한 건 보호자들 이야기에 귀를 잘 기울이는 거라고. 제품을 만들 땐 거기에 미쳐 있어야 한다고 했다. 비를 안 맞고 햇빛에 노출되지 않게할 제품도 만들고 있단다. 산책을 다니며 키 높이에서 꽃내음, 흙냄새 맡으며 걸을 수 있게 해주고 싶다고. 그게 강아지에게 행복한 일이므로./사진=남형도 기자
이슬이에게 빨리 휠체어를 태워주고 싶어, 귀국 일정도 하루 당겨 돌아왔다. 휠체어를 조립해 태워주었다.

"애가 막 뛰어다니고 난리가 난 거예요. 진짜 너무 좋아서 눈물이 펑펑 나오더라고요. 그 행복감이란 게 눈빛부터 달라지더라고요. 뛰어다니며 그제야 다른 애들이랑 속도를 맞추며 어울리는 거예요. 산책도 다니고요."

하염없이 운 데에는 이슬이를 향한 미안함도 있었다. 이런 휠체어가 있는줄도 몰랐어, 아빠가 찾아보지도 않았었다. 그냥 거기까지가 할 수 있는 전부라 생각했던 게 너무 미안했던 거였다.



무지개다리 건넌 이슬이…휠체어 필요한 유기견들이 이리 많아서


뒷다리가 좋지 않아 걸을 때 절뚝거리며 불편해보이던 반려견 초롱이./사진=남형도 기자
선천적으로 약해 병원도 많이 다니던 이슬이는, 휠체어를 3년 정도 타다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화장을 마치니 한 줌이었다. 가루를 단지 안에 넣고, 그 앞엔 두 다리였던 휠체어를 두었다. 그걸 볼 때마다 이철 대표는 가슴이 미어졌다. 매일 슬퍼 견딜 수 없었다.
뒷다리 한쪽에 워크앤런의 보조기구를 착용하자, 걷는 게 한결 편해보였다. 이런 발명품이 있어서 다행이라 여겼다./사진=웃는 초롱이를 보며 기분 좋아진 남형도 기자
우울감이 심해지자, 휠체어를 팔아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사겠단 사람들이 넘쳐났다. 그중 이철 대표의 눈에 들어온 글이 있었다.

"경기도 양주에서 유기견 보호소를 하는 분이었어요. 우린 휠체어를 살만한 여유가 없지만, 우리 애가 꼭 했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글을 올리신 거예요."

그 보호소에 찾아갔다. 휠체어가 필요한 유기견을 만났다. 믹스견이었다이철 대표는 이를 아름다운종이라고 표현했다, 좋다. 허리엔 장판 등으로 만든 조악한 지지 장치를 차고 있었다. 보호소 소장이 그 강아지를 어떻게든 걷게 해주고 싶어 만든 거였다.

이슬이가 쓰던 두 다리가, 그 유기견에게 이어졌다. 이철 대표의 기부였다. 강아지는 휠체어를 타자마자 신나서 막 뛰어다녔다. 보호소장은 신나게 날아다니는 아이를 보며, 기쁘고 미안해 꺽꺽 오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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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개골 등 뒷다리가 약한 반려견들을 위해 만든 보행 보조기구. 반려견 크기별로 다 있다. 이철 대표는 "내가 10년만 더 젊었어도, 애들한테 개발해주고 싶은 게 더 많다"며 아쉬워했다./사진=남형도 기자
그러면서 걷지 못하는 유기견들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이철 대표는 일본에 또 갈 일이 있으니, 휠체어를 사다 주겠다고 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갈 때였다.

이번엔 아예 일본에 있는 반려견 휠체어 공장을 찾아갔다. 한국에 이런 장애견들이 많은데, 우리나라엔 반려견 휠체어가 없다고. 자주 사야 할 것 같은데 비용이 부담된다고. 그랬더니 일본 관계자가 좋게 봐줘서 50%씩 할인해준다고 했다. 그리 또 구해 유기견들에게 계속 기부했으나, 여전히 비용 부담이 컸다.



반려견 휠체어 직접 만들어, 팔면서 유기견들에게 1000개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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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이유로 걷기 힘들게 된 반려견들. 이들이 다시 걸을 수 있도록 보행기와 보조기구를 만들어주고 싶은 누군가가 있었고, 그 덕분에 삶의 많은 게 바뀌었을 터였다./사진=남형도 기자
이대론 안 되겠다 싶었다. 아예 만들어보기로 결심했다. 사람 휠체어 만드는 후배가 있어, 주말마다 찾아가 서울과 경기를 오가며 배웠다. 일본·미국·영국 것들을 다 사서 직접 연구했다.

두어 달 후에 휠체어를 처음 만들었다. 부족한 게 많았단다. 뒷다리만 얹는 휠체어였다. 그 무렵엔 국내에도 반려견 휠체어를 수입하는 업체가 생겼으나 고가였다. 이철 대표는 유기견들을 위한 것만 만들어 계속 기부했다.

입소문이 나며, 장애견 보호자들이 그에게 만들어달라고 의뢰했다. 그래서 그때 금액으로 10만원을 받고 반려견 휠체어를 만들어 팔면서, 그 돈으로 다시 유기견 휠체어를 만들어 기부했다. 그리 10년 전부터 사업이 시작되었다.
몰티즈 아롱이가 걷기 힘들어하는 모습. 누워서만 지내야 했단다./사진=워크앤런 인스타그램
휠체어는 네 다릴 지지하는 걸로 점점 진화했다. 제품도 의족, 보조기, 척추 보호대 등으로 확장되었다. 30년 된 회사를 직접 찾아다니며, 하루 2시간씩 3개월을 매진하며 다 배워서 만든 기술이었다.
반려견 보행기를 타고 걷기 시작하는 아롱이./사진=워크앤런 인스타그램
열정이 대단하단 말에 그는, 그게 아니라 재밌어서 하는 거라고 했다. 어떤 게 재밌냐고 물었더니 이리 답했다.

"애들은 걷고 싶어 하는 욕망이 누구보다 커요. 근데 누워만 있으면 애들이 눈빛이 흐려지거든요. 우울하고, 마음도 다 포기하는 거예요. 그래서 먹지도 않고요. 근데 내가 서 있다는 느낌 자체만으로도 얘네가 자신감이 생겨요. 꼬리가 딱 올라가요. 잘 걷게 되면 식욕도 생기고 배변도 잘 돼요. 그걸 보면 너무 좋은 거예요."

다리만 만드는 줄 알았더니, 알고 보니 허물어진 삶을 꼿꼿하게 세워주던 강아지들의 휠체어 아저씨. 숫자를 다 세어보진 않았으나 유기견들에게 기부한 휠체어, 보조기, 의족만 1000개가 넘는다고 했다.

이 회사가 정말 잘 되었으면 싶었다. 더 많은 장애견들이 헥헥헥, 환히 웃으며 뛸 수 있도록.
5살 닥스훈트 부름이가 뒷다리를 끌며 앞다리의 힘만으로 걷는 모습./사진=워크앤런 인스타그램
에필로그epilogue.

이철 대표가 유독 기억에 남는 반려견이 있다고 했다. 이름이 동주였다.

"동주는 경기도 분당의 한 공원을 늘 산책하던 아이였어요. 근데 암에 걸렸어요. 수술하려 열어보니 전체에 다 퍼져 있어서 다시 닫았다고요. 앞으로 살 수 있는 기간이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였지요."

나이가 지긋했던 동주 보호자의 선택은 이랬다. 단 열흘이라도 동주와 산책하고 싶다고. 동주와 늘 함께 걷던 분당의 그 공원을. 그래서 이철 대표에게 동주의 휠체어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간곡한 그의 청대로 해주었다.
부름이가 반려견 휠체어를 탄 뒤 꼬릴 흔들며 걷는 모습./사진=워크앤런 인스타그램
한 달 뒤 박스가 하나 도착했다. 동주가 남긴 휠체어였다. 거기엔 보호자의 손편지가 있었다. 이리 쓰여 있었다.

우리 아이가 휠체어를 타고 보름 동안, 정말 하루도 빠지지 않고 즐거운 산책을 했습니다. 마지막 날 산책하고 쉬고 있는데 안아달라고 하더라고요. 따뜻한 햇살에서 깜빡 졸았는데, 그게 마지막이었습니다. 너무 감사했습니다.

끝으로 이리 덧붙였다.

이 휠체어는 다른 유기견에게 선물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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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앤런의 SNS를 보고, 프랑스, 인도네시아, 필리핀, 미국 등 세계 각국에서도 반려견 휠체어를 사고 싶다며 연락이 온단다. 한 번은 브라질에 사는 한 반려견 보호자가, 휠체어를 사고 싶다며 주문했다. 운송비만 34만원. 이철 대표는 그 마음에 감복해 휠체어를 그냥 선물로 보내줬단다. "나이 들었으니 어쩔 수 없다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어떻게든 해주려는 보호자 마음이 좋다"고 했다./사진=남형도 기자


남형도 기자 hum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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