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만화방 아닙니다"…빨래 널고 이불 덮고 사장님표 라면까지[르포] > 사회기사 | society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사회기사 | society

"그냥 만화방 아닙니다"…빨래 널고 이불 덮고 사장님표 라면까지[르포]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수집기
댓글 0건 조회 91회 작성일 23-11-11 06:56

본문

뉴스 기사
본문이미지
서울역 인근 ㅇ만화방 벽면에는 국내 작품이나 일본에서 수입된 만화책이 빼곡히 꽂혀있다. /사진=정진솔 기자

"피만 안 나눴지 식구 같아요. 만화방이 아니라 숙소죠."ㅇ만화 사장

서울역 광장을 지나 숙대입구역 방향으로 걷다 보면 ㅇ만화라고 쓰인 허름한 간판 하나가 눈에 띈다. 이 만화방 입구로 들어서자 내부엔 모기향 냄새가 가득했다. 벽면은 여느 만화방처럼 만화책이 빼곡했지만 입구 앞 소파 5개 위엔 만화책 아닌 이불이 펼쳐져 있었다.

서울역 인근에 만화방이 들어선 건 1988년 서울올림픽부터다. 천국만화, 경일만화, 제일만화 등 1980~90년대에 이 지역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던 만화방은 이제 2곳만 남았다.

서울역 만화방은 젊은 층이 주로 드나드는 최신식 만화방과 성격이 다르다. 주로 고된 일에 지쳐 잠시 몸을 누이고 싶어 하는 일용직 노동자들이 서울역 만화방을 찾는다. 일을 나가기 전 들러 짐을 맡기기도 한다. 실제 서울역이 있는 용산구 동자동에는 약 10개 인력 사무소가 모여있다.

본문이미지
서울 용산구 동자동에 있는 경일만화. 싱크대에 식기들이 쌓여있다. /사진=정진솔 기자

지난 9일 찾은 ㅇ만화방. 사장 A씨는 휴대폰으로 바둑을 두고 있었다. 그는 "손님은 일용직 노동자가 대부분"이라며 "매일 여기서 씻거나 밥을 먹고 숙소처럼 쓴다"고 설명했다.

이 만화방 이용료 하루 1만원. 1~2시간 자러 온 노동자에겐 돈을 받지 않는다. 새벽부터 인력 사무소를 다녀온 노동자들은 비싼 숙박비를 피해 ㅇ만화방을 찾는다고 한다. 사장이 무료로 라면이나 쌀밥을 해줄 때도 있다. 이렇게 이 만화방을 찾는 사람은 하루에 6명 남짓이다.

만화방은 노동자들에게 사랑방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새벽 일을 나가기 전 노동자들끼리 안면을 트거나 자신들이 아는 정보를 공유한다. A씨는 "어려운 사람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고 종종 이상한 업체에서 돈을 꾸려는 손님을 막기도 한다"며 "분란을 막기 위해 노숙자는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과거 11년 동안 고시원 생활을 했다는 사장 A씨는 계속해서 만화방을 노동자들을 위한 휴식처로 남길 요량이다. 그는 "손님들 모두 사정이 있겠지만 자세히 묻지 않는다"며 "내 목표는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죽을 때까지 여기 사람들에게 휴식처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본문이미지
서울 용산구 동자동에 있는 경일만화 입구에 들어서면 노랗게 변색된 만화 포스터가 벽에 붙어있다. 벽 상단에는 빨래 옷걸이가 걸려있다. /사진=정진솔 기자

ㅇ만화방에서 5분 거리에 있는 경일만화 풍경도 비슷했다. 입구 앞 벽에는 빛바랜 만화 포스터가 덕지덕지 붙어있고 그 아래론 만화방과 어울리지 않는 빨래 옷걸이가 걸려 있었다. 화장실 옆 싱크대에는 스테인리스로 된 식기가 쌓여있었다.

만화방 입구에서 담배를 피우던 60대 남성 B씨는 "일하다가 쉬러 왔다"고 말했다. 그는 "3000원 정도면 이용할 수 있다"고 한 뒤 다시 일터로 발걸음을 옮겼다.

만화방 손님들은 각자만의 방식으로 휴식을 취했다. 한 60대 남성은 줄 이어폰이 연결된 휴대폰을 보고 있었고 또 다른 40대 남성은 맨 뒷자리에 앉아 꾸벅꾸벅 졸았다. 맨 앞자리에서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고 자던 손님은 "아는 사람끼리 쉬는 공간"이라고 말하곤 다시 잠을 청했다.

일부 손님들은 타인의 온기를 느끼려 만화방을 찾는다고 했다. 손님 C씨는 "나이 먹으면 외로워지지 않나"며 "삶을 포기한 사람들은 여기 없고 예전부터 오던 사람이 모여 정을 나누는 공간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휴대폰으로 만화를 보는 시대이니 어쩔 수 없지만 우리 모두 아쉬운 마음을 갖고 있다"며 "추억이 담긴 공간이 없어지지 않으면 좋겠다"고 했다.

본문이미지
1980년대부터 서울역 인근에서 자리를 지켜왔다는 천국만화는 문을 닫았다. /사진=정진솔 기자


[관련기사]
탁재훈도 놀란 이효리 19禁 입담 "♥이상순, 키스 없이 본론으로"
이시언 "한혜진 소개팅 주선? 해줄 생각 無…성격 문제 있어"
14세 오유진 스토킹한 60대 男 "내가 친부다…손톱 맞교환하자"
박명수 "한 달에 수억원 벌어"…전성기 무도 시절 수입 공개
2번 이혼 임병기 "전처 불륜 목격→9억 빚 떠안아…아직 갚는다"
이수근 "출연진 비보에 멘탈 무너져…물어보살 하차 생각했다"
이세창 "애도 뺏겨봤는데" 발언…같은 날 전부인 김지연이 전한 딸 근황
6개월만 파경 정주연, 해외 여행으로 힐링…밝은 미소
"점심값 4000원" 구내식당 바글바글…급식사 웃는다
장모에 자기야, 무릎베개에 귀도 파줘…서장훈 "보통 인간 아냐"
나솔사계 광수와 결혼 앞둔 옥순…부정적 사주풀이 결과에 심각
임병기, 이혼 2번→30년 독거 고백…"골머리 썩을까 노파심"
"며느리 친정, 콩가루 집안" 막말한 시모에…분노한 빽가 모친
박한별, 자숙 중인 남편 언급 "여사친 치즈? 잡아줘도 괜찮다"
16기 영숙, 돌발 사생활 폭로…변혜진 분노 vs 상철 "결별 맞다"

정진솔 기자 pinetree@mt.co.kr 김지성 기자 sorry@mt.co.kr

ⓒ 머니투데이 amp;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회원로그인

회원가입

사이트 정보

회사명 : 원미디어 / 대표 : 대표자명
주소 : OO도 OO시 OO구 OO동 123-45
사업자 등록번호 : 123-45-67890
전화 : 02-123-4567 팩스 : 02-123-4568
통신판매업신고번호 : 제 OO구 - 123호
개인정보관리책임자 : 정보책임자명

접속자집계

오늘
1,143
어제
1,369
최대
2,563
전체
443,554
Copyright © 소유하신 도메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