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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대란 한달] 남은 전공의 "의사집단 너무 닫혀있어…다른방식 투쟁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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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08회 작성일 24-03-18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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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다 싫다고 누워버리면 어떡하나요. 환자 생각해야죠"
"결국 의사 이권 위한 것…전면 백지화 대신 구체적 대안도 없어"
"정부, 의사단체 외에 다양한 시각을 지닌 주체가 함께 논의해야"
의사들, 입모아 "남은 의사, 떠난 의사 갈라치기 안돼…전공의들 절실함 이해해야"

[※ 편집자 주 = 지난달 19일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으로 시작된 의료대란이 한 달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전공의들과 정부의 갈등이 극한 대결로 치달으면서 좀처럼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힘든 상황입니다. 연합뉴스는 환자 곁을 떠나지 않은 의사들과, 떠난 의사들, 의사 업무 일부를 떠맡게 된 간호사들, 비상상황에서 응급환자 이송을 위해 분투하는 구급대원들 그리고 의료대란의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은 환자들의 목소리를 각각 전하는 5꼭지의 기획기사를 송고합니다. 의료대란의 현장에 있는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갈등의 골을 메울 작은 단초라도 제공하자는 취지입니다.]


[의료대란 한달] 남은 전공의 quot;의사집단 너무 닫혀있어…다른방식 투쟁 고민해야quot;의사, 환자와 함께 걸을 수 있을까
대구=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서울·광주=연합뉴스 권지현 박철홍 기자 = 의대 증원에 반발한 대다수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한 지 한 달이 된 가운데 현장에 남은 의사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파업 대신 다른 방식의 투쟁을 고민해봐야 한다"며 남은 전공의도 있지만, 차가운 여론에 일할 의욕을 잃고 떠날 준비를 하는 의사도 있다.

복지부가 파악한 전국 주요 수련병원의 이탈 전공의 수는 1만2천명가량으로 전체의 93% 정도가 병원을 떠난 것으로 파악됐다.

이른바 빅5 병원 전체 의사 중 전공의 비율은 40% 안팎에 달한다. 많은 병원이 심각한 의사 인력 부족과 의료 공백에 시달리고 있다는 얘기다.


PYH2024031210530001300_P2.jpg계속되는 의정갈등, 고통은 환자 몫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연일 계속되는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군의관과 공중보건의까지 의료 현장에 투입된 가운데 12일 서울 시내의 한 병원에서 내원객이 접수 순번을 기다리고 있다. 2024.3.12 superdoo82@yna.co.kr

◇ "병원 완전히 비우는 건 마지막 수단이 돼야죠"

전공의 A씨는 비수도권의 한 수련병원에서 근무 중이다. 이 병원 역시 대부분의 과에서 전공의가 모두 사직했거나, 한두 명 남아있는 상황이다.

전공의 사직 이후 지난 한 달간 느꼈던 심경을 묻자 그는 먼저 "착잡하다"고 했다.

집단사직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전공의의 한 사람으로서 이들의 고민과 정부 정책의 허점을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어느 한쪽도 마음 편하게 지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필수의료 살리기에 동의할 부분도 있을 것 같아 정책을 공부해 봤어요. 그런데 공공의료 얘기도, 강력한 의사 분배안도 없잖아요. 수가에도 제대로 손대지 않았는데, 정치적 이익을 위해 2천명 증원이라는 큰 파장을 일으켰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감정이 안 좋아졌어요."

"전공의 내부 분위기에도 실망했어요. 처음에는 함께 행동할 수 있지라고 생각했지만, 메신저 대화방이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보면 그냥 다 싫어라며 누워버리는 분위기더라고요. 전공의협의회는 어떻게 우리가 똘똘 뭉쳐서 법적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를 고민하고 있고요. 국민과 환자 입장은 생각하지 않는다는 게 안타까웠어요."

이러한 흐름에 A씨는 "답답해서 의사들 사이에서 나왔다"고 했다. 다른 방식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데가 아무 데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한 달간 전공의들의 대응 방식을 보면서 의사집단 내부의 권위주의적 분위기와 다른 의견, 다른 집단에 너무도 닫혀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명분이 뚜렷한, 필요한 파업이라면 참여했을 거예요. 결국 의사 이권을 위한 건데, 비전이 뚜렷하지 않으니 무조건 전면 백지화 대신 내밀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도 없는 것 같아요."

그는 "만약 지금 파업이 정말로 전공의의 노동권과 관련된 거였다면 방식이 달랐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조건을 내걸고 1인 시위라도 하지 않았겠냐"고 말했다.

"전공의가 노동 약자인 건 확실합니다. 그럼 국민신문고에라도 이런 사정을 올리고, 집회도 하고, 국민을 적극적으로 설득해야죠. 병원을 완전히 비우는 건 마지막 수단이 돼야 하고요. 이런 다른 방식의 투쟁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하는데, 의사 사회는 너무 다원화가 안 돼 있어요."

병원에 남아 있으면서 직접 보고 느낀 현장의 문제를 묻자 A씨는 "전공의들이 대부분 사직하면서 의국醫局이 한산해졌다"면서 전문의 대신 전공의 노동력에 의존해 온 병원 인력구조의 부실함을 짚었다.

그는 공공병원의 취약한 현실도 지적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병상 가동률이 반토막 난 곳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공공병원이 중증환자 수술을 다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이번 사태에서 서울 대형병원으로 쏠렸던 지역환자들을 받을 수 있었겠죠."

공중보건의사·군의관의 의료현장 파견에는 "서울 상급종합병원만을 지탱하기 위해 안 그래도 의료 취약지인 지방의 의료진을 수혈하겠다는 것"이라며 "지역의료에 대한 고려 없이 정부 정책을 관철시키기 위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그는 한 달간 현장을 지켜보며 국민 모두의 의견을 반영해 지역·공공의료에 대한 청사진이 반드시 정책에 포함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와 의사단체 외에도 다양한 시각을 대변할 단체가 들어가야 하고요. 이건 가장 좋은 심장수술 방법 찾기 같은 게 아니라, 우리 모두가 관계된 의료정책에 대한 거잖아요. 보건의료 정책 전문가나 지역주민 대표 등 다양한 주체가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봅니다."


PYH2024031213610001300_P2.jpg텅 빈 전공의 전용공간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남은 의사, 떠난 의사 갈라치기 안돼"

"더는 못 견딜 것 같아요. 이대로라면 사직이 아니라 도망을 갈 것 같아요."

전공의 집단이탈 25일째인 지난 15일 의료 현장에 남아 환자를 돌보고 있는 전남대병원 B 교수에게 현장 의료진의 분위기를 묻자 이렇게 표현했다.

농담처럼 툭 내뱉은 도망이라는 단어에는 한 달 가까이 전공의·전임의 공백을 메우고 있는 현장 의료진의 극심한 피로감이 묻어 나왔다.

B 교수가 속한 진료과만 해도 기존 의료진의 3분의 2가 결원한 상태지만, 공백이 더 심한 진료과에 비해서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공백이 큰 진료과의 경우 비상 진료체계에 따라 야간 당직을 일주일에 3번 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꼬박 날을 새는 당직을 하고서도 제대로 쉴 틈 없이 다시 다음날의 일과를 시작해야 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일주일 내내 집에 돌아가지 못한 셈이다.

정부가 공보의·군의관을 파견했지만, 의료 공백을 메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남대병원의 경우 파견 의사 상당수가 비필수과이거나 일반 의사여서 당장 의료진 공백 해소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B 교수는 "개인별로 다를 수 있겠지만 점점 지쳐가는 것은 사실"이라며 "한계점에 다다르는 순간이 멀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저희만 지치는 게 아니다"며 "가정이 있는 사람들은 배우자가 혼자 가정을 돌봐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고 덧붙였다.

B 교수는 현장에 남은 의료진과 떠난 의료진을 갈라치기 하는 분위기도 우려했다.

그는 "저희가 남아있는 것은 책임감 때문이지, 정부의 정책에 동의해서 남아있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유럽 국가와 달리 당일 전문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하며 "접근성 측면에서 한국의 의료진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의사들이 많아지면 진료비가 저렴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과잉진료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PYH2024031508200001300_P2.jpg병원에 남은 의료진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전공의 집단행동이 이어지고 있는 15일 오전 서울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4.3.15 ksm7976@yna.co.kr

◇ "의사에 대한 여론 악화 괴로워…전공의들의 절실함 이해해야"

A씨, B씨는 계속해서 병원에 남을 생각이지만, 남은 의사들 중에는 극심한 격무와 좋지 않은 여론에 일할 의욕을 잃고 생각을 바꾼 이들도 있다.

전공의 수련을 끝내고 조교수로 일하고 있는 C씨도 그중 하나다. 그는 한 달 전 전공의들이 줄지어 나갈 때만 해도 "당연히 자리에 남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개원이라는 선택 대신 교수로서 남은 이유 중 가장 컸던 건 아무래도 어려운 수술을 하고 나서 느꼈던 보람과, 사회로부터 받는 인정이었던 것 같아요. 사실 세간의 인식보다 근무 강도도 훨씬 높고 박봉이죠."

하지만 C씨는 최근 한 달 동안 의사들에 대한 좋지 않은 여론으로 인해 일하는 게 괴로워졌다고 토로했다.

"환자를 보면서 이 환자도 나를 적으로 여기고, 의사니까 나쁘다고 생각하고 있겠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부터 근무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병원에 남아 열심히 일하면 인정받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느꼈어요."

더구나 의료 공백 장기화로 인한 피로까지 겪으면서 결국 병원을 그만두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그는 "좀 더 쉬운 일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혈관 시술을 하고 있는데, 대학병원에는 워낙 중증환자가 많아 최선을 다해도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가 있어요. 아마 병원을 옮기게 되면 같은 분야라도 이제는 더 쉽고 돈이 되는 시술을 하게 될 것 같아요."

젊은 교수로서 전공의 사직 사태는 "출산율 저하 문제와 비슷하다"고 바라봤다.

"지금 젊은 세대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으니 결혼·출산을 하지 않겠다고 하잖아요. 그거랑 비슷해요. 그런데 기성세대 교수들은 본인들이 여태까지 견뎌 왔기 때문에 이해를 못 해요. 아마 돌아올 거야라고 생각하는 거죠."

C씨는 전공의들이 수련의 길을 택할 수 있게 길을 터 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이 내가 현재 살 만하고 미래에는 더 나아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기 때문에 사직하는 거거든요. 이런 지금 세대의 절실함을 이해하는 게 먼저라고 봅니다."

fa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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