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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신데렐라, 닭강정 된 딸…개연성 없어도 재밌어서 보는 뇌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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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01회 작성일 24-03-1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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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늘어나는 ‘뇌빼드’ 현대극

용두리 이장 아들 백현우김수현·오른쪽와 퀸즈 그룹 재벌 3세 홍해인김지원의 풋풋한 순간. 사내 열애 커플에서 결혼 3년 차 이혼을 고민하는 ‘위기의 부부’로 변해 버렸다. 하지만 홍해인이 시한부 선고를 받으면서 이들 부부가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tvN

용두리 이장 아들 백현우김수현·오른쪽와 퀸즈 그룹 재벌 3세 홍해인김지원의 풋풋한 순간. 사내 열애 커플에서 결혼 3년 차 이혼을 고민하는 ‘위기의 부부’로 변해 버렸다. 하지만 홍해인이 시한부 선고를 받으면서 이들 부부가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tvN

#장면1. 제사를 지내기 위한 주방엔 온통 남자뿐이다. 전이 잘 익었는지 눈대중으로 말해주는 이는 하버드대에서 케미컬을 전공한 사위, 그 전을 예술적으로 쌓는 건 대대로 건축가 집안 출신 사위 몫이다. 서울대 법대 수석 졸업한 뒤 ‘사내 연애’로 재벌가 퀸즈 그룹 사위가 된 주인공 백현우김수현는 “자식을 빨리 낳아라. 그 아이의 이름은 아내의 성을 딴 홍수빈”이라는 말을 듣는다.tvN ‘눈물의 여왕’

#장면 2. 어느 날 닭강정 한 상자를 들고 아버지 최선만류승룡이 운영하는 소규모 기계 회사에 놀러 온 딸 최민아김유정가 회사에 있는 의문의 기계 앞에서 닭강정으로 변한다. 회사 인턴 사원 고백중안재홍은 민아에게 아직 고백도 제대로 못 해보고 짝사랑만 하던 중이었다. 최선만과 고백중은 닭강정으로 변한 최민아를 돌려놓기 위해 온갖 분투를 벌인다.넷플릭스 신작 ‘닭강정’

‘닭강정’으로 변한 딸에 놀라는 류승룡왼쪽과 그의 회사 인턴 안재홍. /넷플릭스

‘닭강정’으로 변한 딸에 놀라는 류승룡왼쪽과 그의 회사 인턴 안재홍. /넷플릭스

드라마를 보면서 ‘왜’라는 의문을 가질 필요는 없다. 현실성 여부를 따질 필요도 없다. 배우들의 열연에 웃고 울다 보면 어느새 시간 ‘순삭’순식간에 지나간다는 뜻. 독특한 설정에 단순·명쾌·코믹한 전개까지 하루를 마무리하는 데 이런 휴식이 따로 없다. 시청률은 따라오는 보상이요, 화제성은 덤이다.

이른바 ‘뇌빼드’ 시대다. ‘뇌를 빼놓고 봐도 되는 드라마’라는 뜻. 쉬우면서도 단순 명료한 주제로, 복잡한 복선이나 설득력 있는 개연성이 부족해도 말 그대로 생각 없이 즐길 수 있는 드라마. 그동안 ‘회빙환’회귀·빙의·환생이나 시간 여행식 시대극·판타지 사극이 지배했던 드라마들이 ‘뇌빼드’ 스타일 현대극으로 채워지고 있다. ‘과몰입’ 없이 단순·명쾌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각종 드라마 제작 발표회마다 빠지지 않는 단어 역시 “기분 전환” “즐거움” “도파민 충족” 등이다.

잘난 남자가 더 잘난 처가를 만나 생각지도 못했던 처가살이 분투기로 시작한 ‘눈물의 여왕’은 지난 3월 9일 5.9% 시청률로 시작해 3회 만에 두 배 가까운 9.6% 시청률로 껑충 뛰었다. SBS 금토 드라마 ‘재벌X형사’의 경우 재벌가 혼외자가 낙하산 형사가 돼서 온갖 사건을 해결하는 ‘전대미문 영앤드리치 먼치킨최강 무적이라는 조어 히어로’를 내세워 최고 11% 시청률을 기록했다. 15일 전 세계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닭강정’해외명 ‘치킨 너깃’은 해외 매체 반응이 더 뜨겁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누구나 가깝게 느끼는 가족과 닭이라는 소재로 구성한 이 능청스럽고 바보 같은 이야기는 이 시대에 본 것 중 제일 예상치 못한 감동스러운 장면을 선사한다”고 극찬했다.

지난해 높은 인기를 끈 ‘힘쎈여자 강남순’의 인기 이후 ‘뇌빼드’ 스타일에 충실한 드라마가 이어지다 보니 ‘뇌빼드’도 진화하고 있다. 코믹한 속에도 진지한 의미를 넣는 것. ‘재벌X형사’처럼 그간 일관됐던 ‘부자-악’의 전형성을 뒤집어 버리는 것이다. ‘눈물의 여왕’에서도 ‘11년 전 도민준‘별에서 온 그대’ 김수현 역할이 돌아왔다’며 반기는 이도 상당하지만, 그 속에서 남녀 성역할의 전복도 엿볼 수 있다. 공희정 드라마 평론가는 “’뇌빼드’ 드라마는 통념을 벗어난 상황 설정 같지만, 결국은 약자에 대한 강자의 횡포를 타파하면서 즉각적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뇌빼드

’뇌를 빼놓고 봐도 되는 드라마’라는 뜻. 설득력 있는 개연성이 부족해도 말 그대로 생각없이 즐길 수 있는 드라마를 말한다. ‘막장’을 욕하면서 보는 콘텐츠라고 한다면 ‘뇌빼드’는 지속적으로 코믹한 상황을 만들거나 사건이 일사천리 전개돼 쾌감을 준다. 자극적 요소를 강화해 통쾌함을 폭발시켜 ‘도파민 드라마’라고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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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윤 기자 spic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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