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日아버지, 한국서 실종" 글의 놀라운 결말 [아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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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실종됐다.’ 이 소식을 들었을 때 A씨의 심정이 어땠을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그것도 경증 치매를 앓고 있는 70대 아버지가 타국에서 행방불명이 됐다면…. 글로 차마 표현할 수 없는 감정과 두려움이 A씨를 덮쳤을 겁니다. 그런 A씨가 기댈 수 있는 곳은 온라인뿐이었습니다. 비자를 발급받지 않아도,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클릭’ 한 번으로 국경 너머의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온라인 속의 세계. 지난 17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전해진 소식입니다. 일본인인 A씨는 이날 아주 간곡한 글을 엑스에 올렸습니다. 글은 번역 사이트를 활용한 듯, 어색한 한국어로 작성돼 있었죠. 내용을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74세인 아버지가 한국 여행 중 실종됐다. ▲15일 저녁 서울 시청의 한 호텔 인근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됐다. ▲아버지는 경증 치매 환자이다. A씨는 그러면서 이렇게 호소했죠. “여러분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관심이 필요하다는 A씨의 말은 으레 덧붙이는 형식적인 말이 아니었습니다. 아주 간절한 진심이 담긴 말이었죠. 아버지가 경증 치매를 앓고 있다는 것 외에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A씨에 따르면 아버지는 잠시 화장실에 들렀다가 실종된 터라 수중에 돈이 하나도 없었고, 평소 체력도 저하된 상태라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었습니다. 실종 사건이 모두 그렇다지만, 한시가 급한 상황이었던 겁니다. A씨의 글은 단숨에 국내의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로 퍼졌습니다. 사연을 접한 국내 네티즌은 마치 자신의 일처럼 A씨 아버지의 안전을 걱정했습니다. “날씨가 다시 추워진다는데 얼른 찾으면 좋겠다” “시청 근처면 서울역에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외국이라 말도 안 통할 텐데 내가 다 속이 탄다” “실종 경보 문자 받고 걱정했는데” 등 수많은 댓글이 달렸죠. 누군가의 아버지가 실종됐다는데, 국적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기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A씨의 아버지를 찾았다는 것이죠. A씨가 추가로 올린 글에 따르면 많은 네티즌이 아버지를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A씨에게 여러 정보를 전했던 듯합니다. A씨는 “글을 퍼뜨려 준 여러분, 정보를 준 여러분, 걱정해준 여러분, 조금 전에 경찰에서 연락이 왔다. 아버지를 무사히 찾았다”며 “인천 시내에 주저 앉아 있는 것을 경찰관이 발견했다”고 적었습니다. “깊이 감사드린다. 정말 감사하다”는 인사도 잊지 않았죠. 네티즌의 따스한 마음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를 찾았다는 A씨의 글에 네티즌은 수백개의 댓글로 함께 기뻐했습니다. 타인의 일에, 그것도 외국인의 일에 이렇게 공감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기뻐하는 네티즌이 아주 많았죠. “정말 다행이다”라는 댓글 뒤에는 “무사히 귀국하길 바란다”는 바람이 이어졌고, “얼마나 고생했을까”하는 위로도 달렸습니다. 이 훈훈한 결말에 미소를 짓고 있다면 그건 아마도 독자 여러분 역시 누군가의 평온을 진심으로 바랄 줄 아는 선한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살만한 세상’은 기적보다, 그런 소박한 마음들이 쌓이고 쌓여 만들어지는 것 아닐까요. A씨의 아버지가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어 정말, 다행입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국민일보 관련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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