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게 17억 원을 받아 도박 등으로 탕진해놓고도 또다시 도박자금을 빌리려고 1500여 차례나 연락한 20대 아들이 스토킹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5일 수원지검 형사3부정화준 부장검사는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상습도박 혐의로 A 씨를 구속기소 했다.
A 씨는 2023년 6월 14일부터 올해 2월 21일까지 1500차례에 걸쳐 문자나 전화 등의 방법으로 부친 B 씨를 스토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그는 이미 법원으로부터 B 씨에 대한 접근 및 연락금지 조치를 받은 상태였다.
당시 고등학생이던 A 씨는 홀짝 맞추기, 사다리 타기와 같은 단순 인터넷 도박에 손을 댔다. 그러던 중 “주식과 가상화폐를 하는 데 투자금이 필요하다”며 B 씨에게 돈을 빌리기 시작했다. A 씨는 B 씨를 속이기 위해 주식 투자로 돈을 번 것처럼 자신의 계좌를 캡처한 사진을 조작하기도 했다.
A 씨가 도박 중독에 빠진 것을 알게 된 B 씨는 2020년 초부터 아들의 돈 부탁을 거절했다. 그러자 A 씨는 1500여 건의 문자와 전화 등을 B 씨에게 하며 스토킹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B 씨가 주소를 바꾸고 자기 전화번호를 차단하자, 계좌로 소액을 송금하면서 메시지를 남기는 수법으로 돈을 달라고 요구했다. 이후 A 씨는 결국 스토킹 처벌법으로 신고당했고 법원으로부터 “아버지에게 연락하지 말라”는 잠정조치 및 접근금지 임시 조치까지 받게 됐다.
수사 결과 아버지가 아들에게 빌려준 돈은 무려 17억여 원에 달했다. A 씨가 2020년 초부터 지난해 6월까지 도박사이트 계좌에 입금한 자금은 약 26억 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 씨를 불구속 송치했지만, 검찰은 보완수사를 거쳐 A 씨의 상습도박 범행과 아버지에게 계속 연락을 시도한 사실을 밝혀내 법원으로부터 A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유관기관에 A 씨가 이용한 불법 도박사이트의 차단과 도박사이트 관련 계좌에 대한 지급 정지 등을 요청했다”면서 “도박 중독 치료와 예방을 위한 교육 자료를 제공하는 등 불법 인터넷 도박을 예방하기 위한 후속조치를 취했다”고 전했다.
김예슬 동아닷컴 기자 seul5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