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년생 공무원, 짝 찾아요" 수백명 몰려든 시내 중매공원[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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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년생 남성. 180cm. 주민등록지 상하이. 공무원이자 공산당원. 술, 담배 하지 않고 방 2개짜리 아파트와 자동차 보유. 학사 이상의 학력을 가지고 안정적인 직장에 근무 중인 86년생 이하의 여성을 찾습니다. 키는 160cm 이상이어야 합니다. #90년생 남성. 175cm. 주민등록지 상하이. 미국 명문대 졸업 후 글로벌 IT기업 근무중. 연봉 80만위안약 1억4650만원. 93년생 내외의 용모 단정하고 유학 경험이 있는 여성을 찾습니다. 키는 165cm 내외를 원합니다. 지난 2일 오전 10시35분쯤. 중국 상하이 인민공원에서 구혼 이력서를 살펴보던 94년생 여성 A씨가 걸음을 멈췄다. 공원에 여러장의 종이를 펼쳐두고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던 중매인이 곧바로 말을 걸었다. 어머니와 함께 공원을 찾은 A씨에게 생년월일, 주민등록지, 자가 소유 여부, 학력, 직장 등을 차례로 묻더니 곧바로 남자의 부모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다음은 물건을 사고파는 것처럼 조건 협의가 이뤄졌다. 상하이에 소유한 부동산이 없다는 A씨에게 중매인이 말한다. "남자가 푸둥에 방 두 개짜리 아파트가 있어요. 아마 부모가 집을 해주면 부양해주길 원하겠지만 괜찮을 거예요. 남자애 부모와 두어번 만나 봤는데 성실하고 좋은 사람이더군요." 그렇게 A씨의 중매가 성사됐다. 같은 시간 공원 한편에선 30대 남성 B씨가 여성들의 구혼 이력서를 살펴봤다. B씨는 중매인이 말을 걸자 어물어물 입을 뗐다. "주민등록지가 상하이긴 한데 조건에서 연봉이 좀 부족해요. 아직 직장을 잡은지 얼마 안 돼 연봉이 40만위안이에요" 중매인이 "우선 프로필 등록이라도 해보라"고 부추기자, B씨는 몇 번 거절하다 못 이기는 척 연락처를 건넸다.
이처럼 공원에서 결혼 상대를 찾는 일은 중국의 문화가 됐다. 중국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충칭, 우한, 심천 등 대도시의 공원에는 주말마다 맞선을 원하는 부모들이 몰려든다. 중국 결혼정보업체는 회원 가입을 하면 공원에서 무료로 프로필을 내걸어 주겠다면서 홍보를 하기도 한다. 중매인이 공원에서 프로필을 적은 종이를 내걸어주고 만남이 성사되면 소개료를 받는 식이다. 이곳에서 가장 중요한 조건은 후커우호적다. 후커우 제도는 중국에서 인구 이동을 관리하기 위해 시행되는 주민등록 제도다. 대도시의 후커우가 없으면 그곳에 살더라도 교육, 의료 등 공공 서비스 혜택을 대부분 받지 못한다. 대도시로 인구가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 후커우를 가진 남녀는 결혼시장에서 유리한 위치에 선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결혼은 선택이라는 인식이 퍼졌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22년 혼인신고를 한 남녀는 전년 대비 10.6% 감소한 683만5000쌍이었다. 1985년 831만3000쌍 이래로 가장 낮은 수치다. 초혼자 수는 1051만7600명으로 전년과 비교하면 9.1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초혼자가 1100만명 밑으로 떨어진 건 37년 만에 처음이다. 그럼에도 공원에서 결혼 상대를 찾는 사람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결혼 상대를 찾아온 몇몇 남성은 두세시간에 걸쳐 공원을 돌면서 프로필을 살피고 중매인과 대화를 나눴다. 사람들의 면면 만큼이나 구혼 이력서도 제각각이었다. 공원에 놓인 프로필도 직접 손으로 쓴 자기소개부터 자신의 프로필과 찾는 상대의 조건을 20여줄에 걸쳐 빽빽하게 써둔 것도 있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결혼 상대를 찾기 위해 공원에 와서 빈부격차를 느낀다는 한탄도 나온다. 상하이에 거주하는 30대 여성 C씨는 "상하이에선 수, 금요일엔 루쉰공원에서, 토, 일요일엔 인민공원에서 중매시장이 열린다"라며 "몇 번 가봤지만 대부분 상하이 후커우를 가진 사람을 원하고 월급이나 학력의 요구 수준이 너무 높아서 구경만 하고 돌아왔다. 나와는 다른 세상 이야기"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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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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