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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자살 사망자 수 역대 최고 전망…위기 못 느끼는 사회가 위기"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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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66회 작성일 24-10-24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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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전문의는 자살률 감소를 위해서는 예산 등 실질적 지원이 함께 따라와야 한다고 지적한다. 경희대병원 제공


“지난해 자살 사망자가 전년 대비 8.3%나 늘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점은 발표 이후 반응이 놀랄 만큼 조용하다는 것입니다.”



이달 초 발표된 ‘2023년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고의적 자해자살로 사망한 이는 1만3978명으로, 2013년 이후 가장 많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우리나라의 연령표준화 자살률은 10만 명당 24.8명으로 가장 높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가 이 위기를 더는 위기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올해는 더 심각하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은 2024년 자살 사망자 수가 우리나라에서 자살 사망자가 가장 많았던 2011년1만5906명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본다. 올해 7월 기준 누계 자살 사망자잠정치는 8777명으로 전년도의 8255명에 비해 이미 500명 이상 늘었다.



국내 자살 예방 정책과 제도 개선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온 의료인 중 한 명인 백 교수는 고 임세원 교수1971~2018와 함께 한국형 표준 자살 예방 교육 프로그램인 ‘보고 듣고 말하기’를 개발하고 확산시켰다. 그는 지난 10일 보건복지부 주관 ‘2024년 정신건강의 날’ 기념행사에서 국민 정신건강 증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근정포장을 수상했다.



백 교수는 “자살 예방을 위한 여러 제도가 마련되고 있지만, 실제로 이를 실행할 자원의 투입은 아직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죽음을 결심한 정신적 응급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자살 예방 구호가 아니라 현장에서 자살 위기에 놓인 이들의 손을 잡아줄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2011년 기록 1만5906명 넘을 가능성 크지만 사회는 조용…이제는 위기의식도 없어





-올해 자살률이 심상치 않다는 분석이 많다. 최근 통계가 이전과 다른 점이 있나?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2~3년이 자살 위험이 가장 크다고 경고해왔다. 재난이 발생하고 보통 2년 뒤 자살률이 높아지는 양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젊은층의 자살률이 빠르게 늘고 있다. 원래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10대의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 아닌 사고다. 우리나라에서는 2014년 세월호 사건을 제외하면, 10대의 사망 원인 1위가 줄곧 자살이었다. 20대와 30대도 마찬가지로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인 것은 지금 상황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학생들이 큰 피해를 봤다. 참고로, 지난해 10대 자살률은 10만 명당 7.9명으로, 전년7.2명 대비 10.4% 증가하며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10대 자살률은 2018년5.8명 이후 증가세로 돌아서 6년 연속 오르고 있다.



노인 복지 시스템이 어느 정도 갖춰지면서 노년층 자살률은 예전보다는 다소 줄어들었다. 그러나 베이비붐 세대가 노년층으로 진입하면서 자살률이 높아지지 않아도 자살자의 절대적 숫자는 늘어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노인 복지, 일자리 등 고령층을 위한 제도 정비가 자살률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금 우리는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자살 예방 제도 늘지만 예산 크게 부족 …적극적 대응 어렵다





-정부와 정치권이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다. 어떻게 보고 있나?



“지난해 11월 대통령실에서 정신건강 혁신 비전을 발표했고, 국회에는 자살 예방 포럼도 생겼다. 법적·제도적 측면에서 개선이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예산과 자원 투입은 미미하다. 미국은 2022년 7월, 코로나19 시기에 자살 예방 전화를 988로 통일하는 데 수천억원을 투입했다. 단순히 전화번호를 통합한 것뿐만 아니라 통제센터 설립, 교육 강화, 고위험군 발견시 방문 요원 투입 등 정신 응급 구조 시스템을 구축했다. 자살 위기에 처한 사람이 전화를 걸면, 전화로 끝내지 않고 집까지 찾아가 돌보고 자살을 예방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109번으로 자살 예방 상담 전화를 통일했지만, 예산이 늘지 않았다. 번호가 통합되면서 상담전화는 50% 정도 증가했는데 인력은 그대로니 적극적인 대응이 어렵다. 자살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찾아가서 돌보는 인력을 더 배치해야 한다.



대만의 경우 자살 시도자가 발생하면 경찰과 소방 당국이 시도자를 무조건 응급실로 이송하고, 이후 지자체 자살 예방 센터에서 일주일 이내에 사례 관리자가 방문한다. 우리나라도 이 제도를 벤치마킹했다. 법 개정을 통해 비슷한 제도가 도입됐다. 그러나 예산이 부족해 인력이 새로 투입되지 않으면서 실질적인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자살 위기에 처한 이들은 자신의 문제를 모두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점진적으로 도움을 받으며 절망감이 희망으로 전환될 수 있다. 의료진, 상담사, 지자체 사례관리자 등 여러 사람이 개입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런 팀 기반 접근이 여전히 어렵다.”





“대만의 ‘정신건강 휴가 제도’ 효과 인상적”





-다른 나라의 자살 예방 시스템 중 눈여겨볼 만한 것이 있다면?



“덴마크와 일본 같은 나라들은 자살 예방 클리닉을 운영하며 지역사회별로 자살 위험군을 관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본 아키타현에서는 ‘안녕히 주무셨습니까?’라는 캠페인을 통해 노인들의 수면 문제를 다루면서 자살률을 크게 줄였다. 지자체장이 앞장서서 다양한 부서가 자살 예방을 위해 협력한다. 대만에서는 청소년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멘탈 헬스 데이’라는 정신건강 휴가 제도를 도입해 우울증과 자살 예방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처럼 자살 예방을 위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커뮤니티 케어 시스템 도입이 더욱 적극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



-자살 위기에 처한 사람이나 그들의 가족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자살 예방을 위해 가장 좋은 것은 위기에 처한 사람이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다. 그러나 절망에 빠진 사람은 도움을 청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자살 예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살 경고 신호를 주변 사람들이 인지하고 대응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자살 위험에 대해 ‘설마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누구나 연속된 스트레스를 겪으면 자살 위험 상태에 빠질 수 있다. 보고, 듣고, 말하는 방식으로 자살 경고 신호를 인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주변에서 자살 위기에 처한 사람의 신호를 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필요한 경우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특히 우울증은 매우 흔한 질환으로, 우울증 환자의 3분의 2가 자살을 생각한다고 알려져 있다. 자살은 복합적인 문제로 발생하며, 이를 예방하려면 개인, 가족, 사회 모두가 함께 나서야 한다. 커뮤니티 기반의 자살 예방 시스템을 구축하고 우울증이나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것이 필요하다.”



윤은숙 기자 sug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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