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 "더 이상 참지 않아" 4년 성폭행 피해자의 용기 > 사회기사 | society

천안=뉴스1 이시우 기자 = 아무도 모르게 덮어놓았다. 들춰보지 않으면 누구도 모를 일이었다. 또다시 협박 문자가 날아오기 전까지는 그랬다.

A 씨는 고등학생 때부터 수년 간 성폭행을 당했지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피해는 A 씨가 고등학교 2학년이던 지난 2017년 시작됐다. 가해자는 통학버스를 운행하던 친구 아빠 B 씨55였다. 1학년부터 B 씨의 통학버스를 타고 등하교해 고민도 얘기할 수 있는 사이였다.

B 씨는 진학 문제로 고민하는 A 양에게 자신이 아는 교수를 소개해 주겠다며 자신의 사무실로 데려갔다. 그는 "소개를 시켜주려면 알몸 사진이 있어야 한다"며 문을 잠그고 성폭행했다. A 양의 저항은 힘이 없었다.

B 씨는 범죄를 저지르고도 당당했다. "이 사실을 말하고 다니면 사진을 뿌리겠다"며 협박했다. 겁 먹은 A 양은 B 씨의 위력에 속수무책이었다. A 씨는 대학생이 됐지만 피해는 4년 간 계속됐다.

마지막 피해를 본 지 8개월이 지난 2022년 2월 B 씨는 A 씨의 나체 사진을 또다시 보내 협박했다.

수년 간 피해를 감내했던 A 씨는 더 이상 참지 않았다. 기억을 되짚어 그동안 당한 피해를 정리했다. 변호사를 선임해 가해자를 고소했다.

수사기관은 A 씨의 진술을 토대로 B 씨를 구속 기소했지만 B 씨는 억울해 했다.

B 씨는 법정에서 "A 양이 사무실에서 아르바이트하며 나체 사진을 찍고 있어 훈계했다"거나 "모텔에 갔지만 밖에서 얘기만 했다" "성관계를 한 적이 전혀 없다"며 범행을 부인했다.

나체사진을 A 씨에게 전송한 이유에 대해서는 "휴대전화 사진첩을 정리하다 깜짝 놀라 전송했다"고 변명했다.

피해자의 진술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지만 재판부는 피해자의 휴대전화 타임라인과 수사 담당자, 관련자들의 증언 등을 꼼꼼히 따져 A 씨의 진술 신빙성을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어린 피해자는 법정에 2차례나 출석해 눈물을 흘리며 잊고 싶었던 기억을 되살려 진술해야 하는 등 수치스럽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야 했지만 피고인은 터무니 없는 변명으로 피해자의 인격과 명예를 훼손하기도 했다"며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B 씨는 항소심에서도 "목숨이 끊어져도 무죄"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B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도 B 씨의 상고를 기각해 1심이 선고한 징역 15년형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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