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밀양 가해자로 오인된 김씨의 배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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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백 주장한 진정인 아내 손편지로 심경 전해... "아이가 자라서 아빠 사진 본다면....이번엔 꼭 바로잡겠다"
[유지영 기자]
"지금은 우리가 지켜야 할 아이가 있습니다. 저희 아이가 자라서 밀양 사건과 관련한 아빠의 사진을 발견한다면...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아픕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반드시 바로잡아야겠다라는 생각입니다." 2004년 밀양 성폭력 사건 가해자로 얼굴 사진과 이름 등이 공개된 이들 9명이 "사건과 전혀 무관한 사람"이라면서 지난 23일 유튜버와 블로거들을 명예훼손으로 처벌해달라는 진정서를 밀양경찰서에 집단으로 제출했다관련기사: [단독] "밀양사건과 무관, 죽어야 끝나나"... 피해자 9명 집단진정 https://omn.kr/295tz. 이 중 김아무개38씨 등 3명은 진정 접수 후 밀양경찰서 인근에서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2시간 동안 그간의 심경을 토로했다. 피해자들은 2004년 싸이월드 등에 올린 단체 사진이 밀양 성폭력 가해자 단체 사진으로 둔갑했고 자신들의 무고함이 방송사 뉴스 등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는데도, 최근에도 TV의 범죄 프로그램에도 실렸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기자에게 증언하면서 억울함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 자리에 동석한 김씨의 배우자 김아무개38씨는 인터뷰가 끝난 뒤 "말주변이 없어 편지로 대신 전한다"라면서 4장의 손편지를 기자에게 전했다. 김씨의 편지가 그간의 상황을 잘 전하고 있다고 보여져 본인 동의를 받아 일부 공개한다. "TV 범죄 프로에도 잘못된 사진이... 이번엔 반드시 바로잡아야겠다 생각"
김씨는 편지에서 2004년 당시를 회상하면서 "저 또한 밀양에서 초중고를 졸업했고 당시 기억은 굉장히 충격적인 사건이었기에 또렷이 기억이 납니다. 언론 보도 후 또래들 사이에서 가해자 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었지요. 저는 남편과 같은 학교 출신도 아니고 당시에는 친분이 없었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 역시 문제의 사진을 보고 가해자로 알려진 무리와는 접점이 없어 보였던 친구들이기에당시에는 다모임, 세이클럽, 싸이월드 등 소셜네트워크가 또래들 사이에서 굉장히 유행이었기에 또래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모여 노는 친구들 무리들을 대부분 알 수 있었습니다 남편과 같은 학교였던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본 기억이 정확히 납니다. 친구는 절대 사실이 아니며 지금 싸이월드 테러로 학교 전체가 난리이며 같은 학교 학생들을 다 범죄자 취급하고 악플이 달리고 있다고 알려주었습니다"라고 글을 이어갔다. 김씨는 "남편은 사진이 유포될 당시 너무나도 놀라고 무서웠지만 당시 속해있던 사회의 전부였던 학교에서 무고함을 먼저 알아주었기에 안심했고 아주 다행히도 해당 사진이 허위였다는 뉴스 보도가 되면서 일단락 되었습니다"라면서 "그 이후 가끔 해당 사건이 이슈가 될 때 사진이 조금씩 올라온다는 걸 알고 불쾌했지만 심각함을 느끼기 전에 사그라들어 어떤 대응은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사실 정말 사건과 관련해서는 떳떳했기에 그러한 허위 글들을 깊게 들여다 보고 살지 않아서 이렇게 심각하게 퍼져 있는지는 몰랐습니다. 무지했고 안일했습니다"라고 적었다.
특히 김씨는 한 케이블의 범죄 프로그램에 밀양 성폭력 사건을 다루면서 자료 사진으로 남편이 포함된 사진을 썼다는 사실에 큰 상처를 받았다고 했다. 김씨는 "최근에 발견하고 가장 상처받고 심각하게 느껴진 것은 유튜버나 블로거들이 퍼나르는 글이나 댓글보다 <알쓸범잡2> 라는 방송에서 나온 밀양 사건이었습니다. 이미 방송이 된지 2년이나 지났는데 이제서야 알게 되었네요"라고 했다. 이어 "유명한 방송인들이 MC를 보는 공신력을 가진 방송에서조차 이 사진이 가해자 사진이라며 자료화면으로 쓰인 것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쉽게 모자이크 없는 사진을 웹에서 볼 수 있습니다. 남편을 충분히 오해하고 확신하겠구나 싶었고, 언론이 진실보다 재미를 쫓는 네티즌의 힘을 이길 수가 없구나 라는 무력감이 듭니다"라고 전했다. 피해자 9명은 해당 사진을 삭제해 달라고 지난 17일 방송통심심의위원회에도 민원을 제출했다. "진짜 가해자들, 사진 속 무고한 친구들 뒤에 숨어서..." 그는 사건을 대응하는 과정에서 왜 지금까지 가만히 있었느냐라는 반문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에 김씨는 "당시에는 학교가 사회생활의 전부이니 문제가 안 되었겠지요. 좀 시간이 지나서 20대에는 나 하나만 참으면 되는 일이었겠지요. 그러나 지금은 우리가 지켜야 할 아이가 있습니다"라고 썼다. 그는 "저는 저희 남편을 인간으로서 그리고 아이 아빠로서 존경합니다. 그만큼 선하고 반듯한 사람입니다. 저희 아이가 자라서 밀양 사건과 관련한 아빠의 사진을 발견한다면...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아픕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반드시 바로잡아야겠다라는 생각입니다"라고 심경을 전했다. 김씨는 "당시 일부 밀양 시민들의 반응들 때문에 피해자에게 더 큰 상처를 준 일도 밀양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부끄럽고 개탄스럽습니다"라면서 "사건의 진짜 가해자들은 죄없는 친구들이 누군지 그 누구보다 정확히 알고있을 텐데 허위 유포된 명단이나 사진 속 무고한 친구들의 뒤에 숨어 본인도 아닐 수 있겠다 생각해주겠지? 하며 당당하게 살고 있었을까요"라고 전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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