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꿈꿨던 배드민턴 꿈나무들…음주차 사고 트라우마로 고통 > 사회기사 | society

광주=뉴스1 최성국 박지현 기자 = "어린아이들이 무슨 죄입니까."

지난해 4월 27일 오후 8시 14분쯤 경북 청송군 파천면의 편도 1차선 도로에서 굉음이 울렸다. 당시 1톤 트럭을 몰던 70대 운전자는 중앙선을 넘어 정속 주행 중이던 승합차를 들이받았다.

승합차에는 광주 한 초등학교 배드민턴부 선수단 소속 초등학생 6명과 코치 1명이 타 있었다.

학생들은 경북 청송에서 개최된 전국 단위 배드민턴 대회를 마친 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사고를 당했다. 곤히 잠들어 있던 학생들은 안전벨트 덕분에 생명을 건졌지만 중경상으로 병원에 실려갔다.

사고 당시엔 초등학생 선수단의 사고 소식만 알려졌으나 추후 이뤄진 경찰 조사에선 트럭 운전자가 음주운전을 하다가 중앙선을 침범하는 사고를 낸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트럭 운전자는 이 사고로 사망했고,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

사고일로부터 1년 6개월여가 지난 현재, 당사자들은 여전히 사고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촉망받는 배드민턴 선수인 A 양13은 이 사고로 중상을 입었다. 다리와 갈비뼈가 골절됐고 안전띠를 맨 부위에는 깊게 쓸린 화상자국이 남았다. 전치 12주의 중상이었다. A 양은 약 2주 전에도 서울의 한 병원에서 내부 출혈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A 양은 상태가 호전되자마자 또래 선수의 안부를 물으며 걱정했다.

그는 당시의 사이렌 소리, 구급대원들의 모습, 구급차에 실려가는 또래 선수들의 모습이 생생하다고 했다.

A 양은 재활 치료를 받는 지금도 국가대표 배드민턴 선수이 되겠다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문제는 후유증이다. 그는 운동할 때마다 무릎 통증에 시달리고 일상생활을 하다가도 장이 꼬여 긴급처치를 3번이나 받아야 했다.

A 양은 심각한 후유증에도 피나는 노력 끝에 최근 체육중학교 진학을 위한 능력평가에서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

전치 4주에서 최고 14주의 중상을 입은 다른 학생들도 운동선수가 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오랜 기간 사고 치료와 재활 치료를 견디고 있다.

불의의 사고로 피해를 입은 건 승합차를 운전했던 코치 B 씨도 마찬가지다. B 씨는 당시 안전벨트를 맨 쪽으로 갈비뼈 7개가 골절됐다.

B 씨는 현재까지도 운전대를 잡지 못한다. 학생을 가르치는 일도 현재는 휴직 상태다. 어깨도 근육 출혈이 많아 회복은 더디며 현재까지 재활을 받고 있다. 몸도 몸이지만, 책임교사로서 아이들의 부상에 자책하고 있다.

B 씨는 "아이들이 모두 각자 치료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체대생을 꿈꾸던 선수 2명이 결국 불합격됐다"며 말끝을 흐렸다.

피해자들이 바라는 것은 일상으로의 복귀다. 그러나 음주 사고 당사자가 사망하고 후속 대책의 부재는 이들의 회복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A 양의 아버지는 "선수단 애들이 전국 1~4등 안에 드는 상위권이었는데 사고 후 순위가 꼴찌로 밀렸다"며 "음주 운전한 가해자도 사망했기에 벌을 물을 수도 없다"고 한탄했다.

교육청 차원의 사후대책도 미비했다는 게 A 양 아버지의 설명이다. 그는 "교육청은 시민들이 모은 후원금을 중간에서 전달한 후 할 만큼 했다고 한다"며 "학교안전공제회와 감독 부재 등 법적 문제에 대해선 법률적 조언을 줄 담당자를 소개해 주겠다는 식"이라고 했다.

당시 광주시배드민턴협회는 교통사고 피해를 입은 초등학생 선수단을 위해 시민들로부터 성금을 받았다. 후원에는 안세영 선수를 비롯해 배드민턴 동호인들이 십시일반 참여했고 협회는 지난해 7월 시교육청에 성금 1442만 원을 전달했다.

재활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도 일부 지원에 그쳤다. 현재 A 양은 재활에 들어가는 비용을 개인보험으로 처리하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심리치료와 보충수업을 제공하고 광주시체육회 산하 스포츠과학연구원의 협조를 얻어 일부 비용을 지원했다"며 "해당 사고는 음주 운전사고로 가해자가 명백하기에 직접 보상을 받아야 하며, 교육청 차원의 지원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war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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