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도시락 6만5000원?"…20대 예비신부 결국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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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등 지자체 공공예식장 사업 확대 추세
예비부부들 "저렴하지 않고, 단점 많아" 지적
"사설 업체와 견줄만한 경쟁력 있어야"
예비부부들 "저렴하지 않고, 단점 많아" 지적
"사설 업체와 견줄만한 경쟁력 있어야"
서울시 북서울 꿈의숲 공공예식장 전경. /사진=독자 제공
"돌고 돌아 결국 사설 예식장을 택했습니다. 포기해야 할 요소보다 월등히 저렴하단 느낌이 들지 않았습니다."
내년 9월 결혼을 앞둔 20대 예비 신부 이모 씨는 공공예식장을 알아본 후기를 전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씨는 "괜찮은 공공예식장을 발견하면 하객 수용인원이 부족했다. 조건에 맞는 공간은 희망하는 위치가 아니었고, 시설이 노후했다"며 "차라리 사설 예식장의 비수기 시즌을 노리는 것이 가격적으로도 합리적이었다"고 푸념했다.
코로나19 이후 치솟은 결혼 비용과 불경기 등의 여파로 예식 비용을 아끼려는 알뜰 예비부부가 늘고 있다. 이에 각 지자체가 예비부부의 결혼식장 예약난과 비용부담을 덜기 위한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공공예식장 사업도 주목받고 있다. 각 지자체 소유의 공간을 저렴하게 개방하는 사업이다.
다만 이를 이용하려는 실제 예비부부들은 제약에 비해 가격적 혜택이 높지 않다고 꼬집었다. 일부 공공예식장의 경우 피로연 식사를 도시락으로만 제공해야 하는 등 제약이 많다는 설명이다. 이에 공공예식장이 사설 업체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려면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시락 식대 6만5000원…"저렴하지 않네"
/자료=서울마이웨딩
공공예식장 사업을 가장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는 지역은 서울이다. 시내 25곳의 공공예식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자체 웹사이트 서울마이웨딩을 통해 표준 가격표와 실시간 예약 현황을 공개하고 있다.
서울시 공공예식장의 표준가격안에 따르면, 하객 100명을 기준으로 한 예식 비용은 최소 959만~1321만원 수준이다. 꽃장식을 조화로 할지, 생화로 할지 등 세부 품목에 따라 가격이 상이하다. 여기에 하객을 추가할 경우 1인당 5만~6만5000원의 식대를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하객을 200명 수준으로 증원하면 500만~650만원이 추가로 드는 구조다.
공공예식장의 공식적인 대관료는 무료 혹은 50만원 내외다. 올해 2월 결혼정보업체 듀오가 지난 2월 발표한 결혼비용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2년 내 결혼한 신혼부부 1000명의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를 제외한 평균 예식홀 대관 비용은 1283만원이었다. 전국 예식장 비용 중에서도 서울시 가장 비싸다는 점을 고려하면 서울시 공공예식장이 합리적 가격으로 보이나, 대관료 무료라는 슬로건 대비 싸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공공예식장의 경우 사설 예식장에 비해 제약이 따른다. 100명 안팎의 최대 하객 수용인원과 도시락 형태의 피로연 음식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 공공예식장 중 인기가 높은 식장인 북서울 꿈의숲의 경우 올해는 피로연 식사로 출장뷔페 형식의 케이터링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었지만, 내년부터는 도시락만 가능한 형태로 변경됐다. 서울번동창녕위궁재사라는 문화재 내부에서 진행되는 탓에 본래 음식물 반입이 어려운 곳이기 때문이다. 다만 도시락을 택한다고 해도 식대는 5만~6만5000원으로 동일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뷔페형 케이터링 서비스와 도시락의 음식 수준에는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해당 예식장을 알아보다 결국 다른 곳으로 택했다는 예비 신부 정모 씨는 "수도권의 사설 예식장에서도 뷔페형 식대가 6만원대인 곳을 찾을 수 있다"며 "도시락밖에 제공할 수 없다면 외부 식당과 연계할 수 있는 선택지를 제공하거나, 차라리 답례품이라도 추가로 준비할 수 있도록 값이 저렴해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저렴한 대신…"신청 복잡하고 시설 노후"
의왕시 공공예식장의 자료 사진. /사진=경기도 공공누리
예비부부들 사이에선 그나마 서울시는 예약이 편리하고, 식장이 많고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편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시를 제외한 타지역의 공공예식장은 시설이 지나치게 노후하고, 예약 과정부터 까다롭다는 설명이다.
현재 경기도에서 운영하는 공공예식장은 10곳에 불과하며, 심지어 경기 북부에는 고양시 1곳뿐이다. 이조차 공간을 대여하려면 공공시설 사용허가 신청서, 공공웨딩홀사용계획서, 안전관리계획서 등을 제출해야 하는 등 대여 과정이 복잡하다. 의자 등의 비품 대여, 꽃 장식 업체도 연계된 업체가 없어 예비부부가 직접 구해야 한다. 각 예식장의 사진은커녕 대여 방법조차 나와있지 않은 곳도 허다하다.
서울의 한 공공예식장 예약현황. 내달 예약 일정이 1건도 없는 모습이다. /사진=서울마이웨딩
경기도 생활권자인 이 씨는 예약 조건에 대해서도 짚었다. 그는 "전국 각지에서 친척이 올라오는 행사인 만큼 경기도 생활권자여도 교통이 편리한 서울 예식장을 희망하는 예비부부들이 많다"며 "서울시 공공예식장 홈페이지를 보니 예약이 텅 비어있는 예식장도 많던데, 비용을 조금 더 지불하고서라도 경기도 생활권자도 예약이 가능하다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다만 현장 방문을 통해서만 정확한 가격을 알려주거나 예식 시기별로 가격 편차가 커 사업자-소비자 간 정보의 불균형이 심해 깜깜이 비용으로 지적됐던 부분은 공공예식장 사업을 통해 해결됐다는 긍정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공공예식장이 가격표를 전면 개방하면서 기존의 사설 업체들 사이에서도 자정 효과가 나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시 공공예식장의 활용 건수도 증가세다. 서울시 공공예식장에서는 지난해부터 지난달까지 총 92쌍이 결혼식을 올렸는데, 내년에 이미 130쌍의 결혼식이 예약된 상태다.
김시월 건국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재직 중인 기업과 연계된 예식장, 대학교 동문회관 등에서 예식을 치르려는 움직임이 늘었다. 이는 예비부부들 사이에서도 가성비 웨딩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는 의미"라며 "지자체가 단순히 공간을 빌려주는 것에 그치지 말고 기존 사설 웨딩 업체와 협력하는 방식으로 공공예식장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가격 면에서도 사설 업체보다 훨씬 저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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