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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샤워 대실로 버틴다…단풍객 몰려와도 설악동은 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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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71회 작성일 24-10-22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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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단풍이 절정인 설악산은 방문객 발길이 끊이질 않지만, 정작 인근 상권은 유령도시가 된 지 오래입니다.

찾는 사람 없는 숙박업소들은 샤워 대실이라는 궁여지책으로 버티고 있는데, 망가진 설악동 상권, 밀착카메라 이가혁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단풍철엔 평일에도 북적이는 설악산 국립공원.

입구와 가까운 강원도 속초시 설악동 B지구 주차장은 차 댈 곳이 없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조금만 눈을 돌리자 상황은 달라집니다.

방금 보신 차가 가득했던 주차장에서 조금만 걸어 올라오면 이 빨간 벽돌 건물이 나옵니다.

유리창이 잔뜩 깨져 있어서 이게 무슨 건물인가 궁금해질 정도인데 저 간판을 좀 비춰주시죠. 모텔이었다는 걸 알 수가 있습니다.

이렇듯 이 주변에 폐업한 상태로 이런 상태로 방치된 숙박업소 건물이 상당히 많다고 합니다.

멀리 떨어진 설악동 C지구쪽은 상황이 더 심각합니다.

대형 버스 주차장 바로 옆에 있는 2층짜리 아케이드 상가입니다.

2천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특히 이런 단풍철에는 손님들이 끊이질 않았다고 하는데 지금은 모두 다 폐업하고 이 1층짜리 식당 한 곳만 영업을 간신히 하고 있습니다.

그나마도 주말에 한두 그릇 파는 게 전부라고 식당 주인은 하소연하고 있습니다.

2층으로 올라와 보시죠. 이곳에도 청소년 단체 손님들을 위한 레크레이션 업체, 아이스크림 가게 그리고 노래방 등이 즐비했는데 지금은 이렇게 말 그대로 폐허가 된 상태입니다.

이 아케이드 상가 소유주가 18명으로 나눠져 있어서 재개발을 하는 것도 추진하는 것도 쉽지가 않은 그런 상황이라고 합니다.

[주변 상인 : 누가 전에 한 번 와서 여기 영화 찍는 데인 줄 알았다라는 거야. 1960년대 영화. 뭐 저렇게 해놓고 뭔 장사를 하냐 막 이러면서 그래요.]

당일치기 관광객이 늘었고, 속초 시내에 더 가성비 좋은 호텔이 많아졌습니다.

[관광객 : 이런 숙소는 안 묵죠. 못 묵죠. {저기 15분만 가면 바닷가 속초에 호텔이 많은데.} ㅍ그러니까 거기랑 차별화해야 해요. 제 얘기는 여기는 목조 주택으로 해서 산 밑에 그런 집 있잖아요. 예쁘게. 유럽에 가면 많잖아요.]

손님이 끊기니, 관리할 돈이 없고, 그렇게 상권 전체가 망가졌습니다.

속초시에 따르면 설악동 내 숙박업소 80곳 중 영업중인 곳은 단 30곳.

그나마도 주말 장사가 대부분입니다.

일부는 살아남기 위해 샤워 대실 이라는 변종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하산한 사람들에게 5천원에서 1만원 정도 받고 빈 방에서 샤워만 하게 해주는 겁니다.

직접 가보니, 입구부터 정상 영업을 한다고 보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제가 등산객을 대상으로 1인당 1만 원을 받고 샤워 대실이라는 걸 해준다는 숙소에 왔는데요.

숙소 상태를 좀 보여드리겠습니다. 여기 보면 이렇게 쓰레기가 그대로 방치가 돼 있고요.

휴지통도 마찬가지입니다. 전혀 비워지지 않은 상태고요.

또 밑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이 먼지가 쌓인 바가지도 보입니다.

샤워 타올도 누군가 사용한 상태 그대로 이렇게 방치가 돼 있고 비누도 이렇게 그냥 방치가 되어 있네요.

또 다른 숙박업소.

여긴 샤워 대실 요금이 5천원이었는데, 천장이 다 뜯겨나간 방에 딸린 욕실이었습니다.

최근엔 주변 식당들도 밥 먹은 손님은 식당에서 샤워 가능 이란 식으로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주변 상인 : 저 위 식당에서 임의로 샤워 시설을 해놓고 된장찌개나 밥을 팔면서 무료로 지금 또 운영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그나마도 못하는 거죠.]

수학여행과 신혼여행까지, 1980~90년대 설악동은 밤이 되면 오히려 더 화려했습니다.

지금이 저녁 식사 시간입니다.

그나마 이 대로변에 있는 식당들은 불을 켠 곳이 있지만, 오가는 손님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한 블록만 안쪽으로 들어오면요.

가로등이 아니고 불을 켠 상점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건어물 가게도 문을 닫은 지 오래라고 하고요.

더 안쪽에 있는 치킨집, 호프집, 노래연습장 모두 오래전에 문을 닫은 채 그대로 방치가 된 상태입니다.

마치 유령 도시에 온 그런 기분까지 들 정도입니다.

설악동 상권을 살리기 위해 지난 7월 속초시는 100억원을 들여 스카이워크와 출렁다리를 만들었습니다.

[주변 상인 : {저기 스카이워크가 상권에 도움이 되나요? 어떤가요?} 상권에 거의 도움이 안 되죠. 상권에는. 왜냐하면, 숙박을 여기서 안 하고 식사를 안 하고 해봐야 아이스크림, 음료수 사 가는 것 정도.]

흉물로 방치된 건물 수십 동을 정리하는 게 시급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건물주와 연락이 안닿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속초시청 관계자 : 건물 주인 중에 아예 한국에도 안 계시는 분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과연 설악동은 오래 머물고 싶은 관광지가 될 수 있을까요?

아니면 한때는 번창했던, 하지만 지금은 시대를 못 따라간 낡은 관광지로 끝나게 될까요.

분명한 건 이렇게 흉물처럼 방치된 건물이 늘어갈 수록 악순환의 늪은 더 깊어진다는 사실입니다.

[작가 강은혜 / VJ 장준석 / 영상편집 김영선 / 취재지원 홍성민]

이가혁 기자 gawang@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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