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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아내린 벌집 밀랍…양봉 38년차 남편도 처음 봤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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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71회 작성일 24-10-21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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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막 소식 174일-175일차] 겨울철새들이 모여드는 금강, 그리고 기후위기

[박은영 기자]

quot;녹아내린 벌집 밀랍…양봉 38년차 남편도 처음 봤데요quot;
금강을 찾아오는 오리가족들
ⓒ 임도훈

"청둥오리다!"


물이 빠지면서 어디에 있었는지, 건너편 모래섬에 꽤 많은 오리들이 앉아 쉬고 있다. 얼가니새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사무처장는 기온이 떨어지고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새들이 많이 보여 탐조하기 좋은 시기라고, 천막농성장에 오면 안내하겠다고 큰 소리 쳤다.

이제 청둥오리, 쇠오리, 원앙 등 겨울철새들이 금강으로 모이기 시작한단다. 알고보면 금강은 오리배 수상레포츠 천국이 아니라, 진짜 오리들의 천국 이다. 이런 것이야 말로 진짜 관광자원인데, 가짜 오리배를 띄우려는 세종시가 안타깝다.

세찬 바람이 갑자기 반갑게 느껴진다. 겨울이라는 새로운 계절에, 천막농성장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알아갈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된다. 금강이 흐르고 있어 가능한 일이다.

세찬 바람이 몰려와도 천막농성은 계속된다

천막 보수작업 중인 나귀도훈과 뱅기선배
ⓒ 박은영

나귀도훈보철거시민행동 상황실장과 뱅기선배오마이뉴스 김병기 기자가 일요일 아침부터 바쁘다. 바람이 어찌나 센지 천막이 훌쩍 들려서 뒤집히려고 해서 고정하고 단단히 붙들어 매두는 작업을 해야했다. 강변의 큰 돌을 주워다가 천막을 단단히 붙잡고, 흙을 퍼서 천막 아래를 단단히 여며본다. 돌을 괴어 단단히 잡아놓으니 마음이 놓인다.

지난 19일, 대전 대덕구 미호동에서 양봉업을 38년간 해 온 주민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가 점점 드러나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기온이 급작스럽게 추워지거나 더워지면서 벌들의 개체수가 계속 줄어들어요. 벌들이 줄어들 때마다 가슴에 구멍이 난 것 같지. 지난 여름엔 너무 더웠잖아요, 따갑게 더웠잖아. 세상에 벌집 밀랍이 녹아내린 걸 봤는데 가슴이 철렁했어요. 우리 남편도 이 일 38년 했는데 처음 본다고 해요."

금강 옆에서 천막농성만 해도 예상치를 넘어서는 비와 절기를 넘어온 폭염에 무너진 계절의 경계와 예측할 수 없는 기후를 절절히 느끼고 있다. 이번 겨울은 겪어보지 못한 추위가 올 거라는 예측들에 시민들은 기후위기를 절감하고 있기도 하다. 기후위기가 절박한 삶의 현실이 된 양봉업 주민의 모습과 강물을 가두고 정원박람회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단식까지 하는 세종시장의 모습이 겹쳐지는 건 왜일까.

금강을 찾는 이들… 우리가 함께 쓰는 역사

천막농성장을 방문한 환생교 선생님들
ⓒ 보철거시민행동

지난 19일, 여수, 대구, 세종, 서울 등 전국 각지에 있는 선생님들로 구성된 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이하 환생교에서 천막농성장을 지지방문 했다. 세종보 재가동과 물정책 상황을 듣고 현장을 돌아보았다. 지난 20일은 기후교회에서 15여명의 신자들이 천막농성장을 지지방문하고 함께 예배를 드렸다. 기후교회는 기독교 신자들이 생태학살 현장을 다니며 한 달에 한 번 예배로 연대하는 모임이다. 세종보, 공주보를 찾아가 죽어간 생명들을 위로하고 묵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기후교회 참가자들에게 공주보 백제문화제 대응활동 설명 중인 모습
ⓒ Sunny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요?"

현장을 찾은 이들 모두 안타까운 마음에 무엇을 같이 해줄 수 있을까를 물었다. 전국 각지에서 생명을 학살하는 이런 범죄가 일어나고 있다고 알리는 목격자, 증인이 되어달라고 요청했다. 강이 살아있는 생명임을 공감하는 선생님들이, 기후위기를 걱정하고 생명의 파괴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기독교 신자들이, 참혹한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과 강의 생명들에게 희망을 채워줄 것이다.

천막농성장에 다녀간 너구리 발자국
ⓒ 임도훈

"어우 춥다!"

비가 한 번 지나가자 기온이 뚝 떨어져 바람이 제법 매서웠다. 지난 18일에 쏟아진 비에 농성장 주변에 차올랐던 물들이 일요일 오전이 되니 다 빠져있었다. 강가에 내려가니 추위가 단번에 느껴졌다. 갑작스런 가을 강우에 잠깐 천막을 비운 사이, 너구리들이 앞마당까지 다녀간 흔적이 보였다.

물이 차고 빠져나가면 이곳 자갈밭과 모래섬들은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어 있다. 비록 정성스럽게 쌓아올린 돌탑들이 모두 무너지긴 했지만, 새롭게 이사온 돌들로 또 탑을 쌓아올리면 될 일이다. 이렇게 비가 오고 쓸려가는 일들이 반복된 수많은 세월들이 바로 이 강변에 남아있는 것이라 생각하니 이 공간이 또 새롭게 보인다.

지금 우리 건너편에 있는 모래섬도 어쩌면 수만년 전에 누군가 쌓아올린 돌탑이 깎이고 깎여서 만들어진 모래일 수 있다. 금강 곁에 서서 매일 그 역사를 지켜보고 있다. 살아있는 금강의 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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