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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 응급실 뺑뺑이…신고 7시간 만에 수술했지만 끝내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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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22회 작성일 24-10-16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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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학 병원 응급실에 구급차가 대기하고 있다. 사진은 본문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한수빈 기자

서울의 한 대학 병원 응급실에 구급차가 대기하고 있다. 사진은 본문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한수빈 기자



“아빠는 평소 지병이 없고 건강했어요. 말로만 듣던 응급실 ‘뺑뺑이’로 아빠가 돌아가셨다니 아직도 믿기질 않네요. 가슴이 아프고 억울합니다.”


지난 9월 5일 경남 거제 조선소에서 일하는 박동원씨가명·54는 평소처럼 웃으며 일터로 떠났다. 딸 이슬씨가명·25는 여느 때처럼 출근 인사를 건넸다. 그날이 아빠의 마지막 출근이 될 줄은 몰랐다.

그날 오후 8시 박씨는 퇴근길에 갑작스레 복통을 호소했다. 동료의 차를 타고 가까운 A병원을 찾아 진통제를 맞았다. 병원은 CT컴퓨터단층촬영와 엑스레이, 피 검사를 진행한 뒤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내렸고 박씨는 그 길로 귀가했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온 박씨의 상태는 악화됐다. 딸 이슬씨는 아버지가 내원했던 A병원 응급실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하고 혹시 진통제 부작용이 아닌지 물었다. 병원에서는 직접 와봐야 알 수 있다고 했고, 새벽 3시 가족들은 119 구급대를 불렀다.

박씨를 받아주는 응급실을 찾기는 어려웠다. 병원에 와봐야 부작용을 확인할 수 있다던 A병원조차 박씨의 이송을 거부했다. 구급대는 거제 지역과 인근 진주, 부산, 창원 소재 약 10곳의 병원에 환자 이송을 요청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약 1시간 동안 병원을 수소문했지만 박씨를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병원 측은 당시 박씨를 거부한 이유 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해당 환자를 담당했던 의사가 현재 부재중이라 확인이 불가능하다”고만 답했다.

전화를 돌리던 구급대원은 “아시다시피 의료 대란으로 응급실 상황이 좋지 않다”며 “병원이 잘 안잡힌다”고 했다. 해당 구급대가 소속된 거제소방서 관계자는 “당시 중복 포함 10개의 병원이 진료가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했다”며 “이송 거부의 구체적인 이유는 말해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슬씨는 다급한 마음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지난달 6일 새벽 이슬씨가명·25가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며 SNS와 메신저에 남긴 글. 본인 제공

지난달 6일 새벽 이슬씨가명·25가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며 SNS와 메신저에 남긴 글. 본인 제공



새벽 4시반이 되어서야 거제 소재 B병원이 잡혔다. B병원은 박씨에게 진통제라도 놓아주겠다며 오라고 했다. B병원에서 박씨는 다시 CT를 찍고 검사를 했다. 급성 복막염 판정을 받았다. 병원에서는 당장 수술이 필요하다고 하면서도 수술 가능한 의사가 없어 여기서 수술은 어렵다고 했다.

B병원 응급과장이 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찾아 70분간 수차례 전화를 돌렸다. 그러나 돌아오는 답변은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가 없다” “지금 해드릴 수 있는게 없다”는 말뿐이었다. 두번째 ‘뺑뺑이’를 도는 사이 박씨의 상태는 급격히 악화됐다. 열이 심해졌고 혈압이 떨어졌다. 폐렴 증상도 나타났다.

뺑뺑이 끝에 오전 8시 부산 소재 C병원에서 박씨의 수술 허가가 떨어졌다. 사설 구급차를 불러 거제에서 부산까지 약 64km를 1시간30분을 이동했다. 이송 중 박씨의 의식은 점차 옅어졌다. 박씨는 오전 10시30분이 돼서야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박씨가 복통을 호소한지 14시간, 119에 신고한지 7시간이 지나서였다. 수술은 무사히 마쳤지만 이미 다른 장기가 망가진 뒤였다. 박씨는 깨어나지 못했다. 중환자실에서 호흡기를 달고 지내다 이틀 뒤 심정지로 사망했다.

유족들은 집도의가 “뒤늦게 수술을 받아 안타깝다”며 늦은 처치에 아쉬움을 표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이슬씨는 “아버지가 뺑뺑이로 시간을 허비하다가 점점 의식을 잃었다”며 “어디에 어떻게 이 억울함을 얘기해야할 지 모르겠다”고 했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의 한 응급의학과 교수는 “복막염 수술은 빨리할수록 좋고, 간단한 것은 빨리 들어가면 금방 끝나기도 한다”며 “하지만 이를 수술할 수 있는 외과의사들이 많지 않다”고 전했다. 그는 이를 두고 “응급실 뺑뺑이 문제와 지역의료, 필수의료 부족 문제가 모두 혼합된 문제로 보인다”고 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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