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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 백지화? 최소 연간 4000명 필요" 역공 펼친 정부의 계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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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08회 작성일 24-10-16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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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연구서 비현실적 가정 보완한 시나리오 제시
"2035년 부족한 의사 수 1만 명 아닌 최소 2만 명"
2,000명은 최소 숫자 정부 논리 강화 의도한 듯
quot;의대 증원 백지화? 최소 연간 4000명 필요quot; 역공 펼친 정부의 계산법

의사들이 고집하는 ‘의대 증원 백지화’ 주장에 맞서 정부가 최근 공개 석상에서 연간 4,000명 증원 필요성을 검토했다는 사실을 처음 밝혀 그 의도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2,000명은 최소 증원 규모’라는 기존 입장을 강조하려는 취지를 감안하더라도 자칫 또 다른 논쟁을 부를 수 있는 공세적 숫자다. 향후 의정 대화가 시작될 경우 핵심 의제는 결국 증원 규모, 즉 숫자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정부가 논리적 방어선을 그은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지난 10일 서울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개최한 의료개혁 토론회에 참석한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정부가 증원 결정에 참고한 3가지 연구한국보건사회연구원, KDI 한국개발연구원, 서울대가 공통적으로 2035년 의사 약 1만 명 부족을 진단했다는 점을 짚으며 “의사가 90세까지 똑같은 생산성으로 일하며 모든 의사가 토·일요일만 빼고 1년 265일을 일한다는 연구상의 비현실적 가정을 현실에 맞게 보완하면 필요한 의사 수는 2035년까지 두 배 늘어나 연간 2,000명이 아니라 최소 4,000명 증원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말했다. 의대 증원 문제와 관련해 정부가 4,000명 증원론을 공식 언급한 건 의사 집단행동 사태 8개월 만에 처음이다.

의사는 90세에 은퇴 비현실 가정 배제하면

15일 대통령실의 추가 설명에 따르면 정부는 기존 연구에만 의지하지 않고 근로 시간 감소, 일과 휴식의 균형, 급속한 고령화 같은 실제 의료현장의 변화도 추계 시나리오에 적극 반영했다. 학술 연구와 달리 정부는 정책적 수단을 활용해 가변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

예컨대 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 보고서는 의사 1인당 연간 진료일수를 265일로 가정해 2035년 의사 9,654명이 부족하다는 결과를 얻었는데 진료일수가 255일로 줄면 부족한 인원은 1만1,527명으로 늘어난다. 정부는 주말 휴일과 법정 공휴일을 감안할 때 현실에 더 가까운 진료일수 255일을 기준 삼아 의사가 70세 이후 은퇴한다는 가정을 적용해 2035년 부족한 의사 수 2만6,174명이라는 숫자를 도출했다. 은퇴 연령이 66세 이상으로 내려가면 그 규모는 3만7,321명으로 더 커진다.

KDI 연구도 보사연과 비슷하게 2035년 의사 1만650명 부족을 예측했다. 장래 인구 추계와 연령별 의료이용량을 토대로 미래 총 의료수요를 계산한 뒤, 의사가 90세 이후 전원 은퇴한다고 가정하고 실제 연령별50~90세 노동시장 이탈 위험률을 적용해 얻은 결과다. 하지만 의사 고령화로 인한 근로 시간 단축, 노동 생산성 감소를 반영하면 현장에서 실효적으로 활동하는 의사 규모는 훨씬 줄어들게 된다. 대통령실은 66~69세 의사의 생산성을 90%로, 70세를 70%로, 80세를 50%로 조정할 경우 의사가 1만3,239명 부족해진다고 설명한다. 의사 은퇴 연령이 90세가 아니라 70세, 66세라면 부족한 의사 수는 각각 1만8,133명, 3만804명으로 더 늘어난다.

결과적으로 2035년 부족한 의사 규모는 보사연 연구 가정을 보정하면 2만6,000~3만7,000명, KDI 연구를 보정하면 1만3,000~3만1,000명에 달한다는 게 대통령실 추계다. 그렇기 때문에 2035년 의사 부족분을 2만 명이라도 채우려면 2025학년도 신입생이 의사 면허를 취득하는 2031년부터 매년 의사 4,000명이 추가 배출돼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지난해 말 의대 증원 규모 수요 조사에서 대학들이 2,151~3,953명 증원을 요청한 점, 의대 교육 여건, 의료기술 발전 가능성, 기존 연구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소 규모인 2,000명 증원을 결정했다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증원 재확인" "추계위 출범 사전작업" 해석 분분

4,000명 증원론을 두고 의료계 안팎의 관전평은 분분하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장 수석 발언 당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대통령실 사회수석도 제 정신이 아닌 걸로 봐서 40명쯤으로 늘려야겠다”며 “물론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원색적으로 비꼬았다. 일종의 무시 전략인 셈이다.

한편에선 최근 여야의정 협의체 추진 논의와 함께 증원 규모 재조정 여부가 쟁점으로 부상한 상황에서 정부가 4,000명 증원론을 지렛대 삼아 외부의 증원 흔들기 시도를 견제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수도권 종합병원 원장은 “의료 공백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은 정부가 정책 결정의 정당성을 강조하며 난국을 돌파하려 했던 것 같다”며 “증원 의지가 꺾이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았다.

연내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 출범 계획에 따른 사전 정지 작업이라는 관측도 있다. 정부는 추계위원 절반 이상을 의사단체가 추천하는 핸디캡을 안고 이 기구에서 내후년 이후 의대 증원 규모를 논의하기로 한 터라, 미리부터 증원 논리와 근거를 강화하고 여론을 환기하려 한다는 것이다. 의료계가 2025학년도 증원 철회, 2027학년도부터 증원 논의, 2026학년도 감원 보장 등 제각각 다른 목소리를 내며 통일된 요구안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논리 싸움의 우위를 선점하려는 계산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000명은 그야말로 최소 숫자이기 때문에 향후 추계위에서 어떤 방법론을 적용하든 필요한 증원 규모가 연간 2,000명보다 많으면 많았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의료계에 이달 18일까지 추계위원 추천을 요청했지만 의협과 전국의대교수협의회 등 5개 단체는 공식 거부한 상태라 추계위 출범 일정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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