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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나무 학살" VS "홍수 예방"…전주시 또 기습 벌목 논란 [이슈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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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71회 작성일 24-03-10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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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천 일대 버드나무들이 잘린 채 밑동만 남아 있다. 전주시는 지난달 29일 홍수 예방을 이유로 전주천·삼천 일대 버드나무 76그루를 베어냈다. 지난해 3월 260여 그루를 벌목한 지 1년 만이다. 사진 전북환경운동연합

전주천 일대 버드나무들이 잘린 채 밑동만 남아 있다. 전주시는 지난달 29일 홍수 예방을 이유로 전주천·삼천 일대 버드나무 76그루를 베어냈다. 지난해 3월 260여 그루를 벌목한 지 1년 만이다. 사진 전북환경운동연합



전주시, 76그루 잘라…"하천 정비"
안녕. 난 버드나무야. 전북 전주시 도심을 가로지르는 전주천 둔치에 살았었지. 전주천은 연간 1000만명 이상이 찾는 전주 한옥마을을 끼고 흐르는 하천이야. 한 번쯤은 한여름 초록 잎이 무성한 가지를 늘어뜨린 나와 내 친구들을 봤을 거야. 우릴 배경 삼아 인생 사진을 남긴 관광객·시민이 수두룩할 정도로 전주 명물로 불렸었지.

하지만 이제 그런 건 옛말이야. 전주시가 지난달 29일 홍수 예방 목적으로 전주천·삼천 일대 버드나무 76그루를 베어냈기 때문이야. 둘레가 성인이 두 팔 모은 것보다 큰 아름드리나무였던 우리는 하루아침에 밑동만 남게 됐어.

벌목 전인 2022년 전주천 일대에 버드나무 숲이 우거져 있다. 사진 전북환경운동연합

벌목 전인 2022년 전주천 일대에 버드나무 숲이 우거져 있다. 사진 전북환경운동연합



지난해 260그루 벌목…"생태계 훼손" 반발
지난해 3월에도 시는 전주천·삼천 주변 11㎞ 구간에 있던 수령 20년 안팎 버드나무 260여 그루를 벌목해 논란이 일었었어. 비슷한 시기 억새밭 3800㎡도 갈아엎었어. 당시 전주시는 "홍수를 막기 위한 치수 정책"이라고 했지만, 환경단체는 "생태계 훼손"이라며 반발했어. 논란이 커지자 전주시는 "벌목 작업을 중단하고 시민과 충분히 협의하겠다"며 한발 물러났지. 그런데 1년 만에 그나마 남아 있던 버드나무마저 싹 잘라버린 거야.

환경단체는 전주시가 현재까지 다른 나무까지 1000그루 넘게 벌목한 것으로 보고 있어. 전북환경운동연합·전북녹색연합 등은 지난 4일 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버드나무 숲은 경관 명소이자 새들의 먹이터와 은신처"라며 "비가 많이 오면 유속을 완화해 하류 범람을 막아줬다"고 우릴 옹호했어. 그러면서 이번 기습 벌목을 위법적이고 반생태적인 버드나무 학살로 부르며 전주시에 벌목 중단과 공개 사과를 요구했지.

전북환경운동연합·전북녹색연합 등은 지난 4일 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북환경운동연합·전북녹색연합 등은 지난 4일 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버드나무 숲은 경관 명소이자 새들의 먹이터와 은신처"라며 전주시에 벌목 중단과 함께 공개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 전북환경운동연합



우범기 시장 "명품 하천 만들겠다"
이들 단체는 "전주천과 삼천을 전시·공연·체험이 가능한 통합문화공간으로 전면 정비하고 개발하겠다"는 우범기 시장의 공약을 밀어붙이기 위해 전주시가 벌목을 강행했다고 의심해. 앞서 우 시장은 지난달 6일 "2028년까지 577억원을 들여 전주천·삼천을 명품 하천으로 만들겠다"고 발표했어. 이 때문에 이들 단체는 "낡은 토목 사업에 기반한 하천종합정비계획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감사 청구 및 고발 등 전주시의 책임을 묻고 우 시장 퇴진 운동을 벌이겠다"고 경고했지.

우범기 전주시장이 지난달 6일 전북 전주시 전주시자원봉사센터 앞 천변에서

우범기 전주시장이 지난달 6일 전북 전주시 전주시자원봉사센터 앞 천변에서 "2028년까지 577억원을 들여 전주천·삼천을 명품 하천으로 만들겠다"고 밝히고 있다. 뉴스1



전주시 "토목 사업과 무관…재해 방지"
반면 전주시는 "토목 사업과는 무관한 하천 정비 사업"이라고 반박하며 벌목의 불가피성을 호소하는 중이야. 전주시 관계자는 "해당 버드나무들은 수령이 오래돼 홍수에 넘어졌을 때 위험성이 커 하천 유지 보수 매뉴얼 등 정부 지침에 따라 벌목했다"며 "오송 지하차도 참사 이후 하천 안전 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는 상황 속에서 사고가 났을 때 전주시가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고 항변해.

"여름철 집중 호우나 태풍으로 불어난 물에 일부 나무가 부러지거나 쓰러져 교량 교각에 걸리게 되면 상류에서 떠내려온 부유물과 함께 쌓여 하천 수위를 급격히 상승시켜 교량 붕괴와 하천 범람 등 대형 재해를 일으킬 위험이 있다"는 주장이야.

지난달 29일 전주시 관계자 등이 전주천 일대에서 중장비를 동원해 버드나무 벌목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전북환경운동연합

지난달 29일 전주시 관계자 등이 전주천 일대에서 중장비를 동원해 버드나무 벌목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전북환경운동연합



전북환경운동연합 "난개발 반대" 챌린지
벌목을 둘러싼 갈등은 계속 이어질 것 같아. 전북환경운동연합은 지난 7일부터 이달 말까지 전주 난개발을 반대하는 누구나 전주천 사진과 함께 전하고 싶은 내용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잘려간 전주천의 시간 챌린지를 시작했어. 이 단체 이정현 대표는 "현재까지 3만4000여명이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는 등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어. 참고로 전주천은 도시화·산업화 시기엔 국내 여느 도심 하천처럼 오염이 심각했대. 1990년대 말 시민·환경단체가 자연형 하천 조성 사업을 제안했고, 전주시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생태계가 되살아난 거지.

하지만 전주시는 여전히 물러날 뜻이 없다고 해. 반대 여론에도 "장마철 전까지 하천물 흐름에 지장을 주는 수목을 제거할 계획"이라며 "통수 단면 확보를 위해 준설도 계속 진행하겠다"고 밝혔거든. 다만 "생태하천협의회의 현장 점검과 자문을 통해 논의 과정을 거치겠다"고 여지는 뒀어.

전북환경운동연합이 지난 7일 시작한 잘려간 전주천의 시간 챌린지 포스터. 사진 전북환경운동연합

전북환경운동연합이 지난 7일 시작한



"수달·원앙·삵은 무사할까"
이미 싹둑 잘린 우리도 문제지만, 야생 동물도 걱정이야. 전주천엔 국가보호종인 수달·원앙·삵 등도 서식하거든. 보금자리였던 우리가 한꺼번에 사라졌으니 그들은 무사할지 신경이 쓰여. 문득 궁금해. 훗날 역사는 전주시의 버드나무 벌목을 어떻게 평가할지…. 우린 제거 대상일까, 보호 대상일까. 이미 제거된 마당에 실없는 질문이긴 하지만 말이야.

※환경단체와 전주시 취재 등을 바탕으로 시가 지난달 벌목한 전주천 버드나무 1인칭 시점으로 기사를 재구성했습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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