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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오렌지 컨테이너 수상한 연쇄 화재…원인은 농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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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67회 작성일 24-03-05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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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전 10시 48분쯤 경남 창원시 용원신항으로 들어온 미국산 오렌지 컨테이너 1동에서 불이 나 소방관이 화재 진압을 하고 있다. 독자 제공

지난 4일 오전 10시 48분쯤 경남 창원시 용원신항으로 들어온 미국산 오렌지 컨테이너 1동에서 불이 나 소방관이 화재 진압을 하고 있다. 독자 제공

수입산 농산물에 대한 검역·소독 작업이 한창이던 지난 4일 경남 창원시의 용원신항. 이날 오전 10시 48분쯤 검역 작업이 끝난 미국산 오렌지로 가득 찬 컨테이너의 문틈 새로 연기가 스멀스멀 새 나왔다고 한다. 연기가 점점 거세지더니 금세 컨테이너에서 불길이 솟아올랐다. 항만 직원이 소화기 5대로 불을 꺼보려 했지만, 불길은 더 거세졌다. 곧이어 도착한 소방관 29명, 소방차 10대가 투입돼서야 약 1시간 50분 만에 불은 모두 꺼졌다. 이 불로 컨테이너 1동과 보관하던 수입 오렌지가 불에 타 소방서 추산 5000만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지난 4일 오전 경남 창원시 용원신항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오렌지 컨테이너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는 모습. 독자 제공

지난 4일 오전 경남 창원시 용원신항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오렌지 컨테이너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는 모습. 독자 제공


지난 4일 경남 창원시 용원신항에서 불이 나 오렌지 컨테이너 1동이 소실됐다. 소방 당국은

지난 4일 경남 창원시 용원신항에서 불이 나 오렌지 컨테이너 1동이 소실됐다. 소방 당국은 "검역 작업 도중 환풍기 쪽에서 전기적 요인으로 불이 붙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독자 제공

공교롭게도 같은 날, 창원의 또 다른 항만의 물류 창고에서도 수입 오렌지 컨테이너 화재 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 창원소방본부는 “검역·소독 작업 도중 환풍기 쪽에서 전기적 요인으로 불이 붙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으나, 모두 ‘에틸포메이트’ 농약을 사용한 검역 과정에서 불이 난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관리하는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이튿날인 5일 항만을 찾아 농산물 검역 처리 작업에 대한 현장 점검에 나섰다.

항만 방역업체 관계자들이 수입산 농산물이 실린 컨테이너 안으로 에틸포메이트 농약을 살포하고 있는 모습. 독자 제공

항만 방역업체 관계자들이 수입산 농산물이 실린 컨테이너 안으로 에틸포메이트 농약을 살포하고 있는 모습. 독자 제공


오렌지·파인애플 등 수입 과일에 대한 검역 작업에서 주로 쓰이는 농약 ‘에틸포메이트’가 기화가 덜 돼 인화성 높은 사실상 액체 상태 그대로 뿌려지고 있어 화재 확산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에틸포메이트’는 수출입검역 시 농산물 해충을 소독하는 훈증제로, 기체 형태로 쓰일 때 인화성이 감소하고 환경에 무해하며 인체 독성이 낮은 것이 특징이다. 특히 질소 가스 형태로 뿌려져야 오렌지 해충인 깍지벌레 등에 대한 살충 효과를 볼 수 있다.

창원 용원신항 방역업체 관계자들이 전용 기화기를 통해 액체 상태의 에틸포메이트를 이산화탄소와 혼합시키고 있다. 독자 제공

창원 용원신항 방역업체 관계자들이 전용 기화기를 통해 액체 상태의 에틸포메이트를 이산화탄소와 혼합시키고 있다. 독자 제공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수출입 농산물 검역시 이산화탄소CO2 혹은 질소N2를 혼합한 에틸포메이트 함량 16.6% 농약을 기체 형태로 살포해야 하지만, 현장에선 번거롭다는 이유로 기화가 덜 된 액체 상태의 에틸포메이트 99% 농약 원액을 뿌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전용 기화기를 통해 충분히 기화시키려면 최소 30분은 기다려야 하지만, “밀려드는 컨테이너 작업량에 실제 기화기 작업 소요 시간은 약 10~15분에 불과하다”는 게 내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 탓에 컨테이너 안으로 기체 형태의 농약이 고루 뿌려지지 않고 과일 박스 위로 원액 그대로 쏟아지는 바람에, 검역 작업자들은 검역 작업 후 농약을 고스란히 맞아 상한 과일 일부를 폐기처분 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한다.

기화가 안 된 액체 상태의 에틸포메이트 농약을 맞은 오렌지가 상한 모습. 독자 제공

기화가 안 된 액체 상태의 에틸포메이트 농약을 맞은 오렌지가 상한 모습. 독자 제공


에틸포메이트 훈증제99%로 소독된 미국산 오렌지 박스가 축축하게 젖어 있다. 독자 제공

에틸포메이트 훈증제99%로 소독된 미국산 오렌지 박스가 축축하게 젖어 있다. 독자 제공

항만 방역회사 관계자는 “액체 상태의 에틸포메이트는 휘발유만큼 인화성·발화성이 높아 조그마한 불씨에도 큰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며 “특히 이달부터 무관세 수입되는 오렌지에 대한 검역 작업량이 늘고 있어 조만간 큰 사달이 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문제는 액체 형태의 에틸포메이트 유통과 판매가 관리·감독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점이다. 농촌진흥청의 ‘농약 및 원제의 취급제한기준’ 고시에 따르면 에틸포메이트 훈증제16.6% 등에 대한 판매·공급 업자는 까다롭게 관리하고 있으나, 지난 2022년 관련 고시 개정 이후 에틸포메이트 훈증제99%에 대한 취급 제한 규정은 빠져있다. 방역회사 관계자는 “큰 유지비용이 드는 고압 가스통에 담긴 에틸포메이트 대신 최근 들어 액상으로 된 에틸포메이트를 공급하는 농약 회사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김서원 기자 kim.seo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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